2019년 6월 17일 백업본
2차 백업
[ 잊는 것도 사랑일까. ]
KPC. 안톤 셀레스
PC. 베르너 L. 퍼디난드
원문: 시나리오(히츳)
개변: 스크립트.(펜)
플레이타임: 11시간 30분
이하로 시나리오의 전문 내용(스포일러)이 있습니다.
*
__2019.06.09
너를 잊는 나를 기억해줘.
나를 기억하는 너를 잊을게.
【 잊는 것도 사랑일까 】
KPC. 안톤 셀레스
PC. 베르너 L. 퍼디난드
*
...
사랑하기 위해 무언가를 잃어야 한다면,
그것도 사랑이라 생각하십니까.
어느 날 당신이 물었고,
그 때 나는... ...
...
..
.
당신은 느리게 눈꺼풀을 들어올립니다.
무슨 꿈을 꿨던 것도 같은데...
...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당신은 꿈보다 더 꿈 같은 현실을 살고 있고,
이제 당신에겐 꿈과 현실의 경계선 따위는
별로 중요하지 않게 되었으니까요.
...
가만히 눈을 깜빡이며
어제,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미래가 되었을 그 순간을 떠올려 봅니다.
눈앞에서 안톤이 공사장 철골에 깔려 즉사했고
당신은 익숙하게 집에 돌아와 잠을 청했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언제나처럼 시간이 되돌아가
또 다른 시작을 이어갈 것이므로.
우리는, 웃으면서 재회를 고했으니까요.
언제나처럼.
...
그나저나,
이쯤 되면 안톤에게 연락이 올텐데
웬일인지 휴대폰이 잠잠합니다.
베르너 L. 퍼디난드:...? (잠잠한 핸드폰을 꺼내 들어 확인하다가 잠시 무언가를 고민하는 듯 하더니 이내 잠금을 풀어 그에게 연락을 먼저 취해 본다.)
휴대폰의 잠금을 풀은 화면에는
부재중 전화도, 문자 메시지도 오지 않았습니다.
늦잠이라도 자는 걸까요.
그런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는데.
의문스러운 마음에 연락을 해보기로 합니다.
------
신호음이 가다가,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소리샘으로 -
라는 문장이 들려옵니다.
전화도, 문자도 전부 받지 않습니다.
:베르너, 자료조사 롤.
베르너 L. 퍼디난드:
조금 불안한 마음에 당신은 핸드폰으로 인터넷 창을 켜봅니다.
그리고, 실시간 검색어를 온통 뒤덮은 단어를 발견합니다.
'최악의 철골 사고',
'XX공사 입장 표명'
'A동 사고 영상'
...
...직감적으로,
당신은 발끝에서부터 타고 올라오는 거대한 불안을 느낍니다.
:영상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베르너 L. 퍼디난드:(영상을 확인해 본다.)
당신이 기억하던 그 순간과 똑같은 장면이 재생됩니다.
기우뚱,
아슬아슬하게 걸려있던 철골이 위태롭게 기울어지고,
이내 빠르게 안톤을 향해 낙하하고,
곧, 귀를 뚫는 듯한 굉음과 함께 안톤을 덮칩니다.
영상 자체는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확실히 겪었던 일이니까.
하지만,
하지만 이게 지금 재생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 '시간선'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떨리는 눈길로 날짜를 확인하면,
다음 날,
그래, 다음 날입니다.
와서는 안 되는 날짜.
그 사람이 없이, 와서는 안 되는 날짜.
이성치 체크. (SAN)
베르너 L. 퍼디난드:
이성치 감소 없습니다.
설마요, 그대로 끝났을까요.
이런 장난은 재미 없지 않습니까.
...
그 때,
규칙적으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베르너 L. 퍼디난드:(살짝 떨리는 손을 애써 진정시키고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몸을 돌려 문 앞으로 걸음을 옮긴다.) 누구십니까.
문가로 가까이 가 인터폰을 보면
경찰 두어명이 집 앞에서 무언가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베르너 L. 퍼디난드 씨, 댁에 계십니까?"
"경찰입니다. 협조바랍니다."
베르너 L. 퍼디난드:...? (어떤 내용일지는 대략 짐작이 가지만... 의문을 품은 시선을 한 채 인터폰 너머로 그들을 바라보며 대답한다.) 무슨 용무십니까.
당신의 질문에 이어,
들려오는 청천벽력같은 선고.
"안톤 셀레스 씨 사망 사고 건으로 참고인 조사 참석 부탁드립니다."
베르너 L. 퍼디난드:... ... ... (철렁, 심장이 내려앉는다. 믿기지 않는 현실에 겨우 진정시켰던 떨림이 다시 온 몸을 휘감는다. 담담히 받아들이기엔 이 상황이 너무 갑작스레 찾아오지 않았는가. 예, 라는 짧은 대답조차 목구멍 바깥으로 튀어나오지 않는다. 창백해진 인상으로 여전히 인터폰 너머 바깥에 서 있는 경찰 두 명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당신의 반응이 없음에, 경찰 측에서 다시 말을 꺼냅니다.
"이대로 조사에 불응하시면 강제로 연행해갈 수 밖에 없습니다."
베르너 L. 퍼디난드:하아... ... (깊은 한숨을 내쉬고 눈을 질끈 내리감았다. 강제로 연행이라, 누가 보면 내가 용의자인 것처럼 말하는군. 그래, 좋다. 주변인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마음을 정리 시간 따위는 줄 수 없다 이건가. 내가 그들의 입장이었다면... 마찬가지였겠지. 반대 입장에 처음 서 보니 새롭군 그래. 힘없이 떨궈져 있던 왼손을 한번 꽉 쥐었다 풀고는 다시 눈을 떠 짧은 대답을 내었다.) ... 참석하겠습니다. (그리고는 현관문의 잠금을 풀어 문을 열고는 문 바깥에 있던 그들을 바로 마주했다.)
현관문의 앞에서는 경찰 두사람이 당신을 무표정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경찰:잘 생각하셨습니다. 당신은 안톤 셀레스의 사망 당시, 가장 가까이 있던 목격자이자, 동시에 용의선상에 오른 용의자이니까요.
이상의 이유로 서까지 동행해주셔야 겠습니다. 당신의 행동은 이해되지 않는 점이 꽤나 있어서요.
베르너 L. 퍼디난드:(정말로 용의자 취급하고 있었군. 표정을 살짝 찌푸렸다가 이내 그의 말을 납득하고는 평소의 표정으로 돌아왔다. 이해되지 않는 점이라. 경찰의 말을 듣고는 잠시 무언가를 생각했다. ... ... 그래, 너무 익숙해서 잊고 있었다. 이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일상은... 나와 그에게만 해당되는 삶이었으니까. 보통의 일반인이 생각하기에는 이해되지 않는 행동이었겠지, 철골에... ... 맞아 죽은 주변인을 그대로 두고 집으로 돌아온다는 것은. 다시 한 번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알겠습니다. 가시죠.
경찰은 당신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고,
당신은 경찰과 동행하여 서로 향합니다.
...
..
.
경찰서
이제는 도저히 떨쳐낼 수 없는 불안감이
온 몸을 뒤덮은 채입니다.
낯선 경찰서의 풍경과 딱딱한 사람들의 표정마저 불길하게 느껴집니다.
내가 왜 여기에 앉아있지.
안톤, 당신은 어디에 있습니까?
수많은 생각에 잠식되는 것만 같습니다.
그 때,
"베르너 씨, 듣고 있어요?"
맞은편에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경찰:공사장 측은 베르너 씨가 안톤 씨 살해를 목적으로 철골 안전바에 미리 손을 써둔게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고,
그 영상에서 베르너 씨 행동이 너무 비정상적이라 여론도 별로 좋지가 않아요.
이 순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신이
안톤 셀레스의 죽음을 유도한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었다는 점.
이성치 체크. (SANC)
베르너 L. 퍼디난드:
이성치 감소 없습니다.
침착하셔야 합니다.
언젠가 그가 했던 말이 떠오르는 것도 같습니다.
베르너 L. 퍼디난드:(귓가를 파고드는 터무니없는 말에 이를 꽉 악물었다. 치미는 분노를 억누르며 숨을 천천히 골랐다. 그는, 안톤 셀레스는. 내 인생에 하나뿐이었던 연인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받아들일 겨를도 없이 끌려와서 앉아 줬더니만 하는 소리라는 게... ... 지끈거리는 두통에 미간을 짚었다. 하지만 그들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가능할 만한 이야기였다. 공사장 측은 회사 이미지를 실추시키지 않기 위해 어떻게든 내게 죄목을 덮어씌우려고 할 거고, 여론은... ... 어떻게 해명할 방법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비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었으니까. 여기서 매일매일 그가 죽고 나면 다시 전날으로 돌아와 반복되는 하루를 살아 왔다고 해명한다면 결백이 증명되기는커녕 정신병자 취급을 받겠지. 다시금 그의 말을 되새긴다. 침착하셔야 합니다. ... 어쩌면 내가 그에게 더 자주 했던 말인 것 같지만. 이런 상황이 닥쳐올 때마다 곁에서 버팀목이 되었던 당신의 빈자리가 커다랗게 다가온다. 빈자리. ... ... 이래서, 내가 그렇게 사람을 곁에 두지 않으려고 했던 것인데. 무슨 이야기를 꺼내야 할까. 애초에 내가 그들을 납득시키는 것이 가능하기라도 할까. 머리가 어지럽다. 아무 말도 나오지 않는다.)
경찰은 당신의 상태를 보다가 대화가 통하지 않을 것을 알았는지,
한숨을 푹 쉬고는 "잘못 걸렸군..." 하고 중얼입니다.
경찰:당신, 우선 사건 경위서라도 작성하면서 머리좀 식혀보시죠.
그렇게 말하며 경찰은 종이 한장을 내밀고는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
종이의 글자가 눈에 들어오기는 할까요.
터무니없는 걱정, 불안, 분노를 애써 눌러담은 채 시선을 내리면...
당신은,
자신의 눈을 의심합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
【 계약서 】
당신은 당신의 소중한 시간을 되돌리기 위하여 또 다른 소중한 것을 희생할 수 있습니까?
희생할 그 어떤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중요한 것일 수도 있고, 어쩌면 당신은 이 계약을 후회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에게는 선택의 폭이 그다지 넓지 않음을 당신도 알고 있을 것입니다.
위 사항에 동의하신다면 본 계약서를 찢어주세요.
부디, 현명한 선택을 하시길 바랍니다.
...
P.S. 결정에 도움이 될까 하여 덧붙입니다.
당신이 사랑하는 그 사람 또한,
똑같은 계약서를 작성한 바 있습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
베르너 L. 퍼디난드:... ... (떨리는 손으로 종이를 집어 들어 시선에 더 가까이 한 뒤 몇 번이고 내용을 다시 읽어내려갔다. 사건 경위서? 이게? 지금까지 그와 함께한 시간도 늘 믿기지 않는 현실의 연속이었지만, 이 상황은 그보다도 더욱 비현실처럼 다가온다. 어디까지가 꿈이고, 어디까지가 현실이었는가. 나는 지금 꿈을 꾸고 있나? 그렇다면 언제부터, 어느 시점부터 꿈이었는가? 혼란스러운 머릿속을 정리하려 애쓴다. ... ... 소용 없는 고민이 아닌가. 늘 꿈 같은 현실을 살아왔다면, 이것 또한 현실이겠거니 하고 그저 받아들이기로 했다. 받아들이는 것. 내가 가장 잘 하는 것이었으니까. 찬찬히, 깊은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며 계약서의 내용을 다시 읽는다. 나의 소중한 시간을 되돌리기 위해 또 다른 소중한 것을 희생할 수 있느냐, 고 물었는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중요한 것을 잃을 수 있다는 경고를 했는가.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그는, 안톤 셀레스는. 나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중요한 것이었나? 만약 아니라면?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었나? 그는 굳이 고민하지 않아도 이미 답을 알고 있는 질문이었다.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나 자신이며 나의 시간, 나의 삶이다. 그를 위해서는 어떠한 희생이 따른다 하더라도 감수할 수 있을 것이었다. 천천히, 그리고 이성적으로 생각하자. 계약서에 쓰여 있는 내용대로, 어차피 내게는 선택의 폭이 그다지 넓지 않다. 무언가를 희생하고서라도 시간을 되돌리지 않는다면... 뭐, 해명할 바 없이 감방에 집어넣어지겠지. 온전한 내 삶을 잃는 것보다 더한 희생이 있으랴. 천천히 계약서를 훑어 내려가던 시선이 추신의 바로 위에 있는 계약서의 맨 마지막 문장에 닿자 잠깐 미간이 찌푸려진다. 마치 협박이라도 하는 듯한 어조. 선택권은 없겠지. 받아들일 현실인 것이다. 숨을 한 번 깊게 골랐다. 그리고 양 손으로 계약서를 쥐어 반으로 찢어 버린다. 뒷 일은... 나도 모른다.)
찌익.
소름끼치는 소리를 울리며 찢어진 종이가 팔랑거림과 동시에,
당신의 의식이 서서히 멀어집니다.
...
제발,
다시 눈을 떴을 땐 제대로 시간이 되감겨 있기를 바라며.
...
:베르너, 듣기 롤.
베르너 L. 퍼디난드:
결국 너도 같은 선택을 했구나.
하고, 즐거운 듯한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습니다.
...
..
.
*
그 일부를 잃게 되어도... 사랑은 사랑일까요.
어느 날 당신이 물었고,
그 때 나는... ..
...
..
.
당신은 느리게 눈꺼풀을 들어올립니다.
무슨 꿈을 꿨던 것도 같은데...
...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당신은 꿈보다 더 꿈 같은 현실을 살고 있고,
이제 당신에겐 꿈과 현실의 경계선 따위는
별로 중요하지 않게 되었으니까요.
...
정신을 제대로 차리기도 전에,
당신의 뺨에 닿아오는 온기를 느낍니다.
그리고,
안톤 셀레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베르너 님.
결국 또 보게 되었네요.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
고개를 돌리면 눈에 들어오는 것은,
평온한 얼굴로 당신에게 태연한 인사를 건네는...
안톤입니다.
베르너 L. 퍼디난드:... ... 안톤. (눈이 휘둥그레진다. 믿기지 않는 현실의 연속이다. 떨리는 목소리로 당신의 이름을 한 번 불러 보았다. 당신이다. 단 하루, 당신의 부재를 느끼고도 끔찍한 빈자리를 느꼈던, 애타게 찾던 내 연인.)
안톤 셀레스:(부르는 소리에, 느리게 눈을 깜박이며 당신을 바라봤을까.) ...네, 베르너 님. 여기 있습니다.
:베르너, 관찰 or 심리학 롤.
베르너 L. 퍼디난드:
...
당신을 향한 그의 눈에는...
그 어떤 감정도 담겨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마치 완전한 타인을 건너다보듯이.
...
...기분탓이었을까요.
금세 안톤의 얼굴에는 부드러운 미소가 떠오릅니다.
그러나,
조금 부자연스러운 미소인 것 같다...고,
당신은 생각합니다.
애써 표정이라는 것을 떠올리려는 듯,
다소 인위적인.
베르너 L. 퍼디난드:... ... 안톤. 무슨 일 있습니까. (불안감이 엄습한다. 아니, 직감을 맹신해서는 안 된다. 아직... 아무 말도 듣지 않았다. 그러나 본능적으로 나오는 목소리가 옅게 파르르 떨린다.)
안톤 셀레스:무슨 일은... 당신께 있지 않습니까. (떨려오는 목소리를 들었을까, 살짝 걱정스러운 듯한 눈빛을 하며 당신의 손에 조심스럽게 자신의 손을 겹쳐올렸다.)
... 시간이 돌아간 것을 보니... 계약을 하신 모양입니다, 베르너 님. (가만 당신과 시선을 맞췄을 터였다.)
베르너 L. 퍼디난드:... 알고 있었던 모양이군요. (이 또한... 이 정도는 이제 놀라울 일도 아닌 것 같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구분짓는 것은 소용 없는 짓이라는 것을 깨달을 때도 되었으니까. 당신과 맞춘 눈을 피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굳건하게 자리잡고 있지도 않았던 것 같지만. 겹쳐 올려진 당신의 손 위에 남은 제 손을 하나 더 얹고 양손으로 당신의 손을 감싸쥐었다.) 당신도... 마찬가지인 것 같고요. 방금 말했듯, 무슨 일은 있었습니다만... 계약 말고도, 또 다른 일이 있어 보여서 말입니다. 왜 그런 표정을 짓고 있습니까.
안톤 셀레스:네, 알고 있었습니다. ...당신보다 우선적으로 제가 계약을 하게 되었으니까요. (느리게 눈을 깜박이며 당신의 얼굴을 찬찬히 훑는다. 조금 의문스러운 듯, 고개를 기울이고) ...무슨 표정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당신의 앞에 이렇게 있지 않습니까, 베르너.
베르너 L. 퍼디난드:나보다 먼저 계약을 했다는 것은... ... (내가 알고 있는 상황은 당신의 죽음밖에 없었는데, 당신이 맞이한 상황은 어떻게 벌어졌는가. 나의 죽음? 혹은 사후 세계라도 가서 계약서를 찢고 왔나. 뭐... 이제 와서는 소용 없는 고민일까. 그도 그럴 것이, 이제는 이렇게 당신이 내 눈 앞에 있으니까. 의문스럽다는 듯한 당신의 표정을 빤히 바라보고는 시선을 느리게 바닥으로 떨어트렸다. ...기분 탓인가. 애써 이성을 유지하려고 했지만, 그것이 그리 마음대로 되었을까. 당신을 잃었다는 불안감과 혼란스러움에서 채 다 빠져나오지 못한 것일까 싶어 그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당신은 나를 가장 나답지 못한 사람으로 만든다.) ... ... 아닙니다. 다시... 살아서 만나게 되어 다행이군요.
안톤 셀레스:(가만 당신을 바라보는 듯 했다.) 짐작하시는 대로입니다. 제일 처음에 죽은 것이 당신이셨으니까요. 그래서... 그때에 제게 계약서가 왔습니다. 제 계약의 유효가 끝났기에, 더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다시 돌아온 것을 보면 결국 아마... 당신도 같은 계약서를 받게 된 것이겠죠. (담담히 말했다. 당신이 의문이 들었을 법한 내용들을 찬찬히 말해주며, 시선을 떨군 당신에게 시선이 맺힌다. 평소와는 다르게 확실히 불안해보이는 당신의 모습에, 조금 더 손을 쥐어주며... 이어지는 말에 살짝 웃었을까.) ...네, 다행입니다. 당신과 다시 만날 수 있게 되었는걸요. 이를... 어찌 다행이 아니라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조금은... 안심 해주십시오.
베르너 L. 퍼디난드:... 그렇습니까. (나의 죽음, 그리고 계약. 당신도 나와 같은 심정이었을까. 아니, 당신이라면... 나보다도 더 혼란스러워했을 지도 모르겠다. 당신이 말해주는 내용을 찬찬히 들으며 받아들였다. 귓가를 간질이는 목소리만으로, 손에서 손으로 느껴지는 체온만으로, 그저 존재만으로 당신은 내게 안정을 준다. 당신의 손을 쥔 두 손에 조금 더 힘을 주었을까. 혹여나 또 같은 상황이 반복될까 문득 실낱 같은 걱정이 들었지만 적어도 잠시간은 접어 두기로 한다. 지금은... 짧은 이별과 그 재회를 기뻐해야 할 때가 아닌가. 당신이다. 안톤 셀레스다. 그가 살아서 내 앞에 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 ... 네. 그러도록 하죠. (숨을 한 번 골랐다. 복잡한 감정이 담긴 미소를 입에 걸었다.) 안아 주시겠습니까.
안톤 셀레스:(잠시간, 당신께서 하실 생각을 짚어보는 듯 했다. 복잡한 듯한 웃음짓는 당신의 모습에 눈을 한번 깜박이며, 응시했다가 곧이어 마주 웃는다.) 물론입니다. (나직하게 대꾸하며, 잡은 손에 힘을 주어 쥐었다가, 이어 당신께 품을 내주듯 당신을 감싸듯 안는다. 일전의 제가 그랬듯이 손으로 당신을 토닥이며) ...조금은 괜찮으시길 바라겠습니다.
베르너 L. 퍼디난드:(몸이 닿는다. 당신과 내 비슷한 체격이 딱 맞게 맞물린다. 팔을 뻗어 당신을 감싸안았다. 익숙한 체향, 익숙한 온기. 사람을 안정적이고 무방비하게 만드는 익숙함. 이것이 깨어졌을 때의 혼란을 뼈가 시리도록 제대로 한 번 겪어 보았기에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는 잃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당신의 토닥임에 눈을 느지막히 내리감는다.) ... 괜찮을 겁니다. 아니, 괜찮습니다. 이렇게 나를 안고 있는 것이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당신 아닙니까. 그것으로 됐습니다.
안톤 셀레스:(당신의 불안감이 어떨지, 당신이 얼마나 이런 불안을 두려워했는지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들려오는 목소리가 한결 차분해졌다고 생각하며,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다행입니다. 그럼요. ...우선적으로 당신의 곁에 있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분명히 그렇게 말했었다. 이런 재회는 예상하지 못하긴 했지만, 그래도 어떤가. 다시 만난 이상 자신이 할 일은... 언제나 그렇듯이 당신을 위함이다. 몸을 살짝 일으켜 당신과 시선을 마주하고, 여전히 당신의 손을 잡은채로 여전히 입가에 미소를 걸은채로 그렇게 말한다.) ...그럼, 오늘은... 불안해 하셨을 당신에 대한 보답으로, 하루 쉰 데이트라도 해볼까요. 어떠십니까.
베르너 L. 퍼디난드:(여전한 미소와 여전한 체온. 마음을 조금 안정시키고 나니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그래, 그저 혼란스러움 탓에 느껴진 의미 없는 불안감이었던 것이다. 단순한 착각. 다시금 직감은 맹신할 것이 못 된다는 사실을 되새기고 이어 오는 말에 두 눈을 꿈뻑였다.) 데이트, 말입니까. (확실히, 자주 있는 기회는 아니다. 그리고... 떨어져 있었던 만큼 당신과 함께하는 시간이 더욱 절실하게 다가오기도 하고. 적어도 당분간은, 당신과 있을 수 있는 시간을 다른 곳에 낭비하고 싶지 않다. 손을 맞잡은 채로 손가락을 움직여 당신의 손을 부드럽게 매만지며 미소를 걸었다.) 나쁠 것이 뭐가 있겠습니까. 당신과 함께인데.
당신의 부드러운 대답에,
안톤은 여전히 웃는 얼굴로 당신의 손을 잡아 이끕니다.
당신이 기억하는 것과 한 치도 다르지 않은 그 모습.
그것에 안도하다가도,
어딘가 메마른 것만 같은 그 얼굴을 보자니
알게 모를 불안이 몰려오기를 한참.
안톤의 손을 잡은 채 함께 집 밖을 나섰다는 것에
조금이나마 기분이 나아집니다.
모든 것이 다시 원래대로,
제자리로 되돌아온 기분입니다.
...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얼마나 걸었을까,
걸음이 멈춰 다다른 커다란 건물 앞에
현수막이 하나 걸려 있습니다.
<커플 데이트 명소, 식사 장소 뿐만 아니라 식후 데이트 코스로 즐길 수 있을 레스토랑 사유지의 산책로 완비!>
이 곳은...
두 사람이 자주 들러 식사를 하던 레스토랑입니다.
여기서 죽은 적도 있었지.
하고, 그다지 좋지 못한 감상도 스쳐지나갔고.
...
현수막을 보던 안톤이 당신에게로 시선을 보냅니다.
안톤 셀레스:식사하시지 않겠습니까? 아직 아무것도 드시지 않았지요. (눈깜박)
베르너 L. 퍼디난드:... 네, 그러고 보니 말입니다. (잠깐 배에 손 좀 대 보나... 꽤 배고픈 것도 같다. 감정 소모를 많이 하기도 했고.)
안톤 셀레스:(당신의 모습을 보다가, 살짝 웃고는) 빈 속이 오래지속되면 좋지 않습니다. 고생하셨으니까요, 하루정도는 제가 사드리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요.
베르너 L. 퍼디난드:고생은... 똑같이 계약했다면 아마 당신도 마찬가지로 했을 텐데요. (농조로 건넨 말이었지만 아마 진심이 담긴 걱정이었을 것이다. 뭐, 아무래도 좋다. 거절할 이유도 없고.) 그래도... 오랜만에 당신이 사 주는 밥 맛이 어떤지는 궁금하긴 하군요. 당신만 좋다면 그렇게 할까요. (살풋 웃었다.)
안톤 셀레스:(당신의 앞선말에는 으쓱였다.) 이젠 지난 일이니 어떻습니까. 그런가요, (레스토랑 밥맛이 거기서 거기지 않을까요, 라고 말하려다가 눈을 굴렸다.) 이곳의 음식들은 자주 드시던 거라서 새로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야 좋지요, 당신을 대접할 수 있는 기회는 흔하지 않으니까요.
베르너 L. 퍼디난드:(고개를 끄덕였다.) 그저... 느낌이지요. 똑같은 식사를 해도 상황에 따라 맛이 다르게 느껴지지 않습니까. 그런 느낌으로 새롭지 않겠습니까. 같은 장소에, 같은 메뉴일 테지만... 당신이 대접하는 식사라는 점에서 새로울 겁니다. (낮게 어깨를 으쓱였다.)
당신의 대답에 안톤은 작게 웃음짓고는
이어 당신을 이끌고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섭니다.
딸랑,
작은 종소리가 울리고,
이어 종업원이 밝게 웃으며 "어서오세요!" 하고 인사를 건넵니다.
대충 창가쪽의 빈 자리를 보고, 익숙하게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확인합니다.
고급 레스토랑이라 그런지, 없는 것이 없습니다.
가볍게 먹을 수 있는 각종 인스턴트 푸드부터,
수제 음식까지 범위가 굉장히 다양합니다.
웬만한 음식은 전부 시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안톤 셀레스:특별히 드시고 싶은 것이라도 있으십니까? (메뉴판을 함께 확인하다가 당신에게 시선을 보내)
베르너 L. 퍼디난드:(곰곰...) 특별히 생각나는 메뉴는... 별로 있었던 적이 없군요.(...) 으음... 무난한 식사류를 시키는 게 낫겠죠. 배가 든든하게 찰 수 있는.
안톤 셀레스:(곰..... 메뉴판 뒤적...) 그럼... 스튜가 좋을까요, 무난하기도 하고... 아니면 스테이크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드시기 괜찮으시다면요. 여기 음식은 대체로 당신 입맛에도 잘 맞았던 것 같았으니 말입니다.
베르너 L. 퍼디난드:(당신이 읊는 메뉴들을 잠자코 듣다가 눈을 한 번 깜빡였다. 스태미나에는... 고기가 최고다. 사실 지금 상황이랑은 별로 상관 없는 이유인 것 같긴 한데.) 네, 메뉴 자체는 가리는 것이 별로 없으니까... 고기를 먹을까요. (메뉴판에 있는 스테이크 보며...)
안톤 셀레스:(멀뚱, 곧 살짝 바람새는 웃음을 지었을까.) 알겠습니다. 어떤걸로 할까요? 미디움? 웰던? 그것 말고도... 스테이크도 종류가 꽤 다양하니까 말입니다. 안 고르시면... 제가 마음대로 시켜버릴겁니다? (눈깜박)
베르너 L. 퍼디난드:(오... 사실 제대로 요리되어 나온 거라면 뭔들 안 가리고 잘 먹는 편이라 당신이 마음대로 골라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긴 한데. 작게 실소를 내뱉었다.) 생각해둔 게 없진 않습니다만, 그리 자신 있게 말씀하시는 것을 보면... 뭐, 추천 메뉴라도 있으십니까?
안톤 셀레스:자신... 있어보였습니까? 음.... (힐끔...봤다가 메뉴판을 보며) 저는 보통 미디움 웰이나 미디움으로 나온걸 먹으니까요. 스테이크는 너무 바싹 익히면 풍미가 떨어집니다. 스태미나 충족을 위하실 거라면... 립아이가 적절하지 않을까요, 지방함유량도 높고...아시다시피, 육즙도 꽤... 뭣보다 부위가 부위인지라 맛있으니까요. (짚으며 말하다가 살짝 당신쪽을 살펴보나... 마음에 드십니까? 의 눈빛이었다.)
베르너 L. 퍼디난드:(이런 쪽으로... 전문가였던가...? 요리를 잘 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새삼...)(당신의 말을 잠자코 듣다가 미소를 건 채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에 든다는 눈빛 좀 해 보이나...) 그럼 립아이를 미디움 웰던으로.
안톤 셀레스:(당신의 말에 끄덕이고) 좋습니다. 가볍게... 레드와인도 추가하고... 아. 술이 별로시라면 다른 것도 괜찮겠네요. (메뉴판을 몇번 넘기다가) 어떡할까요?
베르너 L. 퍼디난드:식사에 가볍게 한 잔 정도를 곁들이는 건 나쁘지 않겠죠. 자주 마시지도 않는데. (괜찮다는 듯 당신을 바라보았다.)
안톤은 당신의 시선에 가볍게 끄덕이더니, 곧 종업원을 부릅니다.
당신에게 말했던 내용의 립아이 스테이크와...
텐더로인에 포터하우스 스테이크까지 서슴없이 시킵니다.
하긴... 생각보다 많이 먹곤 했었죠....
와인에 가벼운 식후 디저트까지 시키더니 멀뚱한 표정으로 당신을 돌아봅니다.
안톤 셀레스:...디저트는 제가 생각이 나서 시켰습니다만... (괜찮으시지요? 살짝 봄...)
베르너 L. 퍼디난드:네, 괜찮습니다. (괜찮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을까...? 어차피 시킨 거 다 먹을 텐데...)
안톤 셀레스:(눈깜박... 잠깐 뭔가 생각하더니 곧) 혹여라도 드시다가 속이 더부룩하시면 말해주셔야합니다.
베르너 L. 퍼디난드:(아진짜귀엽다) 걱정 마십시오. 과식은 절대 안 하니까요. 전... ... 분명 제가 먹을 것만 말했습니다. (빤...)
안톤 셀레스:(알았다는 얼굴로 꾸닥....)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요?
차례로 시킨 식사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어느새... 테이블을 한가득 채운 것이 보입니다만...
안톤은 굉장히....... 아무렇지 않아보입니다.
그야 다 먹을거니까요(?)
베르너 L. 퍼디난드:(오...)(테이블 한가득 채운 음식들과 안톤 한두 번 번갈아 보며...)
안톤 셀레스:(멀뚱) (당신의 시선에 고개 갸웃이고 곧 살짝 웃으며) 식사하시죠. 이정도는 부담도 아닙니다. (라고 말하며... 포크랑 나이프로 능숙하게 썰음)
베르너 L. 퍼디난드:(고개를 작게 끄덕이고 포크와 나이프를 쥐어 스테이크에 가져다 대었다.) 네. 잘 먹겠습니다. (이내 한 입 크기로 삭삭 썰은 스테이크 입에 넣고 좀 오물거려본다... 맛있다.)
귀여워.
익숙하게 식사를 하는 분위기는 평소와 같이 온화합니다.
추천했던 것도... 당신의 입맛에 잘 맞아 들어가는 모양이네요.
다행입니다.
어느정도 시간이 흘러, 식사를 마칠 때가 되었을까요.
가득했던 상엔... 깨끗한 빈 접시들이 놓여있습니다.
안톤은... 입에 쿠키하나를 물고있네요.
당신은 이게 그의 미묘한 습관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베르너 L. 퍼디난드:(귀엽다.)
안톤 셀레스:(대충 다 먹은거 보며 물었던 쿠키를 손가락으로 밀어 입안에 넣고 우물)
베르너 L. 퍼디난드:(진짜귀엽다.)
안톤 셀레스:다 드셨으면 일어날까요? 계산도 할겸... 말입니다.
베르너 L. 퍼디난드:네, 이만 일어나죠. (깨끗해진 접시들 한 번 보고 쿠키 먹는 안톤 한 번 봄) 덕분에 잘 먹었군요.
안톤 셀레스:덕분에는요. 이정도는 별 것 아닙니다. (자리를 정리하고 계산대로 걸음해)
계산대에서 결제를 하고나니,
종업원이 산책로를 이용하지 않으시겠냐는 물음을 던집니다.
그러고보니, 이 레스토랑은 괜찮은 산책로를 가지고 있었죠.
식후 산책겸... 천천히 거니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베르너 L. 퍼디난드:(오...)
안톤 셀레스:(당신을 힐끔 봤다가) 가볍게 걸을까요? 식후 산책겸 말입니다.
베르너 L. 퍼디난드:그러는 것도 좋겠죠. 여기 산책로가 꽤 좋기도 하고. (고개 끄덕)
안톤 셀레스:(따라 고개 끄덕이고) 네, 그럼 갈까요. 산책... 좋을 것 같습니다.
당신은 안톤과 함께, 산책로로 향하기로 합니다.
...
두 사람이 넉넉히 걸을 수 있을 만한 산책로입니다.
그 산책로를 중심으로 온통 색색깔의 꽃들로 가득한,
제법 열심히 꾸며놓은 티가 나는 장소이네요.
이 곳의 산책로는 몇 번이고 왔어도 전혀 지루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안톤과 함께 걷기 때문일까요?
선선한 바람을 타고 느껴지는 꽃내음과 함께
내딛는 발걸음.
이 기분은 더없이... ...
안톤 셀레스:...베르너 님, 지금 기분은 어떠십니까?
그때 였을까요.
안톤이 당신에게 다소 뜬금없는 질문을 던집니다.
대답이 뻔한 물음.
바로 방금 전까지도 당신이 생각하고 있던 것.
그야, 더없이 행복하고 기쁩니다.
당신과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즐겁지 않을리가요.
라는...
하지만 당신이 입을 여는 순간,
무언가로 목구멍이 막힌 듯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생각합니다.
...
... 정말로 그렇다고 느꼈던가?
(To 베르너 L. 퍼디난드): 당신은 '안톤 셀레스에 대한 행복, 기쁨, 즐거움'의 감정을 잊습니다.
...
대답하지 못하는 당신을 가만히 바라보던 안톤은,
잠시 멈추었던 걸음을 마저 내딛기 시작합니다.
이내 꽃밭으로 손을 뻗더니
푸른 꽃 한 송이를 꺾어 당신에게 건넵니다.
안톤 셀레스:예전의 제게 가장 간절했고, 지금의 당신께 가장 필요할 것 입니다.
:베르너, 관찰 or 식물학 가능.
베르너 L. 퍼디난드:
(...)
:(..,) 한번 더 해봅시다!
일반 롤로 굴려주세요.
베르너 L. 퍼디난드:
그가 내밀은 꽃은...
물망초입니다.
:베르너, 지능 롤 or 교육 롤.
베르너 L. 퍼디난드:
Forgot me not.
물망초의 꽃말은...
<나를 잊지 말아요.>
:베르너, 아이디어 롤.
베르너 L. 퍼디난드:
어떤 수순처럼, 당신은 깨닫습니다.
말이 나오지 않는 게 아니라,
행복이라는 감정을 표현할 수 없게 된 것임을.
행복하다는 게 뭐였지?
그것이 이제 당신에겐,
사람의 감정이 아닌 사전 속의 단어로밖엔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는 것을.
이성치 체크. (SANC)
베르너 L. 퍼디난드:
(????)
대실패이므로 최대치의 이성이 감소합니다.
이성치 -4.
더이상 그와 있어도 행복하지 않습니다.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없습니다.
기억하고 있음에도요.
베르너 L. 퍼디난드:(... ...)
안톤 셀레스:(느리게 눈을 깜박이며 당신을 바라보듯 했다.) 받지 않으시렵니까.
베르너 L. 퍼디난드:(... 잠깐 우두커니 서서 말도, 눈을 깜빡이는 것도, ...아주 잠시간은 호흡도, 멈췄다.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당신에게서 더 이상 행복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을 자각한 그 순간. ...당신 없이, 일말의 행복감 없이 메마른 삶을 살아온 시간이 분명 있었다. 크게 놀라울 일도 아닐 터였다. 그러나... 원래부터 없었던 것과, 가진 것을 잃은 것은 다르지 않은가. 내가 무의식 속에서 그토록 갈구하던 감각이 아닌가. 행복감, 기쁨, 즐거움. 오로지 당신만이 내게서 온전히 채워줄 수 있었던 감각들. 갖가지 향수의 향을 맡아도, 그 어떤 아름다운 곡을 연주해도, 얼마나 푹신한 침대에서 안정적인 잠을 취해도. 그것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궁극적이고 깊은 행복감. 커다란 상실을 느낀다. 분명 당신의 존재는 이렇게 눈 앞에 있음에도. ... ... 아니, 아닐 것이다. 착각이 아닐까. 어쩌면 아직도 혼란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거라면. 사실 내가 그 정도로 나약한 사람이었다면. 당신과 함께 있으면서 안도감에 취해 나약해진 것이라면. 아니, ...그래도 좋을 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좋았다. 그래서 받아들였다.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한 번 저었다. 허튼 생각은 하지 말자. 나는 아직... ... 아무 것도 잃지 않았다. 단말마와도 같은 짧은 탄식을 내뱉고는 애써 미소지으며 당신이 건넨 꽃을 받아들었다.) ... 아, 감사합니다. 예쁜 꽃이군요.
안톤 셀레스:(당신은 지금 혼란스러워 하고있을까. 짧은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예상했던 일이다. 당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 지 정도는... ... 잠시간 침묵한다. 짧은 탄식과 함께 보이는 당신의 표정을 살핀다. 그리고... 그래, 마주 웃는다. 당신이 애써 외면하겠다면, 나 또한 함께 당신이 외면하는 것을... 외면해주리라. 그렇게 생각했을 터였다.) 그렇습니까. 네, 예쁘지요. 당신의 두 눈이 담은... 물빛을 닮았습니다.
베르너 L. 퍼디난드:(당신은 내 혼란을 알고 있을까. 내가 지금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알고 있을까. 이는 당신도 마찬가지로 느낄 수 있을까. 나와 함께 죽고, 함께 되돌아오고, 함께 계약했다면, 당신도... ... 잃었을까. 당신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평소엔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람이었는데, 오늘따라 감이 잡히지 않는다.) 내 눈의 물빛을 닮은 꽃이라... 그렇습니까. 단순히 아름다운 것 이외의 의미가 또 하나 생기겠군요. (이 꽃의 꽃말을 떠올린다. 나를 잊지 말아요. ... ... 나는 당신을 잊지 않았다. 앞으로도 잊지 않을 것이다. 허나, 뭘까. 이 알 수 없는 불안감은. 나는 과연 당신에게서 느끼는 기쁨만을 잃어버릴까? 어쩌면, ... ... 확신할 수도 없는 그저 예감뿐인 불안함. 이런 불안감에 몸을 기대고 싶지 않다. 그저 기뻐하기로 한다. 아름다운 뜻이 아닌가. 나를... 잊지 말아요, 라니.)
안톤 셀레스:(느리게 눈을 깜박였다.) 통찰이 잘 안되시는가 봅니다. 통찰력을 좀 더 키우셔야겠군요. (당신이 언젠가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주듯, 평이한 어조로 말하다가 곧 웃어보인다. 농담이었다는 듯이.) 그렇네요. 볼 때마다 당신이 생각납니다. 당신께 의미가 된다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찬찬히 말을 나누고 있던 도중,
두 사람에게 직원이 다가와 말합니다.
"꽃이 마음에 드시나요?"
"금일 저희 레스토랑에서는 산책로의 화원에서 원하시는 꽃들을 골라 화관 또는 꽃다발을 만들 수 있는 이벤트를 진행 중입니다!"
"자유롭게 참여해주세요."
그리 말을 전한 직원이 곧 다시 자리를 뜹니다.
베르너 L. 퍼디난드:(꽃다발을 만들 수 있는 이벤트라... 나쁠 건 없지 않을까. 당신과 관련된 물건이 주변에 늘어난다는 건... 당신을 더 깊게 되새길 기회가 늘어난다는 거니까. 아, 그런데... 그게 과연 좋은 일일까? 어쩌면 더 괴로워지는 길로 향하는 것은 아닐까. ... ... 아니, 그 고민은 이미 늦었다. 당신을 받아들이기로 한 그 순간부터. 당신을 사랑한 것을 후회할 선택지를 생각했다면 애초에 당신을 사랑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받아들이고, 되새기고, 사랑하자. 눈 앞에 있는, 세상에 하나뿐인 내 사랑을.) ... 재미있는 이벤트군요. 참여하실 겁니까?
안톤 셀레스:(당신을 그저 바라보다가 웃었다. 당신의 생각이 어떤 것인지를 아는 것인지, 모르는 것인지... 이어진 질문에 느리게 끄덕였을 터였다.) 좋지요. 당신을 추억할 수 있고....우리를 기억할 수 있는 것이 늘어나지 않습니까. 그것 만으로도 행동의 의미를 가지니까요. (그렇게 말하곤 했었기에, 이번에도 변함없이 그리 말하며, 주변의 화단으로 시선을 옮겼다.)
화원에는 각양각색의 꽃들이 눈에 띕니다.
보이는 건 크게 4종류인 듯 합니다.
:베르너, 관찰.
베르너 L. 퍼디난드:
(하아...)
:(눈...감았다!) 한번 더 해봅시다.
베르너 L. 퍼디난드:
(휴)
유독 눈에 들어오는 4종류의 꽃은...
물망초,
상사화,
버드풋,
헬리오트로프입니다.
:베르너, 지능 or 교육 롤.
베르너 L. 퍼디난드:
꽃들의 꽃말이 떠오릅니다.
상사화, <덧없는 사랑>
버드풋, <다시 만날 날까지>
헬리오트로프, <사랑이여 영원하라>
물론, 이 외에도 다양한 꽃들이 있습니다.
한번... 화관이나 꽃다발을 만들어 볼까요?
베르너 L. 퍼디난드:(으음... ...)(꽃다발을 직접 만드는 건 처음인데. 꽃말에 의미를 담아서 만들어야 하는 거겠지.)
(곰곰히... 꽃들을 보며 고민하다가 안톤 쪽 한 번 바라본다...)
안톤은... 어느새 만들기에 꽤나 열중해 있는 모습입니다.
물망초와 푸른 장미... 그리고 헬리오트로프를 여럿 엮어서 작은 다발로 만들고있는 게 보이는군요.
당신은 그가 엮는 꽃다발의 꽃들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고 있습니다.
안톤 셀레스:(얼마간 다듬듯 하다가, 다 만든 모양인지 당신을 한번 곁눈질 하고는 작은 꽃다발을 내밀었다.) ...가지고 계셔주면 좋겠습니다.
베르너 L. 퍼디난드:(물망초, 나를 잊지 말아요. 푸른 장미, 기적. 헬리오트로프, 사랑이여 영원하라. 당신은 저 꽃들의 꽃말을 알고 있을까. 참 낭만적이기 그지없는 꽃말들이다. 바로 몇 시간 전까지만 했어도 아마 당신이 건넨 꽃다발 속 꽃들의 의미를 알아차리고는 행복하게 웃을 수 있었을 것이다. 허나, 지금은 왜. 어째서... 꽃말을 알고도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을까. 낭만적이고 아름답다고 가슴 깊이 느낄 수 없을까. 아니, 사실은 그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이니까. 나는 당신의 존재를 얻고, 그 대신... ... . 당신이 건넨 꽃다발을 받아들었다. 그리고는 환히 웃었다. 감정을 숨기고 연기하는 것 또한 능숙한 일이 아니던가.) 색이 예쁘군요. 감사합니다. 잘 간직하겠습니다. (온통 한색뿐인 꽃다발이다. 푸른색, 보라색... . 그냥 내 이미지인가? 그렇다면 나는 당신에게 조금 따듯한 색의 꽃다발을 선물해 줄까. 꽃말이 가진 의미에는, 이제는 그 어떤 감정도 느낄 수 없게 되었으니까. 붉은색, 노란색의 상사화, 버드풋. 그리고... 당신을 닮은 흰 백합. 세 가지 꽃을 여러 송이 엮어 만든 꽃다발을 당신에게 건넸다.)
안톤 셀레스:(환하게 웃는 당신의 표정을 바라봤을까, 이어 당신이 내민 꽃다발로 시선을 옮겼을 터였다. 시선 끝에 맺힌 꽃다발을 바라보다, 빙그레 웃으며 받아들었다.) 서로... 교환하는 기분이네요. 저야말로... 감사합니다. 소중히 여기고 싶네요. (나지막히 말하며 가만 당신이 건넨 꽃다발을 바라보는 듯 했다. 정말로 천천히, 그 시선의 끝에 전부 담아두며 기억하려는 것 마냥.)
산책을 하고... 서로가 서로를 위한 꽃다발을 교환하고 나니,
어느새 시간이 꽤 흐른 것 같습니다.
슬슬 돌아가야할 시간이 되어가는 것 같네요.
안톤은 꽃다발을 가만 바라보다가
당신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웃습니다.
"이만 돌아갈까요."
담담한 목소리가, 당신의 귓전을 울립니다.
베르너 L. 퍼디난드:... 네, 돌아가죠. (당신의 미소를 담담히 바라보았다. 부러 저도 살짝 입꼬리를 올려 보였다.)
당신의 답에 그는 느리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함께 보냈던 시간들을 뒤로하고,
돌아가기로 합니다.
...
..
.
:(To GM)rolling 1d2
(
2
)
=2
오늘 하루를 무어라 표현해야 좋을까요.
행복? 기쁨? 즐거움?
그러한 단어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게 이러한 상황에서 쓰일 만한 단어라는 것도
전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하지만,
당신은 그 기분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잊어버린 감정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
당신은 그저 말없이 발걸음만을 내딛습니다.
그러나
요란스럽게 울려오는 경적소리와,
고개를 돌리면 보이는,
당신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는 커다란 트럭에
당신의 몸이 굳습니다.
무어라 말할 새도 없이
당신을 덮친 트럭과
온통 붉은 빛으로 물든 눈앞에
반사적으로 익숙해진 생각이 반응합니다.
아 이번엔,
내가 죽는구나.
시야가 아득해져가는 와중에도,
지독하게 선명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안톤 셀레스:...이게 끝이 아닙니다. 알고 계시겠지요.
"...당신이 잊을 건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예고된 굴레 속으로 빠져드는 당신.
...
..
.
*
결핍된 사랑은 영원할 수 있을까요.
어느 날 당신이 물었고,
그 때 나는... ...
...
..
.
당신은 느리게 눈꺼풀을 들어올립니다.
무슨 꿈을 꿨던 것도 같은데...
...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당신은 꿈보다 더 꿈 같은 현실을 살고 있고,
이제 당신에겐 꿈과 현실의 경계선 따위는
별로 중요하지 않게 되었으니까요.
...
옆에는 휴대폰의 벨소리가 울리고 있습니다.
당신을 깨운 것은 이 벨소리 인가 보네요.
베르너 L. 퍼디난드:... 아. (꿈뻑꿈뻑, 느리게 눈을 몇 번 감았다 뜨고는 흐린 시선의 초점을 다시 맞춘다. 그리고 나서야 휴대폰을 집어 제대로 그 벨소리에 답할 수 있었다. 걸려 온 전화에 응답 버튼을 누르고는 잠긴 목소리로 대답했다.) 여보세요.
수화기 너머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안톤 셀레스:(들려오는 목소리에) 접니다. 이제 일어나셨습니까. 몸은... 괜찮으시려나요.
베르너 L. 퍼디난드:(예상했듯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안도감에 짧은 한숨을 내쉬고는 대답했다. 그래, 이게 원래대로의 일상이었지. 늘 반복됐던.) ...전화를 받고 잠이 깬 참입니다. 네, 몸은 멀쩡합니다. 늘 그랬듯이요.
안톤 셀레스:그렇습니까, 다행이네요. (들려오는 목소리에, 짧게 안부를 전하고 나서는 이어 입을 열었다.) 오늘은 쇼핑이라도 가실까요. 근처 백화점으로 말입니다.
베르너 L. 퍼디난드:쇼핑, 말입니까. (이쯤되니 별 생각이 들지 않았다. 당신과 함께할 수 있다면 어디든 못 갈 곳이 있으랴.) 근처 백화점... 네, 좋습니다.
안톤 셀레스:(당신의 대답에 이어) 그럼... 제가 집 앞으로 찾아가겠습니다. 준비하고 나오실 시간에 제가 맞추죠. 이후 뵙겠습니다.
안톤의 대답을 끝으로,
전화가 그대로 뚝.
끊어집니다.
전화 너머에서는 이제 아무런 목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
시간에 맞춰 온다고 했으니 준비할까요.
베르너 L. 퍼디난드:(전화기를 툭 내려놓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기지개를 한 번 쭉 켜고는 창문의 커튼을 걷고, 씻는 것부터 시작해 나갈 준비를 한다.)
당신은 익숙하게 준비를 마칩니다.
오늘의 모습도 말끔한 차림입니다.
이제 밖으로 나가볼까요?
베르너 L. 퍼디난드:(준비를 마치고는 현관문으로 걸음을 향한다. 문 앞에 다다르고 문의 잠금을 풀어 현관문을 연다.)
문을 열자,
앞에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말끔한 모습의 안톤이 서있습니다.
시간에 맞춰온다더니, 정말로 맞춰와줬네요.
사실, 새삼스럽지도 않습니다.
안톤 셀레스:오셨습니까, 오늘도 말끔하시네요. 그럼... 갈까요?
베르너 L. 퍼디난드:... 당신도 마찬가지로요. 네, 출발하죠.
안톤은 당신을 가만 바라보다가 네, 그러죠. 하고 짧게 답하고는
먼저 걸음을 옮깁니다.
...
..
.
어느새 백화점 앞에 도착했습니다.
근처에 하나밖에 없는 백화점이라 그런지
안은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별로 다양한 시설이 있진 않지만 ...
시간을 때우기에는 좋을 것 같습니다.
:향할 수 있는 곳으로는 놀이방, 의류 매장, 식료품 매장 이 있습니다.
베르너 L. 퍼디난드:(생각보다 많군...)
(어디로 가는 게 좋을까? 안톤 흘깃 봄...)
안톤 셀레스:(눈 깜박이다가 당신 시선에 따라 시선 맞춰봄...) 어째 제게 묻고싶으신 눈치십니다.
베르너 L. 퍼디난드:(눈꿈뻑...) 그야... 전 어딜 가든 상관 없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당신이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그곳으로 가죠.
(To GM): 2
안톤 셀레스:(곰곰...) 그렇습니까. 그럼 의류 매장으로 가보는건 어떻습니까. 당신께 잘 어울릴 옷이라든가...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군요.
베르너 L. 퍼디난드:의류 매장... 그렇군요. (끄덕...) 그 곳으로 가 볼까요. (의류 매장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안톤 셀레스:(따라 끄덕이고는 당신을 따라 걸음을 옮겨)
두 사람은 의류 매장으로 향합니다.
여러 옷가게 브랜드들이 밀집 되어있는 곳입니다.
캐주얼 브랜드부터 정장 전문, 스포츠 브랜드까지 다양하군요.
:베르너, 1D3 굴려볼까요?
베르너 L. 퍼디난드:rolling 1d3
(
1
)
=1
캐주얼 브랜드 쪽에서 점원이 눈에 불을 켜고 다가옵니다.
베르너 L. 퍼디난드:(?)
"어머, 두분 비주얼이 아주 좋으시네요!!"
"이번에 저희 브랜드에서 새로 런칭한 의상들이 굉장히 많은데, 한번 둘러보고 가시지 않으시겠어요?"
점원이 아주 적극적으로 호객행위를 하며...
거절 할 새도 없이 두사람을 브랜드 매장으로 끌고갑니다.
이름난 브랜드 매장인 만큼 각양각색의 의상들이
전부 꽤나 고급스러워 보입니다.
베르너 L. 퍼디난드:(음... ...)(평소에... 전혀 안 입는 타입의 옷들 봄...)
안톤 셀레스:(빤................ 캐주얼 룩 입은 베르너 님.......?)(절대 상상안됨)
하지만... 입는다면 잘 받을걸 알고있어.
^^
베르너 L. 퍼디난드:(??)
안톤은 어느새 옷을... 뒤적이는 모습입니다.
베르너 L. 퍼디난드:(본인이 입을 걸... 찾는 거겠지?)(그렇겠지?)
캐주얼이라고 해도 말이죠. 반드시 그런 복장만 있는건 아니니까요.
안톤 셀레스:캐주얼 룩은... 평소에도 잘 안 입으시니 말입니다. (뭔가 한아름 들고옴)
베르너 L. 퍼디난드:(...?????)(안톤 봄)(한아름 안긴 옷들 봄)(안 봄)
안톤 셀레스:(빤............) 한 번 입은걸 보고 싶은데요.
후드나... 그런 쪽은 바라지 않겠습니다만, 캐주얼 정장이라면 어떻습니까?
라고 안톤이 말함과 동시에,
기다렸다는 듯 점원이 캐주얼 정장이 잔뜩 걸린 행거를 들고옵니다.
안톤 셀레스:평소 입으시던 것들 보다는 가벼운 느낌이시겠지만요. 이정도면 나쁘지 않다 생각합니다.(눈깜박)
베르너 L. 퍼디난드:(가벼워도 어쨌든 결국 정장이 되는군...) ... 마음대로 하십시오. 입어 드리죠.
안톤 셀레스:(후드티나 맨투맨 입어달라하면... 입어주십니까?)(궁금)
베르너 L. 퍼디난드:(솔직히 못 입을 것까진 없긴 한데... 본인의 기분이 굉장히 묘해질 것 같다는 눈)
안톤 셀레스:(빤) 정말로 캐주얼 틱한 걸 입으신 것도 보고싶네요.
베르너 L. 퍼디난드:(흠..........................)
하얀색 맨투맨에 청바지, 까만 캔버스화는 어떨까?
베르너 L. 퍼디난드:(구체적이군...)
(입어주라)
(모자도 써주라)
베르너 L. 퍼디난드:(한숨 한 번 쉬고... 좀... 주섬주섬 옷들 집어 보나...)
귀여울거야!
안톤 셀레스:(당신이 옷들 집는거 멀뚱 보다가) 잘 어울릴 거 같습니다.
모자는 까만색....
베르너 L. 퍼디난드:... ... 정말 굳이 봐야겠습니까? 한 번도 안 입어 봐서 어떨 지는 본인도 모릅니다. (하얀 맨투맨, 청바지, 까만 캔버스화, 까만 모자 받아들고...)
안톤 셀레스:인물이 좋으니 뭘 입어도 잘 받을 것 같습니다만. (표정하나 안 변하고 말하며) 조금... 기대하고 있죠.
베르너 L. 퍼디난드:(돌겠네...) ... 어쩔 수 없죠. 옷 하나 입는 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옷가지들 들고 피팅룸으로 들어간다...)
안톤 셀레스:(왜... 도는거지...?) 좋습니다. (끄덕끄덕)
기대만발~~
당신은 옷들을 받아들고 피팅룸으로 들어갑니다.
익숙하지 않은 복장이긴 한데... 그래도 입으면 잘 어울리지 않을까요?
베르너 L. 퍼디난드:(주섬주섬 옷 갈아입고... 의상을 모두 착용한 뒤 좀 뻘쭘한 표정으로 피팅룸 바깥으로 나온다... 그리고 전신거울에 비춰본 본인을 본다.)
(전혀 안 어울리는 것 같지만... 역시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다. 완벽한... 얼굴과... 비율이... 안 어울리는 옷마저 살린다.)
와!
설마요, 아주 잘 어울리는거 아닐까요?
:베르너, 외모 롤 굴려봅시다.
베르너 L. 퍼디난드:
역시 패완얼.
패션의 완성은 얼굴.
복장은 완전 베르너 L. 퍼디난드를 위한 옷마냥........
원래 당신의 그 수많은 드레스 룸에 있던 것 마냥.....
굉장히 잘 어울립니다!
안톤은 당신이 나온 것을 발견하고는 어느새 곁에 다가옵니다.
안톤 셀레스:(당신의 모습을 눈으로 한 번 훑더니) 제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잘 어울리신다고요.
베르너 L. 퍼디난드:... ...? 그렇습니까. (본인은 여전히 인정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안톤 셀레스:(왜지...) 네, 굉장히 잘어울립니다. 보기 좋습니다. (얼굴 빤히 봄)
베르너 L. 퍼디난드:뭐... 당신 눈에 그래 보인다면 그런 거겠죠. (머슥;) (그럼 이 옷은... 사야 하나?)
안톤이... 어느새 카드를 꺼내듭니다.
베르너 L. 퍼디난드:(진심일까?)
안톤 셀레스:어느 차림이든 저는 좋습니다만... (빤히보다가) 지금의 베르너 님은, 귀엽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게 별로면... 캐주얼 정장도 있습니다. (힐끔) 어느 쪽이건 잘 어울리실겁니다.
베르너 L. 퍼디난드:(정말 이것저것 입혀 보고 싶어하는군...) 그것도... 입어 봐야 합니까?
안톤 셀레스:입고 다니시기 익숙한 쪽이 좋지 않겠습니까. (라고 말하면 본래 복장이 가장 익숙하겠지만... 의류 매장에 온 이상 이건 불가능하다)
그거 입고 다니는 거도 귀여울 것 같긴 하지만요.
개인적으론... 멜빵을 입혀보고싶지만... (??)
베르너 L. 퍼디난드:입고 다니기 익숙한 쪽이라면... 확실히 저것(맨투맨) 보다는 저 쪽(캐주얼 정장)이 나을 것 같긴 합니다. 저건(맨투맨)... 입고 바깥을 나돌아다닐 자신은 없군요.
안톤은 당신의 말에 가볍게 끄덕입니다. 예상했다는 모양입니다.
그와 동시에, 점원이 당신에게 캐주얼 정장 한세트를 건넵니다.
이건... 세미정장이라고 하던가요?
안쪽으로 검은색 면 티에, 위아래로 회색조의 겉옷과 바지가 한 세트입니다.
구두도 따로 준비되어 있군요... 안톤이 고른걸까요?
어울릴만한 것으로 고른 모양인지 입기에 무리는 없어보입니다.
베르너 L. 퍼디난드:(어느 쪽이든 평소에 입고 다니는 것보다 훨씬 가벼운 느낌이긴 하지만 아까 것보다는 확실히... 그래도 입을 만 한 것 같다.(?) 이런 안톤의 패션 감각은... 어디서 오는 걸까?...)(옷을 받아 들고 피팅룸으로 들어갔다.)
뛰어난... 관찰력의 산물이라고 하자!
당신은 옷을 받아들고 피팅룸으로 들어섰습니다.
:베르너, 행운 롤 굴려봅시다!
베르너 L. 퍼디난드:
:.
베르너 L. 퍼디난드:(?)
옷을 얼추 입은 것 같은데... 어째 마이가 살짝 큰 느낌이...
안톤에게 보여줘볼까요?
베르너 L. 퍼디난드:(어쨌든 나가려면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일단은 나가 본다.) 이거 사이즈에 미스가 좀 있는 것 같은데...
안톤 셀레스:(멀뚱...) 제가 걸쳐봤을 땐 딱 맞았는데...
베르너 L. 퍼디난드:(저 사람이랑 나랑 체격차가 그렇게 났던가...?)
안톤 셀레스:...그새 야위신 겁니까?
베르너 L. 퍼디난드:(????)
3KG의 차이는...
컷나봅니다.
베르너 L. 퍼디난드:(3kg 차이가... 컸... 컸나?... ... 아니... 내가 좀 더 빠진 걸수도...)
안톤은 가만 당신을 보다가, 조금 가벼운 어투로 이어 말합니다.
안톤 셀레스:농담입니다. 일부러 한 사이즈 큰걸로 집어봤거든요. (마이 툭툭 털어드리더니 그대로 잡고) 벗으시는게 좋겠죠.
베르너 L. 퍼디난드:... 그렇습니까. (짧게 한숨 내쉬고... 마이 잡아주자 그대로 벗는다.)
안톤 셀레스:(가만 보다가, 당신이 벗은 마이를 종업원에게 건네주고 준비해뒀던 것으로 다시 걸쳐줘) 조금 큰 사이즈를 입으시면 느낌이 어떨지 궁금했거든요.
베르너 L. 퍼디난드:그런 이유였습니까? 그래서 조금 큰 것을 입은 걸 본 감상은 어떻습니까. (당신이 걸쳐 준 마이를 입으며)
안톤 셀레스:(눈을 깜박이다가) 그것도 괜찮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큰 옷이더라도... (뭔가 생각하더니) 아마 귀여우셨던 것 같네요.
베르너 L. 퍼디난드:귀엽다... (눈 한 번 둥글게 떴다가...) 그렇습니까. 평생 살면서 들을 귀엽다는 소리를 당신 혼자서 나한테 하루에도 몇 번씩은 하는 것 같습니다. (농조였지만 어쨌든 진심이다.) 나쁘진 않았다니 다행이군요. 뭐... 결국 딱 맞는 사이즈의 옷을 살 테지만요.
안톤 셀레스:그렇죠. 그 편이 편하실테니까요. (느리게 끄덕였다.) 예전부터 그렇게 말했었으니까요, 지금 모습을 봤었을 때도 그럴거라고 생각합니다. (살짝 으쓱이고) 네, 결제는 미리 해두었습니다. 입고 오신 건, 따로 챙겨 집으로 보내두라 해두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베르너 L. 퍼디난드:예전부터... 네. 그랬었죠. (만난 지 며칠 지나지 않았는데도 한 번 들었던 기억이 있다. 이어 오는 당신의 말에 동공을 조금 키웠다. 이런 데에서 이렇게까지 빠르고 철저한 사람이었던가?) ... 고맙습니다.
안톤 셀레스:(당신의 대답에 끄덕였다.) 그럼... 슬슬 갈까요. 다음은 어디로 가고 싶으십니까?
:갈 수 있는 곳은 놀이방과 식료품 매장이 있습니다.
베르너 L. 퍼디난드:음... (...) (놀이방은 뭐하는 곳인지 좀 궁금해지나... 그러니까 맨 마지막에 가자.) 식료품 매장부터 들릴까요?
안톤은 당신의 말에, 그러죠. 하고 짧게 대답하고는
당신을 데리고 식료품 매장쪽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매장을 나설 때, 점원들이 다들 환히 웃으며 인사를 하며 보내줍니다.
걸음을 옮겨 도착한 식료품 매장은
신선하고 깨끗한 식료품들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군데군데 맛있어 보이는 시식 코너도 있군요.
소고기, 육회, 소시지... ....
어째 고기가 눈에 들어오는건 기분탓입니다.
베르너 L. 퍼디난드:(?)
지나가며 몇개 시식해보는건 어떨까요?
안톤 셀레스:오늘치 식사는... 안 하셨으니, 한 두개 정도 먹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습니다.
베르너 L. 퍼디난드:그러고 보니 그렇군요. (고개 끄덕... 그닥 배고프다고 느끼지 않았으니 맛만 보는 건 나쁘지 않겠다. 근처에 있는... 소시지 한두 개 꼬치로 집어서 입에 넣어 보나...)
:베르너 행운 롤!
베르너 L. 퍼디난드:
음~~
소시지의 맛이 아주 좋습니다.
시식코너에서 내기엔... 아까울 정도라는 생각이 듭니다.
심하게 짜지도 않고... 간도 되게 잘 되어있어서 그런지
당신의 입맛에 딱 맞는군요.
베르너 L. 퍼디난드:(오...)
(역시 독일...)
안톤 셀레스:(역시 독일...)
맛이 꽤 마음에 드시는 모양입니다. (념)
베르너 L. 퍼디난드:네, 나쁘지 않군요. (한 개 더 집어먹고 하나 살까 고민해 봄...)
안톤 셀레스:그렇습니까. 저도 괜찮은 것 같네요. (당신을 가만 보다가) 하나 살까요, 나중에 해드리죠.
베르너 L. 퍼디난드:좋습니다. (고개 끄덕이고 뒤에 포장된 채 진열되어 있는 소시지 집어든다)
소시지를 사기로 했습니다.
안톤이라면 이것보다 더 맛있게 조리해주겠죠?
기대... 나 행복의 감정은 들지 않지만, 그래도 그럴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해준다는 것에 의의를 둘까요.
안톤 셀레스:(당신이 하는 것을 가만 보다가) 다른 곳도 보러가실 거지요?
베르너 L. 퍼디난드:네. 계속 여기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구경차 놀이방으로 갈까요?
베르너 L. 퍼디난드:(딱히 장을 보러 온 건 아니었으니... 소시지도 건졌겠다, 이만 놀이방으로 가도 될 것 같다. 놀이방으로 향한다.)
식료품 매장을 나서서 놀이방으로 가기로 합니다.
여긴...
영유아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방입니다.
베르너 L. 퍼디난드:(이럴 줄 알았다)
실내 미끄럼틀과 커다란 볼 풀,
아기자기한 소꿉놀이 세트 등이 보입니다.
어린이가 아니어도 입장은 가능합니다만................
들어가긴 역시 무리겠죠.
안톤 셀레스:(멀뚱...) 어릴 적에 이런 곳에서 놀아보신 적은 있으십니까?
베르너 L. 퍼디난드:(음...........) 아뇨... 이렇게 백화점 같은 곳에서 지나치기만 했지, 한 번도 들어가본 적은 없습니다.
안톤 셀레스:하긴... 그러실 것 같았습니다. (흘긋 보고는) 더 볼게 없을 것 같은데... 마저 가실까요.
베르너 L. 퍼디난드:(고개 끄덕...) 네. 또 갈 곳이 있었던가요?
안톤 셀레스:(잠깐 생각하다가) 특별히 더 갈 곳은 없지만요. 밖으로 나가서 산책을 하는 것도 괜찮겠습니다. 내내 실내에 있었으니까요.
그러고보니 백화점 안에서 시간을 보낸지도 꽤 되었습니다.
어째 시간이 갈 수록 인파가 좀 몰리는 기분이네요.
안톤 셀레스:소란스러운건 싫어하시지 않습니까.
베르너 L. 퍼디난드:... 그렇죠.
안톤은 당신을 보다가 고갤 살짝 기울이더니,
"그럼 슬슬 갈까요. 더 몰리기 전에." 하고 덧붙입니다.
그러고서는 먼저 걸음을 옮기네요.
베르너 L. 퍼디난드:(먼저 걸어가는 당신을 담담한 표정으로 뒤따랐다.)
확실히 시간이 지날 수록,
더 많은 인파가 몰린다고 생각될 때 쯤...
멀리서 확성기를 든 사람이 나오더니
'타임세일입니다! 선착순 50분!'
하고 소리를 외칩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안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한 곳으로 더 많이 몰려들기 시작합니다.
...
앞다투어 가려는 사람들을 헤쳐가다
옆사람이 휘두른 팔에 맞아버린 당신은,
잠깐 비틀거린 사이에 안톤을 놓쳐버립니다.
무슨 걸음이 그리도 빠른지,
순식간에 뒷모습조차 찾을 수 없게 됐습니다.
정말로 한 순간에, 순식간에 일어나버린 일입니다.
이렇게 쉽게 놓쳤다고요?
이렇게 쉽게 멀어졌다고요?
당신이 기억하는 그라면 절대 이럴리가 없습니다.
...
들려오는 소음에 귀가 쑤십니다.
그 자리에 가만히 서있으며
눈짓으로만 안톤을 찾기를 몇 분이었을까요.
이내 휴대폰의 벨이 울립니다.
베르너 L. 퍼디난드:... ... (혼란스럽다. 소란과, 그 속에서 다른 사람의 팔에 맞은 것과, 그를 놓친 것과, 이해되지 않는 그의 행동까지. 이 상황 하나에서 머릿속을 어지럽게 만드는 것이 벌써 몇 가지인가. 애써 불쾌함을 억누르고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수신했다. 발신인은, 아마 당신이겠지.)
예상했듯이, 전화를 받자 그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안톤 셀레스:아까,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서 엇갈려버린 것 같습니다.
거기 계속 계시던 거라면, 앞쪽으로 조금만 더 걸어오십시오.
그 말을 끝으로 안톤이 먼저 전화를 끊습니다.
베르너 L. 퍼디난드:허... (짧은 탄식을 내뱉으며 더 이상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는 전화기를 들고 잠시간 계속 서 있었다. 당신의 태도에 대해 기분 나쁨을 느낀 것이 아니라... 의문을 느꼈다. 내가 알던 사람은 이러지 않지 않았는가. 찝찝한 감각이 기어오른다. ... ... 문득 며칠간, 아니... 반복된 몇 번의 하루간 나를 계속 괴롭혔던 어지러운 생각들이 다시금 뇌리를 스친다. 무언가를, 더 잃어버리기라도 한 걸까. 귀에 가져다 대었던 휴대폰을 팔을 내림과 함께 주머니에 도로 넣어 버리고, 당신이 말한 대로 그저 아무 말 없이 앞쪽으로 걸어나갔다.)
...
안톤의 말대로 조금만 더 걸어가니
안톤의 뒷모습이 보입니다.
그리고 곧, 당신의 발걸음에 돌아보는 안톤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당신은 깨닫습니다.
저 눈에는 잠시나마 헤어졌던 것에 대한
일말의 걱정도, 불안도,
그 무엇도 담겨있지 않다고.
안톤 셀레스:얼굴, 멍 들으셨네요.
'어쩌다 이리 되셨습니까.'
그리 묻는 한 줌의 다정함조차...
이제는, 존재하지 않다는 것을.
또,
안톤 셀레스:베르너 님. 지금 기분은 어떠십니까?
...
당신을 잃어버리는 줄 알았습니다, 걱정했습니다.
라고 답할 수 없는 당신도
마찬가지가 되었음을.
이성치 체크.(SANC)
베르너 L. 퍼디난드:
1D4.
베르너 L. 퍼디난드:rolling 1d4
(
1
)
=1
이성치 -1 감소.
(To 베르너 L. 퍼디난드): 당신은 '안톤 셀레스에 대한 걱정, 슬픔, 두려움'의 감정을 잊습니다.
베르너 L. 퍼디난드:... ... 아. (아까는 한숨 섞인 탄식이었다면, 지금은... 아무 말 도 낼 수 없어 그저 내뱉은, 의미 없는 일 초짜리 목소리일까. 단순이 불안감으로 가지고 있던 모든 예상들이 현실이 되어 심장을 꿰뚫는다. 계약의 대가라는 것이 이런 거였나. 당신의 존재만으로 그저 만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 만족할 수 있는가. 만족하고 있는가. 내게 그 어떤 다정함도 보이지 않는 당신을 보면서 아무런 불안감도 느끼지 않을 수 있는가. 두려움이 엄습해 어깨를 짓누른다. 빛을 잃은 동공이 파르르 떨린다. 아무 행동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이마저도, 당신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나 자신이 느끼게 될 상실감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 호흡을 멎게 만든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당신에 대한 기쁨도, 행복도, 이제는 두려움도, 걱정도 잃었다면. 앞으로는. 나와 그에게서 무엇을 얼마나 더 가져가야 만족한단 말인가. 우리는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것을 잃어야 한단 말인가. 당신 또한 이런 상황을 각오하고 계약서를 찢었을까. 언젠가 당신이 내게 했던 질문을 떠올린다. 결핍된 사랑도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당신은 왜 내게 그런 질문을 했는가. 당신은 지금 혼란스럽지 않은가. 우리는 똑같이 사랑하지 않았던가. 끝도 없이 차오르는 의문이 대뇌를 잠식시킨다. 여전히 떨리는 동공으로 당신의 눈을 바라보았다. 한 쪽 뿐인 눈일지라도 그 눈에는 초점과 생기가, 그리고... 다정함이 온전히 담겨 있을 터였다. 그런데, 지금 당신은... 그 눈에 무엇을 담고 있는가. 당신의 눈빛이 오른쪽의 푸른 의안과 똑같은 투박함으로 다가온다. 한참 동안 정적에 머물렀다. 그 소란스러운 백화점 속에서, 영화의 연출마냥 배경의 사운드가 아웃되고, 시간이 멈춘 듯한 정적만을 느낀다. 나는, 그리고 당신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우리는 앞으로도 사랑할 수 있는가. 아니, 내가 계약을 하고 시간을 되돌렸을 때부터. 철골에 깔려 죽은 당신의 진짜 죽음을 맞이하고 결국 시간을 되돌리는 데 성공한 다음날 나를 안아 주던 그 순간부터, 우리는 사랑하고 있었는가. 그저 일말의 희망을 품고 상대에 대한 의무와 책임으로써 행동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눈을 질끈 감았다가 느리게 떴다. 지금 기분이 어떻느냐고 물었는가. 당신에게서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이 상황에 대해서는... ... 굳이 당신에게 말할 필요가 있을까. 복잡한 머릿속에서 아무 거나 생각나는 단어를 건져 대충 뱉어낼 뿐이었다.) ... 소란 때문인지, 그저 좀 피곤하군요. 어서 돌아갈까요.
당신의 침묵과 대답을 그저 무감정한 얼굴로 바라보던 안톤은,
안톤 셀레스:잊으신 건 왜 이렇게나, 알기 쉬운걸까요.
하고, 짧은 대답을 했습니다.
네, 그럼... 돌아갈까요.이어 덧붙인 안톤은 먼저 등을 돌립니다.
...
..
:(To GM)rolling 1d2
(
1
)
=1
기계적인 엘레베이터의 소리가 들립니다.
두 사람이 엘레베이터를 타고,
이제는 건조함만이 남은 공기 속에서
당신과 내가 걷는 길이
걷기로 약속했던 길이
이렇게 메마르고 척박했던 적이 있던가.
저절로 그런 생각이 들게 하는 시간이 이어집니다.
함께하는 길을,
침묵이 집어삼킵니다.
침묵이 잠식한 공간 속,
별로 고층이 아님에도 느릿이 내려가던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덜컹,
불길한 소리를 내며 멈춥니다.
...
버튼은 먹통이고,
비상연락 인터폰 또한 불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몇 번 더 덜컹이던 엘레베이터는
이내 빠른 속도로
...
낙하하기 시작합니다.
무덤덤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안톤 셀레스:이번엔 누굴까요.
사실, 전 단 한 번도...
당신이 죽는 것에 익숙했던 적이 없었습니다
안톤 셀레스:...이젠 당신이 눈에 보이지 않아도,
아무렇지도 않은 제가 가장 낯설게 느껴지는군요.
아무래도 상관 없으려나요.
그 말을 끝으로
쾅!
하는 파열음이 당신의 귓전을 때리고,
이어진 충격에 시야가 흐려집니다.
콜록, 콜록,
거친 숨을 내뱉으며
무너진 엘리베이터를 더듬던 당신은,
깨진 유리파편이 꿰뚫은 ...
안톤의 마지막 모습을 눈에 담으며
의식을 잃습니다.
...
..
.
*
전부 잊어도, 전부 잃게 되어도 사랑하는 게 가능할까요?
어느 날 당신은
내 앞에서 울었다.
...
..
.
당신은 느리게 눈꺼풀을 들어올립니다.
무슨 꿈을 꿨던 것도 같은데...
...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당신은 꿈보다 더 꿈 같은 현실을 살고 있고,
이제 당신에겐 꿈과 현실의 경계선 따위는
별로 중요하지 않게 되었으니까요.
...
가만히 눈을 깜빡이며
어제,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미래가 되었을 그 순간을
떠올려 봅니다.
안톤이 그 엘리베이터에서 죽었고,
그 뒤는 깊게 생각해보지 않아도 뻔한 결말.
눈을 뜨면, 언제나처럼 시간이 되돌아가
또 다른 시작을 이어갈 것이므로.
...
그나저나,
이쯤 되면 안톤에게 연락이 올텐데
웬일인지 휴대폰이 잠잠합니다.
모든 것이 익숙한 이 순간,
단 한 가지 다른 것은
연락도, 방문도 없는 안톤을
걱정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
함께 보낼 시간을 기대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
혹여 또 시간이 되돌아가지 않은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은 들어도 ...
그다지 상관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는 점.
...
마지막으로,
허공에서 찢어진 종이 조각이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 계약서 】
당신은 당신의 소중한 시간을 되돌리기 위하여 또 다른 소중한 것을 희생할 수 있습니까?
희생할 그 어떤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중요한 것일 수도 있고, 어쩌면 당신은 이 계약을 후회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에게는 선택의 폭이 그다지 넓지 않음을 당신도 알고 있을 것입니다.
위 사항에 동의하신다면 본 계약서를 찢어주세요.
부디, 현명한 선택을 하시길 바랍니다.
...
P.S. 결정에 도움이 될까 하여 덧붙입니다.
당신이 사랑하는 그 사람 또한,
똑같은 계약서를 작성한 바 있습니다.
.
.
.
계약 만료.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마지막으로,
'베르너 님. 지금 기분은 어떠십니까?'
그 질문에,
이젠 정말로 답할 것이 아무것도 없어졌다는 것.
이성치 체크. (SANC)
베르너 L. 퍼디난드:
1D4+1
베르너 L. 퍼디난드:rolling 1d4
(
1
)
=1
이성치 -2 감소합니다.
(To 베르너 L. 퍼디난드): 당신은 '안톤 셀레스에 대한 애정, 호의, 사랑'의 감정을 잊습니다.
베르너 L. 퍼디난드:(건조하다.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는다. 뭘까? 이게 뭘까. 그래... 잃었다. 당신에 대한 모든 감정을 잃어버렸다. 그런데... 이제는 그 잃어버린 것에 대한 상실감마저 들지 않는다. 이 감정을... 뭐라고 정의해야 할까? 마치 모든 것이 다 없었던 일 같다. 당신과의 첫만남부터, 당신과 죽도록 사랑했던 그 순간까지. 그저... 이성적으로 남겨진 기억만이 머릿속에 자리한다. 내가 당신을 거부했던 이유는, 당신에 대한 상실감을 두려워해서였다. 당신을 잃었을 때 느낄 빈자리를, 그 끔찍한 절망이 죽도록 두려워서. 그런데 이제는... 그 상실감도, 두려움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사랑했던 시간들에 대한 소중함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 당신을 사랑했었지. 그런데 사랑이 뭐였더라. 당신은 내게 어떤 존재였더라. 나는 당신을 보며 무엇을 느꼈더라. 수면 시간을 걱정했던 시간, 고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던 시간, 당신에게 내 두려움을 내비쳤던 시간. 모든 기억이 또렷하다. 하지만 더이상 그 기억 속에서 어떠한 감정도 찾을 수가 없다. 그저 존재, 그뿐이다. 그래. 존재. 나는 당신의 존재만으로 만족할 수 있다고 믿었기에 계약서를 찢었다. 그런데... 이걸 만족한다고 말할 수 있나? 애초에 잃은 것에 대한 상실감조차 느낄 수 없다면 그것을 잃었다고 말할 수 있나? 잃는다는 것은, 상실감을 느끼기에 잃는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나? 잃은 느낌조차 들지 않는다면 그것은 잃은 것이 아니지 않은가?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 머릿속이 백짓장처럼 새하얗게 비워졌다가 새까만 의문들로 다시 차오른다. 당신에게 전화를 걸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면, 나갈 준비를 마치고 문을 열면 당신이 서 있을 것이라는 기대조차 들지 않는다면... 나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무한한 하루의 반복 속에서 홀로 갇혀 있어야 하는가? 애초에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 이 하루의 반복은 왜 계속되고 있는가. 왜 변화를 일으켜 나와 그에게서 감정을 빼앗아 갔는가. 우리는 얼마나 더 많은 하루를 반복해야 하는가. 머리가 지끈거린다. 평소에 느꼈던 두통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통증이 뇌리를 잠식하자 머리를 부여잡고 몸을 일으켰던 침대에 다시 털썩 주저앉는다. 나는, 이제는 아무것도 남지 않은 하루 속에서, 앞으로는 어떻게... ... . 영원히 반복되며 찾아오지 않는 미래는 당신이 있기에 괜찮았다. 당신과 함께했기에 두렵지 않았다. 그러나 당신이 내게 아무런 의미를 갖지 않게 된 지금은... 그저 나의 시간이 이곳에서 멈춘 것이 아닌가. 정말 살인자로 내몰려 감방에 쳐넣어지든, 영원히 반복되는 아무 의미 없는 하루를 홀로 살아가든 마찬가지의 선택지가 아니었나. 내 인생에 무슨 재앙이 찾아온 것인가.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 어떤 해결 방법도 이성적으로 떠올릴 수 없었다. 웅웅대는 머릿속에서는 내뱉을 탄식도 건져올릴 수 없었다. 나는. 나는... ... 어떻게 해야 하지?)
더이상의 어떤 감정도 느낄 수 없게 되어버려,
이제는 '상실'이 무엇인지도 더이상은 알 수가 없게되어버린,
애초에 당신이 두려워 했던 것에 대한 그것마저도,
그 무엇도, 그것에 대한 어떠한 감정도 남아있지 않게되어버렸습니다.
안톤 셀레스는,
당신에게 이제는 무슨 의미를 갖는걸까요.
당신에게 무슨 의미를 줄까요.
당신이 존재로서 여겼다. 라는...
과거의 기억만이,
그저 그가 당신에게 의미를 가졌었다.
라고,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지금의 안톤 셀레스는 당신에게 어떤 존재로 남을까요?
어떤 의미로.
...
휴대폰의 벨이 울립니다.
베르너 L. 퍼디난드:... (질끈 감았던 눈을 게슴츠레 뜨고 발신인도 확인하지 않은 채 전화를 받았다. 발신인이 당신일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나온 말은,) ... 누구십니까.
수화기 넘어로 잠시의 침묵, 이어서.
안톤 셀레스:당신도 받으셨지요. 끝난 계약서 말입니다.
이제는 아무런 온기도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당신께 해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안톤 셀레스:제 집에 와 주세요. 기다리겠습니다.
뚝.
그렇게 남긴 말 만으로,
전화가 끊어집니다.
이제는 아무 상관도 없는데,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베르너 L. 퍼디난드:... ... (할 얘기가 있다라. 그래, 혼자 생각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을까. 당신이라면 무언가를 알고 있겠지. 근처의 선반에서 진통제를 한 알 꺼내 먹고 나갈 준비를 마쳐 당신의 집으로 향했다. 이제는 추억이라고 할 수 없는, 아무런 감정도 남지 않은 기억뿐인 길으로.)
당신은,
밀려오는 두통을 억누르며
가까스로 안톤의 집으로 향하기로 합니다.
감정이 사라져, 기억만이 남아버린 그 길을 따라서요.
...
..
.
안톤의 집 앞에 다다라서야,
한 가지 떠오르는 사실이 있습니다.
시간을 반복하게 된 이후로 ...
단 한 번도,
안톤의 집에 들러본 적이 없다는 것을.
초인종을 누르면 인터폰 너머로 안톤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문은 열어두었습니다. 들어와주십시오."
베르너 L. 퍼디난드:... (말없이 문을 열고 들어간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풍경에 당신은 잠시 할 말을 잃습니다.
현관에서부터 벽까지 빈틈 없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색색깔의 포스트잇과
그걸로도 부족한지
벽을 붉은 색 물감으로 칠해 적은 한 문장,
'당신을 잊는 나를 기억해주세요.'
베르너 L. 퍼디난드:... ...? 이게 다 무슨... (커진 동공으로 집안과 당신을 번갈아 본다.)
문을 열은 그 앞에, 안톤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현관을 따라 늘어진 복도와 벽을 가득 메운...
그것들이 전부입니다.
베르너 L. 퍼디난드:(그럼... 안톤은 어디 있지? 할 얘기가 있다면 나와서 해야 할 것이 아닌가. 집안으로 들어가 주변을 둘러본다.)
당신의 기억 속, 그의 방의 위치가 떠오릅니다.
이제는 나와보지도 않는 걸까요.
베르너 L. 퍼디난드:... ... (당신의 행동을 통해 당신에게서 내가 갖는 의미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더 이상 포기하기로 한다. 나에게서도 당신은 이젠 아무런 의미도 갖지 않으니까. 기억하고 있는 그의 방으로 들어가 문을 열었다.)
당신은 기억을 따라,
안톤의 방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깁니다.
방으로 향할 수록 꽃향기가 짙어지는가 싶더니,
방문 앞에 다다르자 안 곳곳에 가득 쌓인 물망초들이 보입니다.
닫혀 있는 문을 열자,
내부는 더욱 푸릅니다.
:베르너, 관찰 or 자료조사.
베르너 L. 퍼디난드:
그 푸른 물망초들이 가득한 방 안에서,
당신은 유독 눈에 들어오는 것들을 발견합니다.
<꽃병의 물망초>,
책상 위 <물망초 꽃다발>,
<물망초 화분> 사이사이에 낀 종이들.
베르너 L. 퍼디난드:(그는... 이 방에도 없는가? 방에 있는 물망초들을 살펴 보면 되나?)
방에서는 푸른 물망초와 그 사이에 끼인 종이들만이 있을 뿐입니다.
확인해볼까요?
베르너 L. 퍼디난드:(확인해 본다.)
:어느 것부터 확인할까요?
베르너 L. 퍼디난드:(꽃병의 물망초부터 확인해본다.)
꽃병의 물망초 사이에 하얀 종이가 끼워져있습니다.
_
잊지 마.
절대로 잊어선 안 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베르너 L. 퍼디난드.
내 모든 믿음과 마음을 바친 사람.
_
베르너 L. 퍼디난드:... (무덤덤한 표정으로 펼쳐 봤던 종이를 다시 접어 원래 자리에 되돌려놓는다.)
(책상 위 물망초 꽃다발을 확인한다.)
책상 위의 물망초 꽃다발에 있는 하얀 종이가 눈에 들어옵니다.
_
저는 당신을 사랑하기 위해 잊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부 잊어서 그 사랑조차 이해할 수 없게 된다면 저는 어떡하죠?
_
베르너 L. 퍼디난드:(내용을 읽고 나서 종이를 다시 되돌려 놓고 물망초 화분을 살펴본다.)
물망초 화분에도 하얀 종이가 놓여있습니다.
_
나를 기억하는 당신을 잊을게요.
_
...
..
그 종이를 읽고 있을 때 쯤,
누군가 방으로 들어옵니다.
안톤 셀레스:베르너 님.
베르너 L. 퍼디난드:... ... 예.
안톤 셀레스:(느리게 눈을 깜박이며 당신을 응시하다가) 앞서 맞이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베르너 L. 퍼디난드:... 괜찮습니다, 그런 것쯤은. (이제 와서는 소용 없는 일이 아닌가.)
안톤 셀레스:네, ...그러시겠죠. (책상 위의 물망초를 바라봤다가, 다시 당신에게 시선을 보내며) 당신께 해드릴 이야기가 있어 이리 걸음 하시게끔 했습니다.
베르너 L. 퍼디난드:(온통 푸른색인 주위를 한 번 둘러보다가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그 얘기를 들으러 왔습니다. 해주십시오.
안톤 셀레스:(별 다른 표정의 변화 없이 여전히 응시하며) 당신께서도 지금이라면, 아니... 이 이틀간 직접 겪어 알고 계셨겠지요. 당신이 지녔을 감정의 기억이 사라질 때마다, 다시 되돌아가는... 루프 현상을 겪는다는 것을 말입니다.
이곳은... ...다른 차원입니다. (눈을 잠시 내리감았다가 떠올리며) 저희가 머물던 세계와는 전혀 다른, 당신과 저는 형용할 수 없는 존재에게 잡아먹혀 이 곳으로 오게되었다고 해야겠네요. 믿기지 않는 말이겠지만, 여즉 저희가 겪은 것도 믿기지 않는 일이지 않았습니까.
이곳은... ...
당신과 저, 둘 중 한 사람이 반드시 죽는 세계 입니다.
안톤은 잠시 숨을 고르듯, 말을 멈췄다가...
다시 천천히 입을 엽니다.
안톤 셀레스:이 세계로 넘어왔을 당시에, 그 처음에 죽은 것은... 베르너, 당신이었습니다. 그때에 있어 저는..., 감정을 대가로 시간을 되돌릴 기회를 얻었죠. 당신이 했을, 그 계약의 내용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저 역시도 당신이 겪었던 것 처럼... 일찍이, 그리고 서서히 감정을 잊어갔죠. 당신에게 지닌 그 감정들 말입니다. (당신에게 시선을 맞추며) ...그래도 기억은 남아있었습니다. 그래서, 연기했죠. 당신이 감정을 잃었을 때, 제게 연기 했던 것 처럼요.
하지만... 사실 당신이 계약한 것에 있어, 그 내용에 조금 의문이 들만한 구석은 있었습니다. 당신의 경우는... 잊어가는 속도도, 상황도 비정상적입니다. 저는 말입니다. 그 수십번의 루프 속에서, 서서히 잊어갔지... 당신처럼 이렇게 단기간에 전부 잃지는 않았거든요.
어쩌면, ... 뭔가 다른 것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만. ...그게 다 무슨 소용일까요. 이렇게 와버렸지 않았습니까.
안톤은 무표정한 얼굴로 당신을 응시합니다.
연기로 띄웠던 웃음마저 오래전에 사라져 버린
모든 것을 잃어,
메마르고 척박한 것만 같은 얼굴로.
다시금 당신에게 말을 전합니다.
안톤 셀레스:당신 역시도 같은 내용의 계약을 하셨겠죠.
그랬을 때, ... 당신이 제게 가졌던, 저에 대한 모든 감정을 잊었을 때.
묻고 싶은 것이 있었습니다.
무감정한 눈동자가 당신을 바라봅니다.
일련의 모든 내용을 알게된 당신,
지금 당신은 어떤가요? 베르너.
이성치 체크. (SANC)
베르너 L. 퍼디난드:
그 어떤 감정도, 혼란도, 더이상 느껴지지 않습니다.
무엇을 느껴야할까요.
이성치 -1 감소합니다.
...
아무런 말도 할 수 없는 당신을 바라보던 안톤이,
느리게 입을 엽니다.
안톤 셀레스:잔인하지 않습니까.
차라리, 당신에 대한 기억을 잊게 되었다면 좀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당신에 대한 감정들을 잊어가면서 가장 끔찍했던 것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당신이 얼마나 사랑스러워 보였는지도, 제가 당신을 얼마나 아꼈고, 당신께 헌신했는지도, 그리하여 제게 당신이 얼마나 중했는지도...
그 모든 것들이 전부 기억나는데, 그 모든 기억들에 아무런 감흥도 느끼지 못한다는 겁니다.
저는, 당신을 사랑한다고 느끼는 게 아니라...
"암기하게 되어버리고 말았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지독하게 평온한 목소리.
변화 없는 표정.
연기로 씌워졌던 가면 같은 웃음 조차 걸치지 않은
메마른 그 얼굴.
안톤 셀레스:... 베르너, 대답해 주십시오.
다른 것들이라도 전부 잊어서 더 사랑을 이어갈 수 있다면,
분명 슬퍼야 할 말에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 하는 당신과,
안톤 셀레스:잊는 것도 사랑일까요?
더 이상 서로를 사랑하지 않게 되어버린 우리의 간극.
당신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요.
베르너 L. 퍼디난드:(끔찍했다, 그 말을 내뱉는 당신의 표정은 너무도 평온해 보였다. 당신은... 나에 대한 감정을 잃어가는 순간에 그를 자각하면서 정말로 끔찍함을 느꼈는가. 이제는 그러한 끔찍함마저 느끼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어쩌면 그 괴로움과 상실감 또한, 암기한 것이 아니었는가. 당신은 지금 괴로운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내가 그렇듯이. 우리는 분명 사랑했다. 서로를 지독하게 아꼈고, 서로의 모든 부분에서 애정을 느꼈다. 충성, 신의, 헌신, 공감, 그리고 애정... 당신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잃어버렸을까. 당신이 내게 느낀 감정을 어디부터 사랑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잊는 것도 사랑일까, 그 질문을 내게 던진 이유는 무엇인가. 당신은 나를 잊었으면서도 사랑하고 싶은가? 그러한 의지를 느낄 수 있단 말인가? 그건 어떤 종류의 감정이라고 정의하는가. 나는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당신을, 나와 함께 가진 수많은 기억들이 있는 당신을 마치 처음 보는 사람과 같은 감정으로 대하고 있다. 무감각한. 모든 감정을 빼고 이성만이 남은 생각과 행동으로. 당신이 내게 다가온 첫 시작은 사랑이 아니었다. 나도 당신을 사랑할 생각으로 받아들인 것이 아니었다. 내가 당신을 맨 처음으로 받아들이기로 했을 때, 그 인연에 잡혀 주겠다고 말했을 때, 어떤 생각으로 그런 말을 꺼냈는지 당신은 알고 있는가. 내가 당신을 받아들이기로 한 이유는 '그래도 상관 없으니까' 였다. 상관 없으니까. 당신이 내 곁에 있어도 나는 당신에게 일말의 감정도 느끼지 않을 자신이 있었고, 당연하게도 그럼으로써 내가 받을 피해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 상태라면 당신을 잃음에도 상실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당신을 곁에 두기로 한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마치 그 때와 똑같은 상황으로 돌아오게 된 기분이다. 당신은 내게 잊는 것도 사랑일 수 있느냐고 물었다. 내가 그렇다고 대답하면 당신은, 나를 잊으면서 사랑할 것인가? 내 곁에서, 이 무한한 죽음의 굴레 속에서 거짓 사랑을 연기하며 영원히 나와 함께할 것인가? 그렇다면 내 대답은 그렇습니다, 다. 그야... 당신의 거짓 사랑은 내게 어떤 피해도 주지 않을 테니까. 어떤 상실감도 안겨 주지 않을 테니까. 이제는 당신의 죽음에 익숙해지다 못해 무감각해졌을 테니까. 이 이틀간 그랬듯이. 당신이 나를 사랑하고 싶다는 의지를 가진다면, 나는 기꺼이 당신의 거짓 사랑을 받아들여 주겠다. 그렇지만... 그 받아들임에 아무런 의미는 없겠지. 내가 당신을 받아들인 것이 내 인생에 있어서 더 이상 의미를 갖지 못하겠지.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지루할 것이다. 당신과의 시간이. 당신도 괴롭지 않겠는가?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않는 상대와 매일을 함께하며 사랑을 연기하는 것은. 그렇다면 이 무한한 시간에 대체 어떤 의미가 있는가? 억겁이다. 억겁의 시간. 끝없는 반복. 그 속에서 아무런 의미를 찾지 못한다면, 그것은 죽음과 대체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생각들을 되짚었다. 받아들이라면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럴 바에야. 의미 없는 시간들을 반복할 바에야... 차라리 이만 끝내고 싶다. 죽음과 같은 거짓 세계에서 빠져나와 안식을 찾고 싶다. 그렇기에 당신에게 물었다. 한 치의 떨림 없는 무표정으로. 당신은 나를 사랑할 의지가 있는가? 그리고, 내게 그 거짓 사랑에 의미를 갖게 할 자신이 있는가? 그렇다면 받아들이겠다. 아니라면...) ... 안톤 셀레스.
당신은 나를 사랑하고 싶습니까?
안톤 셀레스:사랑하고 싶으냐, 그 질의를 하는 저의는 무엇입니까. 당신의 질문에 담긴 의미를 제가 어찌 전부 파악하고 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제는 저와 똑같이 무표정한 얼굴의 당신을 그저 바라본다. 예전엔 저 표정에서 다정을 찾고 온기를 찾았던 것도 같았으나, 이제는 전부 과거의 일이다. 전부 기억속의 일이다. 그 기억을 그저 붙잡고 있을 뿐이다. 기억으로 인해 시작된 이 의무만이 나에게 남아 책임으로, 그래, 그저 그렇게 남아 있을 뿐이다.) 말씀 드리지 않았습니까, 제가 당신께 갖는 감정은 이제... 전부 의무일 뿐이 될겁니다. 말 그대로 그래야 하기 때문에 그럴 것이겠죠.
지금 당신에게 제 존재는 얼마나 받아들여지고 있습니까, 지금의 당신에게 제가 하는 행동은 어떤 의미를 갖습니까. 이제는 정말로 무미건조한 것이기에, 당신의 그 메마름도, 당신의 빈 잔도, 어쩌면 채워줄 수도 없는 존재가 되었는데. 아니, 이제는 그 채웠던 잔이 깨어진 걸까요. 애초부터 채워지지 않았다고 느끼실 정도로, 상실마저 느끼고 있지 않으시지 않습니까. (지독하게도 평이하고, 담담한 목소리가 이어진다. ) 이제 저는 당신에게서 일말의 다정도 느끼지 못하는 몸이 되었고, 당신 역시도 제게서 일말의 다정도 온기도 느끼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필히 알고 계시겠지요, 당신은 이 사랑이 어떤 의미를 갖는 사랑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 무엇도 당신에게 진심이 되지 못할테니,그저 지루하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계실까요.
현재의 당신은 무감각하고, 제게 있어 무엇도 느끼지 않으실 테니, 이제 제게서 의미조차도 찾지 못하실 것이 아닙니까. 저는 이제 당신에게 존재가 아니지 않습니까. (눈을 한번 내리감았다가, 곧 다시 떠올리며) 당신께서 그 어떤 답도 하지 않고 제게 이를 되돌려 묻는 이유는 당신이 그저 저를 받아들이기 때문입니까, 그것이 아니라면 제가 당신을 놓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입니까. 베르너. 제가 물은 것은 당신의 답이지, 제 답이 아닙니다. 잊음으로써 유지하는 사랑이, 사랑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당신은 제가 지금으로서 당신께 보일 행동들이 전부 진실된 사랑이 될 수 있다고 보십니까. 제게 말해주십시오. 이것 마저도 사랑의 형태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이 사랑이라는 것의 지속이 의미를 갖는다 생각하십니까. 그저 이는 제가 당신께 가진, 그리고 과거의 제게 가진 의문입니다.
베르너 L. 퍼디난드:(당신이 늘어 놓는 말들을 담담한 표정으로 잠자코 들었다. 정말로 일말의 감정도 섞이지 않은 평온한 어조의 목소리가 귓가를 스친다. 그저 지루하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계실까요. 라... 새삼스럽지만 당신도 내 생각을 꿰뚫는 것에는 어느 정도 일가견이 생긴 모양이지. 이어가는 말들을 듣다가 한 가지 단어에서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존재. 그래, 당신은 나에게 있어 유일한 '존재' 였다. 머릿속으로 적힌 문장은 과거형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그야, 이제는 더이상 당신은 내게 '존재' 가 아니라 '대상' 이니까. 다음으로 오는 당신의 질문에 할 대답을 머릿속에 뚜렷히 떠올렸다. 그래, 의무... 그 감정은 '책임감' 이라고 정의하는 것이었나. 이제는 흩어져 사라진 기쁨도, 슬픔도, 두려움도 아닌 책임감. 그렇다면, 내 대답은...) 의무, 라고 말씀하셨습니까. 아무런 목적 없는 의무가 아닙니까. 그 의무 또한 아무런 의미가 없지 않습니까. 나는 당신이 행하는 의무에 일말의 감사함조차 느끼지 않을 것입니다. 의무를 지키고 수행함으로써 당신에게 돌아오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면 그것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잘 알고 계십니다. 더 이상 당신은 내게 존재가 아닙니다. 당신을 바라봐도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어떠한 의미를 찾을 수도 없습니다. 나는... 당신에게서 그 어떤 것도 기대하지 않고, 원하지 않습니다. 잊음으로써 유지하는 사랑이, 사랑이냐고 물으셨습니까? 아니오. 잊음과 사랑은 동시에 성립할 수 없는 단어입니다. 모순입니다. 사랑은 감정의 영역입니다. 감정을 잊었는데 어찌 사랑할 수 있습니까? 물이 없는데 바다를 만들 수 있습니까? 나는, 당신이 의무로써 행하는 거짓 사랑이라도, 그 속에서 의미를 찾을 가능성이 있다면. 내 잔이 깨어진 것이 아니라 그저 엎어진 것이라면. 당신이 잔을 일으켜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저 이 억겁의 시간을 당신에게 맡길까 잠시나마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습니다. 또한, 당신이 그럴 수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도 들지 않습니다. 나는 이제 우리의 관계에 대한 희망조차 느끼지 못한단 말입니다. 의미 없는 시간입니다. 의미 없는 반복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충분히 사랑했고, 모든 것은 유한하니, 그 끝에 다다랐을 뿐입니다. 희망도, 미련도 없습니다. 어차피 원래 세계로 돌아가지 못한다면, 차라리 이 루프의 고리를 내 손으로 끊고 안식을 취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만족할 만한 대답이 되었습니까.
안톤 셀레스:(당신의 답을 듣는다. 예견했던 일이다.) 그렇습니까. 그렇죠, 당신은... 당신께서는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당신은 제게 이미 그렇게 말씀 하셨었는걸요. 당신은 이 사랑이 거짓 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저는... 아닙니다. 아니었습니다.
저는 당신을 사랑했음을 기억했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당신을 사랑하고자 했습니다. 당신에게 향한 그 모든 마음이 진심이었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제가 가진 이 의무와 책임마저도 전부, 전부, 전부... 전부 그것이 당신에게 향하는 진심이라고, 그렇게 굳게 믿었습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이 의무감 마저도 당신에 대한 사랑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사랑했기 때문에, 그것이 분명히 남아있기 때문에 제가 당신을 사랑하는 의무를 지니는 것입니다. 오로지 기억에 의존한다고 한들, 제 사랑이 사라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당신께 맹세한 충성도, 헌신도, 그 무엇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사라져서는 안됩니다. 당신은 어쩌면 제 생각이 너무나도 아둔하다고, 이해할 수 없다고 또 다시 그렇게 느끼겠지만... 제 신념은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의 앞에 있기 때문에 꺾이려 하지 않습니다. 아니, 꺾일 수 없습니다. 제가 말했지요. 저는 당신의 죽음에 대해서 단 한순간도, 그 어떤 순간에 있어서도 괴롭지 않았던 적이 없었습니다. 괴로워 해야했고, 닳도록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께 헌신하고, 당신에게 가졌던 감정을 계속해서 상기해야했고, 무뎌지고 싶지 않았고, 잊은 감정이라 한들 그 잊음의 안에서 사랑을 찾으려고 발버둥 쳤습니다.
잃음의 안에서도 베르너, 당신을 사랑하고자 했습니다.
답이 오갑니다.
사랑하기 위해 무언가를 잃어야 한다면, 그것도 사랑이라 생각하십니까?
그 일부를 잃게 되어도... 사랑은 사랑일까요.
결핍된 사랑은 영원할 수 있을까요.
전부 잊어도, 전부 잃게 되어도 사랑하는 게 가능할까요?
어느 날, 당신이 물었고
...
사랑하기 위해 잃는 무언가가 감정이라면 더는 사랑을 할 수 있는 마음이 없고,
사랑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며,
결핍된 사랑은 결국 깨어질 것이고,
전부 잊고, 전부 잃는 것은 사랑을 잃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내가 답했다.
모든 것이 메말라버린 감정에 더는 피어날 것이 없으리라,
베르너, 당신이 답한다.
나를 기억하는 당신을 잊겠다고.
잠시간 말없이 당신을 바라보던 안톤이 말합니다.
안톤 셀레스:... 당신도 저도 이건 분명합니다.
저흰... 더이상 서로를 사랑하지 않을겁니다. 사랑할 수 없을겁니다.
하지만 무한한 애틋함을 느낍니다. 앞으로도, 그럴 거 같네요.
...
안톤 셀레스:베르너 님, 안식을 취하고 싶으시다 그러셨지요.
이 고리를 끊고 싶으시다고 했지요.
"이번엔 누가 죽을 차례일지 내기할까요."
찰나에, 어쩌면 진심으로 보였던 웃음.
그와 동시에 당신에게서 한 걸음씩 멀어지던 안톤이
고개를 돌리더니,
천천히 창가로 걸어가
밖으로, 몸을 기울입니다.
안톤 셀레스:정답은, 저입니다. 사랑했습니다, 안녕히.
쿵.
그 결과가 뻔한 소음마저,
예상되는 바깥의 광경에도,
아무런,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하는 당신은
눈을 감습니다.
언젠가 다시 내가 당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또 만나자고.
그땐 정말로 '또 뵙겠습니다.' 라고 대답해달라고.
언젠가,
다시 만날 날까지.
【 Normal Ending : 다시 만날 날까지 】
베르너 L. 퍼디난드 로스트?
안톤 셀레스 로스트.
두 사람이 넘어온 차원의 루프가 소실됩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2019.06.10 AM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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