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화영홍
나는 그대를 다시 만날 수 있다면, 몇 번이고 다시 이 모든 일들을 반복할 거예요.
KPC. 리하 반 헤임
PC. 시리온
플레이 타임: 23시간
19년 6월 25일 플레이
KP. 카레 / PL. 펜
시나리오 원문: http://posty.pe/77l3es
이하로 시나리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 도화영홍 ]
KPC. 리하 반 헤임
PC. 시리온
[ 19.06.25 ~ ]
----------------------------------
도화국 185년 모월 모일,
오늘도 도성 안 저잣거리에서는 아이들의 노랫소리 요란합니다.
나라가 저주받았으니, 복사꽃이 피어나는 때 기어이 붉도록 멸망하리라.
언제부터 시작된 소문일까요.
며칠 사이 온 도성에 짜하게 돈 이 소문은
아무리 이 나라 가장 높은 곳에 앉은 그대라 하여도 무시할 수 없는 종류의 것입니다.
진정으로 이 나라가 멸망하려는 것일까요?
하지만 그렇다기에 이 나라는 여태껏 평화로웠습니다.
시리온:(흠....)
그대가 다스리고 난 뒤로는 더욱이 그러하였죠.
당장 풍년이 들고 겨울 걱정이 없다며 감사의 제를 하늘에 올린 것이 몇 달 전이었는걸요.
게다가 사흘 후면 복사꽃이 만발하는 이 계절을 축하하기 위한 축제,
도화제(導華祭) 역시도 열릴 예정입니다.
이런 시기에 멸망이라니요,
그런 불길한 단어가 어울릴 리 없는 곳입니다.
시리온:(말도 안되지 그럼)(끄덕끄덕)
당신의 옆에 있는, 충직한 무사 역시 여전한걸요.
…
…그렇다 하더라도 불안감만큼은 어쩔 수 없습니다.
오늘은 궁궐 바깥으로 몰래 시찰이라도 나서볼까봐요.
평화로워야 마땅한 도성 안을 그대 눈으로 확인하고 나면
이 기이한 감각이 조금이나마 가실까요.
한참을 고민하다, 그대 곁에 시립하고 선 리하와 문득 시선이 마주칩니다.
시리온:(흘끔...)
항상 당신의 옆을 지키고 있는, 그 입니다.
리하 반 헤임:..? (시선이 마주하자 살짝, 당신에게만 보일정도로 미소지어 보입니다.)
그 눈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묘하게 안심이 되는 것도 같아요.
시리온:(미미하게 웃음짓는 모습에 따라 웃었다. 이 아해에게 내가 시찰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릴필요가 있을지 조금 걱정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알리게 된다면 필히 따라오려 할 것터인데, 어쩌면 좋을까 생각을 하면서 나지막히 입을 열었다.) 평화롭구나. 그렇지?
리하 반 헤임:(가만, 당신의 말에 귀를 귀울이듯 말이 없다가 뒷말에 살짝 고개를 숙였다.) 전부 전하께서 계시기 때문이지요. 다들 전하께 감사하고 있을 겁니다.
... 헌데, 전하께서는 다른 걱정이라도 품고 계신 모양입니다. (살짝 고개를 올려 시선을 마주했다.)
시리온:흐음... (네가 말하는 것에 손으로 제 턱을 매만졌다. 속국이라 한들 이에따라 왕위를 갖게된지 어언 몇년이더라. 주변의 그 어느 국가의 실정보다도 자신의 실정이 가장 뛰어나다고 할 수 있었다. 분명 눈에 보이는 것은 이리도 평화로운데 최근 귓가에 들려오는 뜬소문은 어째 마음한켠에 걸림돌을 만들어내고는 했다. 저주받은 나라라는 말이 심히도 걸릴 따름이었다. 정말로 모두가 제게 감사하고 있을는지는 이 궁 안에서는 알 터럭이 없었다. 그러니 시찰을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여겼을 뿐이었고, 너라면 제 곁에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을테니 따라 오게될 것이 불보듯이 뻔했다. 눈을 느리게 깜박이며 생각하다가 뒤이어 들리는 목소리와, 제게 맞춰오는 네 두 눈에 시선이 갔다. 내 귀에 들려올 정도의 소문이라면 분명 내 곁을 지킴하고 있는 네 귀에도 들렸겠지. 금색 자수가 새겨진 소맷자락이 두른 제 팔을 들어 팔짱을 낀 채로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최근에 신경쓰이는 것이 있어서 말이야. 리하, 너도 그 소문을 듣지 않았더냐.
리하 반 헤임:(시선은 당신의 움직임을 따라 움직였다. 턱을 만지는 손에서, 다시 눈으로. 그렇게 무언가 생각하고 있는 듯 보이는 당신을 가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아무래도 짐작가는 것이라고 한다면, 최근에 돌고있는 소문과 노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라가 저주받았다던가, 하는 말을 쉽사리 넘길 수 있는 것은 아니었으리라. 저 역시 그리 생각하다가, 팔짱을 끼는 움직임에 다시금 시선이 옮겨졌다.) 저잣거리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를 말씀하시는 것이겠지요. 어린 이들이 그런 노랫말을 지어냈다고 생각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신경쓰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다른 이에게 시켜 알아보도록 할까요? 그것이 아니라면, 전하께서 직접 나서실 생각이실까요.
시리온:(네가 대답하는 말에 빙그레 웃는다. 애초에 도성안에 내가 너 말고 제대로 믿는이가 있었더냐, 그렇게 말하는 것 마냥.) 이런 소문은 말이다, 보통 군주가 군주역을 제대로 못할 때에 일어나는 법이지. 이러한 상황에서 내가 누구에게 이에대한 조사를 맡기겠느냐. (느리게 눈을 깜박였다. 하긴, 가담항설과 같은 구설수에 오르는 소문들은 대체로 그 근원이 의도를 가진 누군가에 의해서 퍼져나간다. 어린아이들이 그런 소문을 만들어낼리는 없지. 이렇게까지 통치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소문이 퍼졌다는 것은 악의를 가진 누군가로부터 기원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상황에 내가 누구를 믿을까. 네 말에 느리게 고갤 끄덕인다.) 내 직접 둘러봐야겠다. 리하, 너는 어찌할테냐.
리하 반 헤임:(이러한 소문의 출처를 찾다보면 분명 무언가 속셈이 있는 것이 드러나기 마련이겠지. 그런 것을 다른 이에게는 맡길 수 없다는 것일까, 군주가 군주역을 제대로 못할 때, 라는 말에 살짝 인상이 찌푸려졌지만 당신의 앞이니 다시금 인상을 폈다.) 직접 둘러보실 것이라 말씀하실 것 같았습니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다가, 당신의 질문에 당연하지 않느냐는 표정이 지어졌다. 어찌 그런 것을 물어보느냐는 듯) 전하께서 가시는 길이라면, 저 역시 당연히 가야하지 않겠습니까. 설마... 저를 두고 가지는 않으실테지요?
시리온:(네 인상이 설핏 구겨지는 것을 보았다. 어째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지. 그 모습을 보다가 부스스 웃는다. 애초에 그런 생각은 하지도 않는다. 이 모든 것이 향간에 떠도는 소문일 터. 근원을 찾아 벌하면 되는 일이다. 네 대답에 고갤 주억였다가, 이어 묻는 말에는 짧게 웃었다.) 설마, 내 너를 두고 성 밖을 다니기라도 하면 순간에 목이 달아날지도 모를 일인데 내가 너를 두고 갈리가 없지않느냐. 이번에도 같이 걸음해야지.
리하 반 헤임:그런 것은 농으로라도 말씀하시지 말아 주십시오, 전하. (그럴리는 없다는 듯 단호하게 말을 하고는 같이 걸음한다는 말에 만족한듯 살짝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렇다면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전하께서도 환복을 하셔야지요, 그대로 시찰에 나선다면 소문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기 힘들겁니다.
허락해주신다면 소인이 환복을 도와드릴 수도 있습니다만. (어찌 하실 것이냐 묻는 듯 당신을 가만 바라봅니다.)
시리온:농이라는건 아주 잘 알아채는구나. 네 눈치가 땅으로 꺼진지 꽤 오래되었던 것 같은데 말이야. (가볍게 말하고는 뒤이은 네 말에 끄덕였다.) 환복을 하지 않고 나갈정도로 현명하지 못한 군자는 아니란다, 리하야. 당연히 환복해야지. 어디 한번 도와줘보려무나.
리하 반 헤임:... 그정도로 눈치가 없지는 않습니다. (조금은 멈칫한듯 했으나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살짝 당신에게 손을 내밀었다. 어지간해선 허락되지 않는 일이지만, 어찌보면 익숙하다는 듯 행동하며) 그렇다면, 이쪽으로.
시리온:너무 과소평가 하고 있었을는지도 모르겠구나. (네가 내미는 손 위에, 제 손을 익숙하게 얹었다. 그리고서는 별다른 말을 덧붙이지 않고 네게로 시선을 보낸다. 무엇하고 있느냐는 듯이, 당장에 걸음을 옮겨 나를 이끌라는 것 처럼.)
리하 반 헤임:전하께서 그리 생각하신다고 하여 소인이 어찌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만... 이래뵈도, 전하 곁에 꽤 오래 있는 몸입니다. (익숙하게 당신의 걸음걸이를 생각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왕의 거처라는 곳에 저는 너무나도 익숙하다는 듯 들어섰고, 환복에 필요한 옷가지들을 준비하는 것 역시 망설임이 없었다.)
시리온:그럼, 나를 오래 섬겼으니 이정도는 알아챌 재량을 지녔을법도 하지. (여전히 가벼운 어투였다. 거처에 들어서고나서 네가 하는 행동을 그저 바라본다. 겉모습은 별다른 생각이 없어보였으나, 내적으로는 바깥에 나갔을때의 행동거지에 대해서 어찌할지 생각하고 있었겠지.) 너무 묵직한 옷은 다니기 힘드니 적당히 가벼운 것으로 골라야 한다. 너라면 알아서 했겠지만 말이야.
리하 반 헤임:(칭찬으로 받아들겠다는 듯 작은 웃음을 흘렸다. 아무렴, 눈치가 없는 저였어도 한 사람만을 바라보고, 그 사람을 위해 행동했으니 그에 대한 것이라면 눈치가 생길 법도 했다.) 알겠습니다, 적당히 밖에서도 섞여들 법한 것으로 고르면 되겠지요. (당신이 입고 있던, 화려한 자수가 놓여진 것과 달리 수수하고 가벼운, 그럼에도 주황색이 잘 어우러진 옷가지를 꺼내 당신에게로 다가섰다. 실례하겠다는 말과 함께 원래 걸치고 있던 옷을 받아들었다.)
시리온:(으쓱이며 주홍빛 옷자락을 몸에 걸친다. 허릿천을 둘러 묶는 것 정도는 혼자 할 수 있다는 듯이 네게 천자락을 받아들어 환복을 마친다. 본래 하고 있던 왕의 상징인 귀걸이는 빼내어 탁상위에 올려두고 머리장식도 수수한 것으로 바꿔낀다. 환복을 하는 솜씨가 예사롭지가 않은 것이, 어째 너와 종종 궁밖으로 나들이를 다니던 그때의 경험이 여전히 남아 있었던 듯했다. 거울에 제 모습을 비추어 보며) 어떠냐, 이 모습말이야.
리하 반 헤임:(이정도는 혼자서 할 수 있다는 것마냥 환복을 마치고, 장식마저 바꾸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거울에 비추어보는 모습을 바라보다, 뒤이어 오는 질문같은 말에 옅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두 말 할 것도 없이 아주 잘 어울리십니다, 전하. 이정도면 궁 밖을 나서도 어색하지 않을 겁니다.
시리온:(네 대답에 만족스러운듯 허리에 양 손을 올렸다.) 좋다! 그럼 이것으로 충분하니 이제 걸음을 하는게 좋겠구나. (그리 말하는 모습은 어째 조금 어린아이마냥 들뜬 듯한 느낌도 들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궐 밖을 나서는 일인탓에 그랬을지도 모른다.)
리하 반 헤임:(들떠보이는 모습에 작게 웃음을 흘리곤 다시 손을 내밀었다. 목적을 잊을리는 없지만, 이렇게라도 나서는 것 역시 들뜨게 되는 것일까.) 그럼, 나서보도록 할까요.
시리온:(고갤 가볍게 끄덕이고는 네 손을 잡았다.) 물론이지, 우리가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는 잊지 말도록 하거라! 너무 들떠서는 안되니까 말이야. (라고 말하는 본인이 제일 들뜬 것 같기는 하다.)
당신은 리하와 함께 궐 밖으로 나서기로 합니다.
그래요, 설마 별 일이라도 있겠어요.
비록 오늘도 복사꽃은 피어나지 않았지만…
...
따사로운 봄의 햇볕이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리는 한낮의 시간,
궁궐의 옆문을 통해 바깥으로 빠져나오면
두 사람이 지나가기 적당한 넓이의 돌담길이 이어집니다.
그 사이를 걸어 얼마즈음 지났을까요,
그래요.
눈 앞으로 펼쳐지는 것은 그대가 사랑하는 이 나라의 눈부신 일상입니다.
이유가 있다고는 하나 오랜만의 외출입니다. 어디부터 가볼까요?
시리온:(흐음.......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듯 했다. 곧 네게로 시선을 보내며) 리하야, 내가 어디부터 걸음할 것 같은지 한번 맞춰보지 않겠느냐. 군주의 덕목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리하 반 헤임:(시선이 느껴져 주변을 살피던 시선을 내려 당신을 바라보고는) 백성들을 위해서 지내는 것이겠지요. 낮은 곳에서부터도 말입니다. (하지만 어디부터...라며 잠시 고민하는 듯 하다가) 민가부터 가보시려나요?
시리온:(붉은 눈동자가 너를 응시하며 한차례 깜박인다.) 그래, 맞는 말이지. 그것도 틀린 이야기는 아니란다.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자는, 가장 낮은 곳부터 굽어 살펴야 하지. (조금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가 스스로 고개를 한차례 끄덕이곤) 하지만 잘못 짚었다! 내가 갈 곳은 이 도성에서 가장 낮은곳인 빈민가부터니 말이야.
리하 반 헤임:(근엄한 듯 말하는 것이, 어쩌면 조금 귀엽게 느껴졌을까. 작게 웃음이 나올 뻔 한 것을 삼키곤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더 낮은 곳부터 가보실 줄은 알았습니다. 그럼 빈민가로 모시겠습니다, 전하.
당신은 제일 먼저 빈민가로 향했습니다.
낮의 빈민가는 숨소리 하나 없이 고요합니다.
밤이라고 무언가 달라져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시리온:(꿍.........................................)
때를 잘못 찾았을지도 모르겠구나.....
(눈에 들어오는건 지금은 없는걸까?)
리하 반 헤임:(당신의 말에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을 슬 둘러보기만 합니다.)
당장은 눈에 띄는 것이 보이지 않는 듯 합니다.
시리온:(네게만 들리듯이 중얼이며 올려다본다) 이런, 헛걸음이로구나.
리하 반 헤임:아마 이곳에 사는 백성들은 가만히 있을 시간조차 아까워 자리를 비운 것일 수도 있겠죠.
시리온:흐음~ (팔짱을 끼고 곰곰히 생각하다가) 좋아, 그럼 더이상 여기서 시간을 버리지 말고 바로 이동하자꾸나. 소문이 무성한 곳은 저잣거리 였지, 거기서부터 돌아봐야겠어.
리하 반 헤임:알겠습니다, 바로 이동하도록 하죠. (전하, 이쪽으로. 당신에게만 들릴듯이 작게 말하고는 걸음을 옮깁니다.)
빈민가를 뒤로한 채 저잣거리로 향했습니다.
왁자지껄한 목소리들이 그대 귓가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수많은 이들이 지나치고 모여드는 이 곳은 가히 도성의 중심지라 할 수 있겠지요.
당신이 생각한대로, 원하는 것이 있거나 소문을 듣고 싶다면 이 곳만한 곳이 없을 겁니다.
시리온:(끄덕끄덕, 주변의 소리들을 들으며 돌아본다.)
:시리온, [듣기] 롤
시리온:
목소리들이 섞여드는 곳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들려오는 것들이 있습니다.
"곧 축제가 열릴텐데, 이리도 사람들이 적어서야 어쩌면 좋담."
"그래도 사람들이 찾아들긴 하더이다, 예년보다야 훨 적은 숫자라고 하지만서도…."
"역시 그 소문 때문이겠지요, 멸망하고야 말 거라는…"
"…거짓말이겠지요?"
"글쎄요, 당장 복사꽃이 피어나지 않는데 그 무엇을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대화를 나누던 이들은 축제를 앞두고 불길한 이야기는 그만두자며 자리를 뜹니다.
리하 반 헤임:... (대화를 들은 것인지 슬쩍 당신을 바라봅니다.)
시리온:(대화를 듣고는 곰곰히 생각한다. 사람이 이리 적다라... 다들 빠져나가는 것일까, 조금 얼굴에 근심이 내려앉은 듯 했으나 곧 도로 거둬졌다.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를 들어 널 바라보며 웃는다.) 리하야, 저잣거리가 꽤나 한산하구나.
리하 반 헤임:아무래도 소문이 꽤 퍼진 모양입니다. ... 그래도 아직 외부에서 들어오지 않은 사람들이 있어 그런 것일 겁니다. 축제가 되면 이보다는 많을 터이니, 너무 심려치 마십시오. (눈을 느릿하게 깜빡이며, 걱정말라는 듯 당신을 바라본다.)
시리온:흠... 뭐, 내 귀에 들릴 정도라면 말을 다했지. (끄덕이고는) 다음은 민가로가볼 참이란다. 안내하도록 하거라.
리하 반 헤임:역시 소문의 출처를 알아내는 것이 시급할 것 같습니다. (곧 당신의 말에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이곤 당신을 이끌어 민가로 향한다.)
당신이 도착한 민가는, 짚으로 지붕을 얹은 초가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아이들이 웃고 떠들며 노는 소리들이 만연하고,
저 한 곳의 서당에서는 소리높여 글을 읽는 목소리도 한창 들려옵니다.
시리온:(곰...... 귀를 세우고 주변을 둘러본다. 들리는 말이 있을까?)
:시리온, [듣기] 롤
시리온:
(아앗..........................)
(도와달라는 눈)
무언가 노랫소리가 들린 것 같기도 합니다.
조금만 더 집중해서 들어볼까요?
:다시, 롤!
시리온:
(우............웃..........................................)
노랫소리가 드문드문 들려옵니다.
‘ … 꽃 송이송이 … 어둠 …
만발한 … 에 … 내렸다네
깊고 … 커다랗게 …
피어나는 … 을 … 말았다네 ‘
시리온:(지끈지끈)
리하는 노랫소리를 전부 들었는지, 그대의 눈치를 살핍니다.
리하 반 헤임:... 멈추게 할까요?
시리온:리하야, 내 집중이 제대로 되지 않는데 아해들이 무어라 했는지 내게 귀띔해줄 수 있겠느냐? (고개를 들어 너와 시선을 마주했다.)
리하 반 헤임:아, 별로 좋은 내용은 아닙니다만... (조금 고민하는 듯 하더니 작게 노랫말을 따라한다.)
' 복사꽃 송이송이 붉은 어둠 물들어 만발한 이 땅에 별꽃 가득 내렸다네'
' 깊고 어두운 밤 커다랗게 입을 벌려 피어나는 모든 것을 삼키고 말았다네 '
우선은 이렇게.. 들렸습니다.
시리온:(흠........ 노랫말을 듣고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이를 갑자기 멈추게 한다면 되려 내가 여기있다는 꼴을 알리는 것이 되지 않겠느냐.
하지만 좋은 뜻은 아닌 것이 선명하구나. 너는 어찌하고 싶으냐?
리하 반 헤임:전하께서 여기 계신 것이 알려지는 것은 원치 않으시겠지요. ... 하루라도 빨리, 원인이 된 것을 찾아 제거하는 것이 해결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우선 지금 저 노래를 말리고 올 수도 있으니 전하께서 원하시는 것으로.
시리온:(느리게 끄덕인다.) 노랫말이 꽤 퍼지기야 했긴 했겠지만... 더 퍼지는 것을 막는 것이 시급하지 않겠더냐. 부탁하마.
리하 반 헤임:(당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노랫소리가 들리던 곳으로 빠른 걸음을 옮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당신이 있는 곳으로 돌아오니 얼핏 들리던 노랫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 같다.)
시리온:(한숨을 푹 쉬고는 조용해진 민가를 돌아봤다. 더 돌아볼 것은 없으려나.)
당장은 더 돌아볼 것은 없어 보입니다. 이제 노랫소리는 들리지 않네요.
시리온:다음은 어디로 가야할까... (고민...........)
(아이디어 롤 가능할까?)
:가능합니다. [아이디어] 롤!
시리온:
(어디로 가는게 좋을지 도와주려무나.)
아무래도 민가의 아이들에게 퍼질 정도라면, 어른들 역시 알고 있겠죠.
그들에게 뭐라도 들을 수 있으면 좋을텐데...
남자들은 밖으로 일을 나간 듯 하고, 여자들은 지금쯤 빨래를 하고 있으려나요?
시리온:아낙들의 입소문이 굉장히 파다할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힐끔) 빨래터가 여기서 멀지 않으니 가보지 않겠느냐?
리하 반 헤임:아무래도 그들이 입을 열면 자주 오가는 것이 소문일테니, 좋은 생각이십니다.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안내하겠습니다, 전하. 이쪽으로.
시리온:(끄덕이고는 너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당신은 아낙네들을 찾아 빨래터로 향했습니다.
수양버들이 한가롭게 흔들리는 아래로, 아낙네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넙적하고 판판한 돌 위에 젖은 천이 부딪히는 소리,
이야기하는 소리, 방망이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시리온:(빨래터 한켠에 자리하고 앉아 아낙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한다.)
:시리온, [듣기] 롤!
시리온:
떠드는 목소리들에 귀를 기울이고 있자면, 몇 가지 이야기들이 들려옵니다.
"어디서 그런 노래를 배워왔는지 영판 모르겠다니까!"
"글쎄, 웬 남자였다고 하던디…."
"남자고 여자고 간에 그런 쓰잘데기없이 불길하기만 한 노래를 가르쳐주는 놈이 있단 말여?"
"가르쳐줘도 안 부르면 될 것인디… 엉덩이를 호되게 때려줘야 그만 부르련지 원…."
"어떻게 생긴 놈이여? 내 만나면 아주 요절을 내버릴 것이여!"
"그게…, 어떻게 생겼다더라?"
"하얀 머리칼에, 붉은 눈이었다던거 같은데…
그런데 한쪽 눈이 애꾸에 영판 거지꼴이라. 얼굴도 어디 거하게 데인 것 같드만."
시리온:...?
...
붉은 눈에 하얀 머리칼,
듣고 있자면 문득 리하와 눈이 마주칩니다.
…붉은 눈에 백금색의 머리칼,
닮았네요.
하지만 리하가 그럴 리가 없죠.
일단 그는 거지꼴도 아니고, 한쪽 눈이 멀지도 않았는걸요.
리하 반 헤임:...? (당신을 마주 빤히 바라본다.)
그러니 그저 어딘가 닮은 사람인걸까 싶지만…
어째서일까요.
마음에 영 걸립니다.
시리온:흠... 아니야. (리하가 그럴리가 없지, 애초에 내 곁에서 떨어진 적이 없었던 아이다. 외견이 닮았을 뿐이라고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얼굴이 데였다니, 순전히 닮은 사람인가 싶을 뿐이다.)
자리를 옮기자꾸나. 다음은 논밭으로 가볼까?
리하 반 헤임:(무슨 생각을 하시는 걸까, 가만히 당신을 바라보다가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아낙네들이 한 말이 신경이 쓰일 법 했지만... 당장은 알 수 있는 것이 없을테니까.) 네, 논밭 역시 여기서 가까우니까요.
누군가가 노래를 의도적으로 퍼뜨리고 있는 이 상황이 당혹스럽기도 합니다.
그 노래를 퍼뜨리는 사람을 만나볼 수 있다면 좋을 텐데요.
그렇다면 이유라도 알 수 있을 테니까요.
당신은 리하와 함께 논밭으로 향합니다.
싹이 난 보리와 농작물들이 그득한 논밭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나와 일하고 있습니다.
새참이라도 먹으려는 참인가봐요, 활기와 열기가 곳곳에서 느껴집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문득 그대의 가슴 속에서도 열의가 간질간질 피어올랐을 텝니다.
나라의 백성들조차도 이토록 열심이거니와,
하물며 그대는 이 나라를 다스리는 군주인걸요.
시리온:(끄덕이며 밭한구석에 쭈그려 앉아 그들을 구경한다.) 새참이라도 먹으려는 모양인가 보구나.
리하 반 헤임:이른 시간부터 일을 하고 있었다면, 지금쯤이면 쉴 때도 되었죠. (당신의 옆에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다.)
:시리온, [듣기] 롤~
시리온:
한구석에 앉아 그들을 구경하고 있자니 문득 들려오는 것들이 있습니다.
"웜마, 빠닥빠닥 갈라져부렀구만…. 이래가지고 어디 농사 짓겄어?"
"걱정이여.... 보릿고개는 둘째치고 보리도 못 먹게 생겨부렀으니께..."
"에효... 하늘도 무심하시제, 이러다간 올해 농사는 영판 꽁이겄구만."
"비나 좀 왔으면 좋겄는디..... 어째 이리 시퍼렇게 맑기만 혀...."
확실히 근 한 달 간 거의 비가 오지 않았지요.
으음, 이러다가는 도화제 대신 기우제를 지내야 할 지도 모르겠어요.
걱정이 마음 한 가득 들어찹니다.
시리온:... ...(울적......)
걱정스러운 일이로구나.
리하 반 헤임:... 그러고보니 최근 비가 거의 오지 않았지요.
시리온:이래서는 농사가 안될텐데 말이야... (근심이 완연한 얼굴로 한숨을 푹 쉬었다. 정말로 멸망하는게 아닐지 하는 기분도 들지만 그저 기우라고 생각하며 넘긴다.) 비를 내려달라고 빌기라도 해보아야 할지도 모르겠구나.
리하 반 헤임:도화제 이후 기우제라도 준비해두는게 좋을까요, 전하. (근심 가득한 표정에 저 역시 조심스럽게 말을 덧붙였다.) 전하께서 행하시면, 분명 잘 될 것입니다.
시리온:모를 일이지... 그건 직접 마주해봐야 알 것 같구나. (하늘을 빤히 올려다 봤다. 아직 낮시간은 널널한가?)
아직 늦은 시간은 아닌 듯 합니다.
시리온:(이대로 다리를 건너 다시 궁 주변을 둘러봐야한다고 생각하며) 이만 강가로 가볼까, 리하야.
리하 반 헤임:네, 전하. (앉아있던 당신에게 손을 내밀며) 너무 심려치 마십시오, 괜찮을 겁니다. 소문 때문에 더 예민하게 들릴 수 있는 것일테니.
시리온:(네가 손을 내미는 것을 가만 바라보다가 맞잡는다. 그래, 네가 있는데 무엇이 두려울까.) 그렇겠구나. ...가보도록 할까.
리하와 함께 도착한 곳에는 느리게 강물이 흐르고 있습니다.
맑은 물 아래를 들여다보면 물고기들이 분주하게 꼬리를 휘저으며 헤엄쳐다닙니다.
소일거리삼아 한가롭게 낚싯대를 드리워 놓은 노인들도 간간히 보이네요.
시리온:(노인? 근처로 슬쩍 다가가보나)
노인은 낚시를 하다가 다가오는 당신에게 슬쩍 시선을 옮기는 듯 했지만,
다시 낚시에 집중을 하는 듯 합니다.
시리온:(에.)
(감히 나를 보고 모르는 척 하다니...)
(옆에 쪼그려 앉고는 돌맹이를 주워 강가에 던져봄)
노인:허어... 어째 물고기를 쫓으러 온 것이여? (돌맹이를 던진 당신을 바라보다 다시 강가를 바라본다.)
아무래도 노인은 낚시 외에는 관심이 없어 보이네요.
시리온:(뭔가 알아볼만한 건덕지는 없는걸까?)
도움이 될만한 것은 없을 듯 합니다.
리하 반 헤임:(쪼그려 앉은 당신 옆에서 힐긋, 당신을 바라보고 있다. 조금 귀엽게 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시리온:고깃구경을 하러 나왔지. (예쁜얼굴로 빤히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얼굴에도 어디 관심이 없는지 한번 보자 외모롤 !)
:[외모]롤!
시리온:
그래요, 당신의 얼굴은 누가봐도 예쁜 얼굴입니다. 햇빛을 받아 더 반짝반짝한걸요.
시리온:(노인도 아주 혼이 나갔지?)
당신이 빤히 바라보는 것에 노인 역시 당신을 바라보다... 어이쿠, 물고기를 놓친 듯 합니다.
이러다 그대만 보다가 물고기를 다 놓치고 말겠어요!
시리온:고기잡이를 잘해야지! 정신 차리게~ (빵긋 웃었다가 리하에게 그대로 쫑쫑 걸음을 옮겼다.)
리하 반 헤임:저런... 짓궂으십니다, 전하. (쫑쫑 다가오는 당신을 보며 작게 웃어버린다.)
시리온:쉿! (손으로 네 입을 톡 막고) 어찌 이 얼굴을 보고 저런 반응이 안나오지 않겠느냐? 내가 그리 어여쁘다지만, 여기에 진짜 전하가 지나가다 들으면 어쩌려고 그러느냐. (소곤소곤)
리하 반 헤임:아? (저도 모르게 크게 말했나 싶어 눈을 살짝 크게 떴다가, 당신에게만 들릴 정도로 말을 잇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어여쁘신 분이 또 계실리가 없지 않습니까. (그러곤 다시 미소를 짓고는) 그래도, 기분은 풀리신 모양입니다.
시리온:(장난스러운 얼굴을 지어보이며) 뭐... 걱정은 계속해봐야 눈덩이만큼 불어날 뿐이지 근본적인 해결을 주지는 않지 않더냐. 지금은 지금 할 일에만 집중할 뿐이야. 미인(美人)은 원래 현명한 법이지.
음~ 어디로 가볼까, 이 다음으로 나가면 기루가 있던걸로 기억한단다. 거기로 안내해주련?
리하 반 헤임:맞는 말씀이십니다. 할 일에 집중하다 보면 해결책이 나올 것이니까요.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럼, 이쪽으로 갈까요?
옅은 미소를 지은 리하는, 당신을 기루로 안내합니다.
밤이 되면 수많은 불빛들이 빛나고 웃음소리 만개하는 곳입니다.
그러나 아직 햇살이 밝은 지금은 그 문이 단단히 걸어잠겨 들어갈 수 없습니다.
저녁 즈음이나 되어야 들어갈 수 있겠죠.
희미한 술 냄새와 분 냄새가 여즉 나는 것도 같습니다.
시리온:(끄덕끄덕) 밤에도 한번 둘러보는게 좋겠구나. (맡아지는 술내음에) 대낮의 주막도 그러할 것인데 어디한번 가볼까?
리하 반 헤임:밤에 다닐때는 더욱 조심하셔야 겠지만요. 그리고... 하루종일 나와계시면, 궁을 너무 오래 비우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시리온:(우우.............................................................)
리하 반 헤임:... (당신의 반응에 작게 웃음을 흘려버렸다.) 우선 더 둘러보도록 하죠.
예상과 달리 커다란 주막은 도화국 곳곳에서 온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들어서려 하면 주모가 난감한 얼굴로 고개를 가로젓습니다.
아무래도 축제 근방이라 손님들이 지나치게 많은 모양이에요.
시리온:하지만 밤에만 유독 살필 수 있는 곳도 있지 않더냐. 궁을 오래 비우는 것도 문제기야 하겠지만... (한숨을 쉬었다가 걸음한 주막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잣거리에 없던 사람들이 죄다 이리로 왔나?
죄송합니다 손님! 이 곳은 영 무리이니 다른 주막을 찾으세요!
하는 점소이의 목소리도 들려옵니다.
리하 반 헤임:(당신과 마찬가지로 눈을 조금 크게 뜨고는) ... 쉴 곳을 미리 찾는 것도 중요하다지만, 이렇게 모여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시리온:(사람이 많은 곳이라면 무언가 들릴 법도 하지 않을까? 주막 봄..)
리하 반 헤임:밤에만 살필 수 있는 곳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서야 피곤하시지 않겠습니까..
시리온:네가 안아주면 되지.
당신은 주막에 귀를 귀울여봅니다만...
너무 시끄러워서 제대로 들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리하 반 헤임:아, 그건 그렇겠지만 소인이 말하는 피곤함은, 내일도 일을 하셔야 할텐데 싶어 말씀 드린 것입니다.
시리온:흠........
내가 초췌한 몰골로 일을 하는게 하루이틀이 아니지 않더냐. (자연스럽게 대꾸하며 걸음을 돌린다.) 따라오거라!
리하 반 헤임:그게 좋은 것이 아니라는 건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걸음을 돌리는 모습에 곧장 당신의 뒤를 따르며) 더 둘러볼 곳이 남으셨나요?
시리온:이대로 가기엔 아직 시간이 좀 널널하지 않더냐. 마침 돌아가는길에 학관과 반촌이 있으니 내 둘러보고 가야겠노라. (라고 말하며 걸음을 마저 옮기는 듯 했다. 먼저 갈 곳은 학관인 것 같다.)
리하 반 헤임:의욕이 넘치십니다, 전하. (뒤의 호칭은 당신에게만 들릴듯이 작게 말하고는 당신의 그림자라도 되는 것마냥 바짝 뒤를 따랐다.)
장차 나라의 녹을 먹을 이들이 수학하는 학관입니다.
열띤 목소리들이 이 곳까지 들려오고 있네요.
이 곳에는 그대를 알아볼 이들이 여럿이겠지요.
굳이 방해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리하 반 헤임:더 들어가시면 다른 이들이 전하를 알아볼 것입니다. (소근소근...)
시리온:그래서 일부러 가장 마지막에 온 것이니라. (따라 소곤소곤, 끄덕이고는 슥 돌아보고 이어 반촌쪽으로 걸음하기로 했다.) 자, 날 안아들거라!
리하 반 헤임:알아보는 이가 있더라도 금방 돌아갈 수 있게, 말이지요? (반촌쪽으로 걸음을 옮기다 당신의 말에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그러곤 당신을 조심스럽게 품에 안아 올렸다.)
시리온:(가볍고 익숙하게 품에 안착했다.) 오래 걸어서 다리가 아프구나. 곧 마지막이니 반촌은 이러고 둘러봐야겠어.
리하는 익숙하게 당신을 안아들고는, 반촌으로 향합니다.
이 곳은 나라의 녹을 먹는 이들이 자리잡고 있는 구역입니다.
규모는 작지만 반듯하게 세워진 기와집에서부터 고래등같은 기와집까지
그 크기와 모양은 가지각색입니다.
전반적으로 평화로운 분위기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그렇네요.
지금은 한량들을 제외한다면 다들 관청에서 일하고 있을 시간이죠.
이렇게 한적한 분위기가 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닐 거예요.
리하 반 헤임:오랜만에 나온 것도 있으니, 너무 무리하지 않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혹 불편하지는 않은지 당신을 슬쩍 바라본다.)
시리온:(자연스럽게 품에 안겨 네 목을 끌어안은채로 반촌을 눈으로 샅샅이 둘러봤다. 곧 느리게 끄덕이고 네게 시선을 옮겨) 걱정말거라, 그래서 안긴것이니라. 슬슬 돌아가는게 좋겠구나.
리하 반 헤임:(당신이 편히 둘러볼 수 있게 움직임은 최대한 줄여 이동하다가, 마주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시간도 꽤 지난 듯하니, 말씀대로 돌아갈 시간인 것 같네요. (잠깐 하늘을 바라보았다가, 걸음을 옮기며) 왕궁 안까지 이렇게 모셔다 드릴까요?
시리온:상관없지 않겠느냐. (그대로 살짝 품에 늘어졌다.) 네 걸음이 배는 빠르니 말이야, 이렇게 가는 편이 빠르고 편안하게 도착할 수 있겠지.
리하 반 헤임:다른 관리들이 보아도 소인은 모르는 일입니다, 전하. (옅게 미소를 짓고는 걸음을 옮깁니다.)
얼추 도성 안을 한 바퀴 둘러보고 나면 벌써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습니다.
슬슬 돌아갈 시간이라, 다시금 돌담길을 걸어 왕궁의 옆문으로 들어섭니다.
시리온:가는 길에 네가 들킬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단다.
리하 반 헤임:전하... 지금 시간이면 관리들이 일을 마치고 나올 때인걸요..?
노을이 지는 하늘,
리하에게 안겨 들어오는 길 위로 오늘의 마지막 햇빛이 비쳐듭니다.
따스하고 다감하여 그대 마음 속에도 한 줄기 위안이 되어 주어요.
시리온:(오 이런...........)
그럼 어쩔 수 없지. 내려주려무나.
리하 반 헤임:(당신의 반응에 잠시 내려다보다가) 조금 돌아서 간다면... 괜찮을 수도 있긴 하겠네요. 어찌할까요, 전하?
시리온:왕의 체면이 있으니 말이다, 이 차림이더라도 알아볼 자는 알아보겠지. (끄덕이고) 안겨있는 이 와중에 무언가 문제라도 발생한다면 네가 꽤 번거로워지지 않겠느냐?
내려다오, 어명이다.
리하 반 헤임:... 알겠습니다. (어명이라는 말에 별다른 대답 없이 조심스럽게 당신을 아래로 내려준다. 조금 구겨졌을지도 모를 옷을 가볍게 정리해주고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당신의 옆에 바르게 서있는 모습이다.)
시리온:좋아, 아주 잘했단다. (네 머리에 손을 뻗어 한차례 쓰담아주고는 빙그레 웃었다.) 즐거운 놀이는 궐 안에선 하기가 힘든 법이지.
마저 가자꾸나.
리하 반 헤임:(쓰담는 손길에 살짝 고개를 숙였다가, 이내 다시 몸을 세우곤) 네, 전하. 모시겠습니다.
당신은 리하와 함께 다시 걸음을 옮깁니다.
관청에서 슬슬 퇴근하는, 혹은 야근에 시달리는 관리들을 돌아보며 걸음을 걷고 있자면...
어느새 발걸음 끝에 닿는 곳은 아름답기로 소문난 후원입니다.
도화국이라는 이름답게 곳곳에 이 나라 곳곳에 복숭아 나무들이 가득하다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공들여 가꾸어지는 곳을 고르라면
분명 왕궁의 후원 안에 있는 복숭아 언덕일 테지요.
시리온:이 후원은 언제봐도 마음에 든단 말이지. (느리게 눈을 깜박이며 사박, 짧게 걸음을 밟았다.)
리하 반 헤임:(조용히 당신의 뒤를 따르다가) 이렇게 잘 관리된 곳은 도화국 어디에도 볼 수 없을 테니까요.
겨울이 지난 덕분에 날이 길어 여즉 햇빛이 완연히 저물지 않았습니다.
잘 가꾸어진 후원 안쪽, 수로가 흐르는 돌담을 지나치면
아직 피어나지 않은 꽃망울들이 수없이 매달려 있는 복숭아 나무들이
언덕 아래서부터 빼곡히 심어져 있는 것이 눈에 띕니다.
금방이라도 떨어져 내릴 것 같은 꽃망울들을 올려다보면,
오늘도 피어 있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시리온:(복사꽃이 피면 나라가 망한다. 그 이야기가 생각나고, 낮에 들었던 노랫말이 귓가에 울린다. 느리게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떠올린다.) 꽃이 아직 하나도 피지 않았구나.
리하 반 헤임:(당신을 따라 꽃을 올려다보다가) 이렇게 많은 나무들 중에, 하나도 피어나지 않은 것은 조금 의아한 일이기는 합니다. 그렇기에 그런 소문이 떠돌고 있는 것일까 싶기도 하지만요.
정말이지, 어떻게 된 일일까요….
시리온:복사꽃 송이송이 붉은 어둠 물들어 만발한 이 땅에 별꽃 가득 내렸다네... 깊고 어두운 밤 커다랗게 입을 벌려 피어나는 모든 것을 삼키고 말았다네.... (노랫말을 중얼이다가 고개를 기울였다.)
리하야, 무언가 이상하지 않으냐.
리하 반 헤임:...? 무엇이 이상하다는 것입니까? (노랫말을 가만히 듣다가, 고개를 슬 기울이며 당신을 바라봅니다.)
시리온:노랫말에서 복사꽃이 피어나는 시기 말이다. 공통적으로 밤을 상징하고 있지 않으냐. (느리게 눈을 깜박였다.) 피바람이 밤에 분다는 소리가 될지도 모르겠구나, 단순히 허황된 이야기였으면 좋겠거늘....
리하 반 헤임:피바람,인가요. 그렇게 들으니, 왜 꼭 밤이라고 칭하였는지도 의문이 듭니다. 밤에 무슨 일이라도 일어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일지...
당신과 리하가 이런저런 생각하던 찰나,
시선의 끝에 문득 거슬리는 것이 보입니다.
시리온:...? (무엇이지, 시선에 든 것을 바라본다.)
분명 저것은...
누군가의 옷자락입니다만,
이 곳에 사람이 있을 이유가 있던가요?
시리온:누군가를 죽이기에 밤만큼 적기인 것이 없단다, 리하야.
그대가 무어라 더 입을 열기도 전 리하가 앞으로 나섭니다.
시리온:(옷자락이 보이는 쪽으로 걸음을 옮기려다, 리하가 나서는 것에 걸음을 멈췄다.)
입가에 손가락을 하나 대는가 싶더니,
기척을 죽여 옷자락이 흔들렸던 쪽으로 이동합니다.
그리고 얼마나 흘렀을까요.
챙강!
칼날이 부딪히는 소리가 납니다.
시리온:...흠.
(별다른 변화 없이 시선을 고정했다가, 그대로 그 자리에 섰다. 리하가 질리가 없으니까. 갔다가 되려 방해가 되면 곤란하지.)
당신은 리하를 믿고서 기다려보기로 합니다.
시리온:(듣기 롤이나 관찰 롤 등으로 확인이 가능할까?)
:시리온, [관찰] 롤
시리온:
(붉은 눈을 빛내 시선의 끝에 있을 너를 쫓는다. 네가 누구인데, 밀릴리 없다. 그럴리 없지 않더냐.)
당신은 리하가 향한 쪽으로 이동해, 리하를 바라보았습니다.
그 앞에는 누군가를 향해 검을 마주 겨누고 있는 리하가 보입니다.
어라,
그런데 이상합니다.
리하를 향해 검을 겨누고 있는 상대의 손끝은 멀리서 보기에도 상처투성이입니다.
시리온:... ...? (고갤 기울여.)
입고 있는 옷은 반쯤 해졌고
얼굴이나 몸 곳곳에 오래된 화상 자욱이 남은 모양이
흡사 거지꼴에 가깝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 있는 자세에는 흐트러짐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놀랍도록 이질적이고 당혹스러운 어느 것이 있습니다.
시리온:(...저건...)
미처 정리하지 못한 백금색의 머리칼,
한 쪽만 남은 새빨간 시선은 상대를 곧게 응시합니다.
그는 닮았어요, 아니.
꼭 같이 생겼습니다.
???:...
그대 앞에 서 있는 리하와요.
곳곳에 있는 화상 자욱과 눈 하나 없는 것을 제외하자면
쌍둥이라 믿어도 될 정도입니다.
시리온:(자리에 굳은 듯 서있는다.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이 뭐지? 리하에게 쌍둥이가 있었던가? 아니, 그럴리가 내가 리하에 대해 모르는 것이 있을리가 없다. 그는 쌍둥이가 아냐. 쌍둥이가 아니라면, 저렇게 똑같이 생겼을리가 없다. 흉내인가? 아니..... 일단.... 그 이상으로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곧장 걸음을 옮겨 앞으로 나간다, 더 구경할 필요는 없다.) 멈춰라!
황급히 앞으로 나오며 리하에게로 시선을 돌리면,
그 역시도 명확하게 당혹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시리온, 산치 체크.
시리온:
당신이 리하에 대해 모르는 것이 있을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럼 대체... (이성치 -1)
리하 반 헤임:... 누구입니까. 신분을 밝히십시오. (다가오는 당신을 바라보다, 앞의 상대를 바라본다.)
나오는 목소리의 끝에는 약간의 떨림이 묻어 있습니다.
그러나 물음에도 돌아오는 대답은 없습니다.
그저 그는 말끄러미 리하를 응시하는가 싶더니…,
문득 고개를 돌립니다.
이번에 닿아오는 시선의 끝에는 그대가 있습니다.
시리온:(눈 앞의 상대를 노려본다.) 아해야, 이름을 밝혀라. 쉬이 보내주지 않을게야.
그가, 말끄러미 그대를 바라봅니다.
???:... ...
그 눈 안에서 흔들리는 감각은,
글쎄요.
헤아릴 수조차 없이 무수한 어느…,
시리온:(심리학 가능할까?)
:가능합니다, 롤
시리온:
(ㅇ ㅏ?)
그의 눈은 당신을 가만 주시하고 있다가,
당신이 무언가 알아채기도 전에 훌쩍 고개를 돌리고 자리를 벗어납니다.
눈 깜짝할 사이 멀어지는 그는 리하가 따라붙을 시간조차 주지 않은 채였습니다.
시리온:...쯧..., 리하야!
아연하게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리하가 그대를 향해 고개를 돌려옵니다.
시리온:(급히 네게로 다가가는 듯 했다.) 다친 곳은 없더냐.
리하 반 헤임:... 소인은 괜찮습니다. 이정도로 다칠리는 없으니까요. (급히 다가온 당신을 내려다보다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보다... 이곳의 경비를 강화하라 이르겠습니다.
시리온:... ... (손으로 제 턱을 매만진다.) .... 인상착의가 아주 유사해. 낮에 아낙들이 말했던 그 소문의 주범과 말이다.
경비를 강화한다라, 나는 후원이 망가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단다. 그 자는... (왜지, 왜 하필 네 모습을 담은 걸까. 너를 빤히 바라본다, 곧 고개를 기울였다.) ... 또 오게 된다면 반드시 잡아야겠어.
리하 반 헤임:(동의하듯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다가) 백발에 붉은 눈...까지도 들은 것과 그렇게 맞아 떨어질 수가 없습니다.
... 그럼, 소수의 인원만을 더 배치하도록 하겠습니다. 후원이 망가지는 것은 소인 역시 바라지 않습니다. (빤히 바라보는 시선에,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느껴져 저 역시 알 수 없다는 듯 쓴 웃음을 지었다.) 다음엔 놓치지 않겠습니다.
시리온:(인상을 썼다. 그 자가 나를 죽이러 온걸까? 그럼 왜 내가 나타났을때 내게 달려들지 않았지? 하는 의문이 여전히 가시지를 않는다. 네게서 시선을 거둔다. 머리가 꽤나 혼란스럽다. 얼굴이 그렇게까지 닮을 수 있나? 나타난 시기와, 그에 함께하는 소문역시도 이상하다. 무언가 잘못돌아가고 있는 기분이 들어... 밀려오는 두통에 눈을 지긋이 내리감았다. 내가 아는 리하는 내 곁에 있다. 그럼 그 인물은 도대체 누구란 말이야, 그 눈으로 왜 나를 그리 바라보며 무얼 말하고자 했단 말이냐. 이마를 짚는다. 눈을 뜬다. 선명한 붉은 눈동자가 어둠안에서 빛나는 듯 싶었다.) 그래... 굉장히 피곤해졌어. 거처로 돌아가자꾸나.
리하 반 헤임:(저랑 똑같은 얼굴을 한 이가, 만약 그대를 죽이러 온 것이라면? 어떻게 해야할지 혼란스러울 뿐이었다. 저가 모르는 무언가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확실해서, 그 소문을 퍼트린 자 역시 그가 맞다면 반드시 붙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잠시 생각을 하다, 이마를 짚는 당신의 행동에, 당신을 바라보곤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네, 전하. 모시겠습니다. (당신의 옆에 서서, 걸음을 맞춰 왕궁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시리온:(그래, 분명히 내가 모르는 곳에서. 내가 모르는 아주 무시무시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손을 내린다. 고갤 끄덕인다. 걷기가 지친다.) ...힘들구나, 안아줄 수 있겠느냐.
리하 반 헤임:네, 전하. (그를 만난 후로 급격히 생각이 많아진 듯한 당신을 조심스럽게 안아들고는, 당신의 거처로 향한다. 오늘은 쉬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시리온:(안아오는 손길에 그저 몸을 맡긴다. 그대로 품에 기댔다. 그저 닮은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너와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나를 이리 흔들리게 만들다니, 네가 그만큼 중한 것 같기도 하다는 기분이 들지만.... ...썩 좋은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기댄채로 눈을 감는다.)
당신은 리하에게 안겨, 지친 몸으로 돌아갑니다.
…그는 도대체 누구일까요?
…그는 도대체 누구일까요?
…
어둠이 찾아들어도 그 기이할 정도의 감각은 사라지지 않아
애매모호한 기분으로 침전에 들었습니다.
리하는 그대에게 이곳의 경비를 강화하겠노라며,
혹여 무슨 일이 생긴다면 당장에 종을 울리라 몇 번이고 이야기하고
문 바깥으로 시립합니다.
시리온:... ... 하... (짙은 한숨을 뱉으며 침소를 한차례 둘러봤을 터였다. 생각이 복잡하다. 오늘 있었던 일이 아직 눈 앞에 생생해서 잊히지를 않는다. 고개를 한차례 젓는 듯 했다.)
그대만이 있을,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고요한 침전입니다.
그러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요.
새벽입니다.
순간, 그대 뒤로 찾아든 선득한 것이 느껴집니다.
시리온:...?! (흠칫놀라 돌아봐)
???:...
등 뒤를 돌아보면 그가 서 있습니다.
그대가 아는 리하와 꼭 같은 낯을 하고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연히 다릅니다.
얼굴 곳곳에 얼룩진 화상 자욱과 안대로 가려진 한 쪽 눈은
그에게 무엇인가 험한 일이 있었다는 것만 짐작하게 합니다.
시리온:... ... ..., ...여긴 어떻게 들어온게냐.
말 없이 얼마나 시선을 마주했을까요.
그가 서슴없이 그대 앞에 무릎을 꿇어 부복합니다.
시리온:...무슨,
???:... ... 전하.
새어 나오는 낮은 목소리는
어느 슬픔과 그리움에 잔뜩 젖어 있는 것도 같았습니다.
???:...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시리온:무슨 소릴 하는게야. (여전히 제 앞의 너를 응시한채 종이 있을 곳으로 손을 뻗었다. 경계가 가득한 눈빛이었다. 들리는 목소리는 동일한가? 동일하지 않던가? 귀를 자꾸만 의심하게 된다.)
왕의 침소에 숨어들었다는 것은 그 자체로 당장 목이 베여도 할 말이 없다는 것을 알텐데. ... ...어떻게 들어왔는지 말하거라. 당장. 네가 누군지도 말하지 않으면 사람을 부를거야.
???:잠시만, 잠시만 소인의 말을 들어주십시오. 전하께 폐를 끼치려는 것이 아닙니다. (여전히 당신의 앞에 무릎을 꿇은 채로 당신을 바라보고 있다.)
시리온:(종에 뻗는 손이 멈칫한다. 당장에라도 쥐어 흔들 수 있는 곳으로 종을 가까이했다.) ... ...말해보거라.
(심리학 롤 가능할까요?)
:가능합니다, 롤
시리온:
(눈 앞의 이 자가 하는 말이 진심인지, 거짓을 말하는 것은 아닌지 알려주련.)
그는 확실히 당신에게 적의를 가지고 있지 않아 보입니다.
오히려, 그래요, 아득히 그리워하고 있는 듯한 시선입니다.
시리온:... ...
???:... 지금 도화국 내에서 불려지고 있는 멸망에 대한 노래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노래를 만들어서 부르게 한 것은, 예상하셨겠지만... 소인입니다.
하지만, 악의를 가지고서 퍼트린 것은 아닙니다. 이대로 둔다면 이 도화국은 멸망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전하께선...
(말이 막히는지 입을 몇번 달싹이다가) ... 그렇게 되면 전하께선 죽음을 피하지 못하십니다.
시리온:(네 말에 눈을 느리게 깜박였다. 당연히 알아챘다. 나는 그정도도 모를 정도로 멍청한 군주가 아니니까. 눈 앞의 자가 소문의 주범이라는 것 정도는... 나도 알고 있었다. 이어들리는 말도 미묘하게 이해는 가는 듯 싶었다. 눈 앞의 사내가 내게 그 어떤 적의도 보이지 않고 부복한채로 복종의 뜻을 보이고 있는 것인데. 잠시간의 적막의 끝에 들리는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곧 평소의 표정으로 돌아왔다. 침대위에 앉아있던 차에, 고개를 숙여 너와 시선을 제대로 마주하며) 그걸 어찌 아느냐. 너는 이미 그걸 다 겪어온 것마냥 말하는구나.
???:... 소인은, 인과의 법칙을 거슬러 이 곳에 있는 존재입니다. 승하를 막기 위해서... 전하를 살리기 위해서, 소인을 신에게 걸어 계약을 했습니다. 전하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말입니다. 많은 시간을 거쳤습니다, 많은 시간이 흐르는 동안 그만큼 시도와 길을 찾아 헤맸고 계속 실패를, 해왔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지금은 가능성이 있습니다. 어쩌면 유일한 가능성일지도 모르는 길입니다.
모든 사실을 믿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바로 믿기 힘든 내용이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하. 단 사흘만 소인을 믿고 도와주십시오.
... 단, 사흘이면, 사흘이면 됩니다.
그는 이 모든 사실이 쉽사리 믿기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사흘만 자신을 믿고 도와달라 부탁합니다.
시리온:... ... (터무니 없는 소리를 지껄이는 눈 앞의 사내를 그저 고요히 바라봤다. 내가 죽었다라, 나를 살리기 위해 그런 시간을 보냈다라... 꼭 생긴 것도 말하는 모양새도 내가 알고있는 그를 정말로 빼어다 박아둔 것 같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어 너를 불렀다.) 아해야.
이름을 말해라.
그렇지 않으면 돕지 않을거야.
???:(당신의 말에 잠시 말 없이 가만히 바라보다가, 시선을 살짝 내렸다.) ... 리하, 반 헤임 입니다. 하지만, 이곳의 그와는 다른 이입니다.
시리온:(예상은 빗껴가지 않고, 들리는 목소리는 귓전에 울리고, 너를 담는 시선은 곧다. 설마 했지만 예상한 답이 들림과 함께 눈을 감는다. 사칭은... 아닌 것 같고.) 승리를 뜻하는 꽃이 있지. 매발톱이라는 꽃 말이다.
(침대에서 내려와 그대로 네 앞에 쭈그려 앉는다. 너와 시선을 똑바로 마주하며) 아해야, 나는 널 리하라 불러줄 수 없어. 대신에 네 승리를 기원하며 너를 매라고 부르겠다. 어떠냐, 사흘간 나를 찾아올 것이라면 매처럼 조용하고 분명하게 상공을 가르며,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나를 따라올 자신이 있겠지.
???:(침대에서 내려와 저와 시선을 맞추는 당신을 가만히 바라본다. 저를 리하라고 불러줄 수 없다는 말에는, 이미 알고 있다는 듯 꽤나 덤덤한 반응이었지만 어쩌면 조금은 슬픔을 담았을지도 모르겠다. 허나 뒷말에는 살짝 눈을 크게 뜨며) ... 소인을 믿어주시는 겁니까? 소인을, 도와주시는 것입니까... ... 물론입니다, 무엇이라 부르든 전하께서 원하시는대로... 소인을 도와주신다면, 지금 잠시 보여드릴 것이 있습니다.
매:동행을.. 부탁드려도 괜찮으십니까, 전하.
시리온:... 뭐, 적어도 너는 나를 죽일 생각은 없어보이니 말이다. 애초에 나라가 망한다면 어차피 그 위에 앉은 왕의 끝은 죽음일터, 그게 이르든 늦든... ... 나는 애초에 죽는 것이 두렵지 않아. (굳은 눈으로 바라본다. 군주의 자리라는 것은 그런 것이니까.) 지금의 동행을 바라는 것이냐. 오래 침전을 비울 수는 없다. 리하가 알게된다면 눈에 불을 켜고 나를 찾을테니 말이야. 너도 리하라면 알 것 아니냐, 매야. 그렇지?
네게 시간을 길게 줄수는 없어.
매:망하게 두지 않을 겁니다. 그렇게 두지 않기 위해 소인이, 이곳에 있는 것이니까요. (바닥에 둔 주먹에 힘이 꾹 들어갔다. 가만히 당신과 시선을 맞추다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전하의 기침을 확인하기 전에는 돌아올 것이라 약조할 수 있습니다. ... 소인에게 그 이상의 시간을 주신다는 건, 과분한 일이지요.
시리온:(가만 네 모습을 바라본다. 네 말이 진실이라면, 너는 이 왕궁이 망하고 불타는 것을 몇번이나 봐왔고, 내가 죽는 것을 몇번이나 봐온걸까. 애초에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지만, 말을 하는 네가 너무나도 진실되어 보여 믿을 수 밖에 없었다. 한숨을 쉬고, 고개를 끄덕인다.) 좋다. 안내할 수 있겠느냐, 나는 행동이 자유로운 몸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려무나.
매:... 감사합니다, 전하. (당신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그제서야 천천히 몸을 일으켜 방 한쪽으로 이동한다.)
그가 방 한 구석에 있는 화병을 자연스럽게 옮겨두고 몇 번인가 벽을 두드리니…,
소리도 없이 벽의 한 구석이 문처럼 미끄러져 열립니다.
시리온:... ... (느리게 눈을 깜박이며 바라본다. 저런 것을 구비해두었던가, 기억이 나질 않아 고갤 저었다. 알아서 했겠거니, 더 깊게 생각하지 않으며 네게로 걸음을 옮긴다.) 어디로 갈 셈이냐.
그대조차 모르던 통로가 존재했다는 사실 그를 바라보면
그는 아주 희미하게 미소를 짓습니다.
매:... 비상시를 대비해 아주 오래 전부터 전해져 내려오던 것이 평화가 지속되어 잊혀졌을 뿐입니다. 그리 멀리 가지는 않을 겁니다, 전하.
통로의 안쪽에서는 오래된 먼지와 습기의 냄새가 났습니다.
매:... 이쪽으로. (먼저 앞장 서 통로 안으로 들어서고는, 당신을 돌아본다.)
시리온:(매캐하게 올라오는 먼지에 인상을 쓴다. 네 차림이 왜 그런 꼴이 되었는지 이해가 가는 것도 같다. 시선을 올려 너를 바라보며) 나를 안아라. 맨발로 밖을 걷던, 지저분한 곳을 걷던, 그런 것은 좋아하지 않아. 애초에 오늘은 유독 많이 걸어서 말이야.
매:네? 하지만, 전하... (안으면 더 지저분해질지도 모르는 일이라 생각해 조금 머뭇거렸으나, 안으라고 말한 것이 부탁이 아닌 명으로 들렸기에 조심스럽게 당신을 안아올렸다.) ... 실례하겠습니다.
시리온:... 다음에 올땐 네 차림을 바꾸는 것도 생각을 해봐야겠구나. (품에 안긴 꼴이 어째 익숙해서 한숨을 쉬었다. 여벌 옷이야 침전에도 있으니 돌아와서 갈아입으면 되는 노릇이다.) 가자, 더 늦기전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걸음을 옮깁니다.
...
통로를 따라 얼마나 걸었을까요,
굽이굽이 갈라지는 몇 갈래의 길에서 그는 주저없이 한 곳으로 이동합니다.
그에게 안겨 길 안으로 조금 더 걸어가면,
이내 막다른 길이 나타납니다.
매:... 잠시, 꽉 잡고 계십시오.
시리온:... (한숨)
한팔로 당신을 지탱하고, 천장 쪽에 있는 뚜껑을 밀어내니
그 사이로 별이 총총 빛나는 밤하늘이 드러나네요.
시리온:(네 옷자락을 꽉 쥔채로, 보이는 하늘을 바라보다가) 나가는 길을 아예 외워버린 모양이구나.
매:몇번이고 다니게 된 길이니, 외워질 수 밖에 없는 일이지요. (그는 당신을 안은 채로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당신을 조심스럽게 내립니다.) 잠시만, 먼저 올라간 후에 올려드리겠습니다.
시리온:(으쓱였다. 그저 네가 고된 삶을 스스로 걷게 된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천자락을 발치에 내려 발이 땅에 직접 닿지 않게끔 했을 터였다.) 그래, 먼저 올라보거라.
그는 잠시 당신을 바라보다, 훌쩍 뛰어오르는가 싶더니
이내 그대에게 손을 내밉니다.
시리온:(내밀은 손을 가만 바라보다가, 손을 뻗어 잡는다.) 이 나를 잡아올리는 것 정도는 자신 있겠지, 매야.
매:(당신의 말에 조금 눈을 크게 떴다가 옅은 미소를 띄우곤) 물론입니다, 전하. 이정도도 못 한다면 전하를 지킬 수 있겠습니까.
단단한 손을 잡으니 그대로 몸이 끌어올려집니다.
여긴…,
복숭아 나무 숲이었네요.
도성 곳곳에 있는 복숭아나무 숲이 이런 용도를 겸하고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시리온:(느리게 눈을 깜박인다. 주변을 돌아보다가, 사박거리는 풀숲을 맨발로 밟았다. 옷을 한번 손으로 털고 너와 시선을 맞춰.) 그래... 이제 어디로 이끌 셈이냐.
그는 나왔던 출구를 수습하하곤 그대를 돌아봅니다.
그러곤 시선을 오른쪽으로 향하니,
오른쪽으로 불이 환하게 밝혀진 기루가 눈에 들어옵니다.
매:저곳으로 갈 것입니다. ... 다시 안아드리면 되겠습니까? (조심스레 당신에게 다가서곤 손을 내밀었다.)
시리온:(느리게 눈을 깜박인다. 지금 차림은 단박에 저를 알아볼지도 모르는 차림이다. 네 손을 잡는다. 저를 안으라는 듯이 선명한 적안이 너를 응시한다.) 책임은 질 수 있겠지. 경각심을 가지고 행동해야 해.
매:(환복을 하고 왔었어야 했는데, 짧은 생각에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두르고 있던 옷을 풀어 당신을 제 품에 가두듯 안아들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전하. 아무도 전하를 눈치채지 못할 것입니다.
시리온:그래, 외간 사내와 있다는 것이 들통이라도 난다면 체면이 말이 아닐테니 말이다. (너를 응시하는 시선은 곧았다. 네 품에 안는 것에 그대로 몸을 맡긴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네 귓전에 속삭인다.) 행동을 똑바로 해, 네게 쥐어준 매라는 이름에 걸맞게.
매:... 네, 전하. (알고 있는 것임에도, 다시 한 번 상기시키는 것에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걸음을 옮겼다.)
기루 앞에 도착하자 험상궂게 생긴 경비가 출입을 막아서려 드니,
그는 자연스럽게 안에서 명패 하나를 꺼내어 보입니다.
시리온:(숨을 삼키고 잠잠히 바라본다.)
명패를 보자마자 얌전해진 경비를 지나처, 그대를 꼭 안고 들어갑니다.
그는 꼭 자기 집마냥 기루를 성큼성큼 지나 안쪽으로 이동합니다.
시리온:(이곳도 몇번씩이나 오갔던 건가, 움직이는 걸음이 예사롭지 않다. 내가 모르는 것이 얼마나 많은 것인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너는 어떤 삶을 살아왔던 것인지, 네가 보낸 시간의 길이는 도대체 어느정도의 양인건지도.)
복도를 거침없이 걸으며 몇 개인가의 방을 지나치더니,
이내 가장 안 쪽의 방 하나로 들어섭니다.
그리고는 여즉 비어 있는 방 안, 병풍의 뒤에 그대를 내려두며 숨깁니다.
매:... 지금부터 절대 소리를 내지 마십시오, 전하. 아무 소리도 내어서는 아니됩니다.
시리온:... ... (네 말에 그저 눈을 깜박이며 바라보다, 짧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소리를 내지 말라고 신신당부한 그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술상을 주문합니다.
...
시간이 지나자,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몇 명인가의 사람들이 들어오는 듯 발소리가 다소 많습니다.
하나, 둘, 셋…
몇 명이나 되는 걸까요?
시리온:... ...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입니다.
어수선한 시간이 지나가고 나면 사람들이 소리를 죽여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니 바싹 주의 깊게 들어보자면…,
:시리온, [듣기] 롤
시리온:
그의 목소리를 시작으로, 몇 개인가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매:분명 축제의 시작까지는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쾌청할 것입니다.
???:호오, 확실한가. 자네의 예언은 언제나 잘 맞아 떨어졌지만… 그것이 날씨마저도 예언할 수 있는 지는 몰랐군.
매:그저 아는 만큼 보이고, 그만큼을 이야기하는 것이지요.
???:그렇다고 해도 말야, 자네의 덕분에 계획이 더할나위없이 순항하고 있다네. 이대로만 간다면 자네도 분명 본국에서 커다란 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야.
매:상이라 하시면…
???:원하는 것은 전부 다 가질 수 있겠지, 이 도화국을 다스리게 해달라 청하여도 기꺼이 폐하께서는 들어주실 것이네.
매:………
.... 그것 참, …… 분수에 벅찬 청이로군요. 저는 그저 평안히 먹고 살 정도로면 만족합니다.
???:하하…, 하긴, 몽땅 불타 없어지고 나면 다스릴 것도 없겠지.
시리온:(...흐음... 내란인가, 반란인가... 역적모의를 곁에서 듣는 기분은 꽤나 새롭다. 숨소리마저 낮춘채로 들리는 소리에 집중했었다.)
???:그러고 보니 말인데, 잘 숨겨 두었나?
아아, 물론이지. 빈민굴에 아주 꼭꼭 숨겨 두었다고.
??:반드시 축제의 시작까지는 누구에게도 밝혀져서는 안되네, 명심하도록. 폐하를 실망시켜서는 안 된다. 안 그래도 괴상한 노래가 돌기 시작해서 아주 신경쓰인다고.
???:그래봤자 허수아비 군주인데 알아채기나 하겠나? 우리에게는 예언자가 있으니, 반드시 성공할 걸세.
:시리온, [지능] 롤
시리온:
(입가에 아주 얇은 미소가 걸린다. 들리는 소리에 기가찬다. 이 웃음은... 조소嘲笑 다.)
익숙한 목소리입니다.
분명 회의를 하다 들었던 것 같은데…,
잠깐.
그렇다면 이 말도 안되는 계획에 도화국의 관리 역시 포함되어 있다는 말인가?
예상이 확신으로 변하는 순간입니다.
이후로도 몇 번씩이나 서로의 입단속을 다짐하던 그들 모두가 이 방을 뜨고 나면,
그제서야 그가 그대를 병풍 뒤에서 나오게끔 합니다.
그 얼굴은 침중하게 가라앉아 있습니다.
섣부르게 무언가를 물어보기조차 어려울 만큼요.
시리온:(빤히 그 얼굴을 찬찬히 훑다가 손을 뻗어 네 뺨을 감쌌다. 나직하고 조용한 목소리로 너와 시선을 마주한다.) 매야. 나를 보려무나. 왜 그런 표정인 것이야.
매:(뺨에 닿아오는 손에 아주 조금, 움찔하고는 시선을 옮겨 당신을 바라보았다.) ... 전하를 위해서라고는 하나, 썩 좋은 것은... ... 아니지 않습니까.
시리온:(네 시선에 빙그레 웃는다.) 이 일을 네가 알아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하였을지 내가 알고 있다. 지레짐작이기는 하지만, 수많은 반복속에서 이를 찾아내기까지 분명 많은 일이 있었겠지. (화상자국이 자리하고 흉이진 뺨을 손으로 부드럽게 어른다.) 보아라, 그래서 네가 이루고 있는 것을. 나에게 이를 알려주지 않았느냐. 궁 안에 역적이 있다는 사실을 나에게 보여주지 않았느냐, 내 무력한 죽음을 네가 막아주고자 하는 것이 아니더냐. 왜 좋은 것이 아니란 말이야. 이는 네 승리를 위한 것이다. 그들이 하는 말은 신경쓰지 말고, 올곧게 네가 하고자 하는 것을 이루면 되는 일이야. 너를 믿는다. 지금부터 나는 너를 분명하게 믿고 있을 것이야. 기억해. 네가 저지르는 이 모든 것은 죄가 아니다. 너는 그 어떤 모의에도 가담하지 않았어, 네가 하는 행위는 정당한 행위다. 나를 지키기 위한. (말을 하는 목소리는 조용하고 나지막하게 울리지만, 단호하고 굳건하다. 눈빛에 서린 한기는 너를 향한 것이 아니라 너를 이렇게 만들고, 자신을 이렇게 만든 상황으로 향한다. 너를 바라보는 두 눈만큼은 너를 향한 믿음과, 따스함으로 가득차있다. 두려워하지 말아라. 네가 하는 것을 계속해서 해나가고, 나에게 보여줘. 그렇게 말하는 것만 같다. 붉은 눈이 선명히 빛나다가, 그 끝에 휘어져 웃는다. 네가 가진 마음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네가 리하 반 헤임이라면, ) 너는 날 사랑하잖니. (분명하게 확신한다.)
매:(저의 고생을 알고 있다는 말을 들을 줄은 몰랐다. 그것도, 자신이 지키고자 했던 당신에게, 이런 식으로 들을 수 있을 줄은 몰랐기에 흉에 닿는 손길에 눈을 크게 뜨고서 당신을 바라보았다. 인정받고자 한 일도 아니었고, 그저 당신에게 지금의 상황을 알리고자 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기에, 이런 식으로 제게 말을 해줄 것이라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이루면 되는 일이다, 그것은 저가 지금까지 계속해서 가슴에 품고 있던 말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지금 당신이 저를 믿어준다는 것이... 고마우면서도, 슬프기까지 했다.) ...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전하. 정당한 행위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소인은 전하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각오를 하고서, 이리 행한 것이니... (얼마만에 마주한 따스함과 믿음으로 가득한 시선인가, 여전히 어쩔 수 없는 당신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이 올라오는 것 같아 겨우 꾹 눌러 참았다. 이런 곳에서 감정을 드러내서는 안된다, 아직은 일이 끝나지 않았다. 그렇게 저를 다스렸다.) ... ...... 네, 전하. ... 전하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입니다, 아니, 이번에는.... 이번에는, 지킬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처럼만... 저를 믿어주십시오. 그것이면 충분합니다. (조심스럽게 당신의 손을 잡아 천천히 내렸다. 그러곤 당신을 따라, 눈을 접어 웃었다. 그래, 그거면 충분했다.) ... 슬슬 돌아가는게 좋겠습니다. 날이 밝을 것 같네요.
시리온:(네 표정이 곧 무너질 것 같아서 네가 손을 내리는 것을 거부하지 않고 손을 서서히 떼어낸다. 정을 주되, 절제해야한다. 이 자는 나의 리하가 아니다. 서글프게도, 오래전 주군을 잃은 것을 나를 통해 다시 보고 있는 것일테니까. 눈을 깜박인다. 어쩌면, 내가 이것을 하나도 모르고 그저 무력하게 일어나는 반란의 앞에 죽음을 맞이했다면, 나를 지키는 그 아이가 이꼴이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쉬이 내칠 수 없었다. 그래서 무시할 수도, 외면할 수도 없었다. 표정을 바라본다. 드러나지 않는 슬픔이 얼굴에 가득하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너는 이리도 헌신적이구나. 깨끗한 얼굴의 그 아이가 비추어 보인다.여태까지의 삶에 있어 리하 반 헤임은..., 나에게 실망을 준 적이 없었지, 그러니까 너도 그럴 것이라고 믿는다. 시선은 네게로 여전히 고정한채, 여전히 입가에 미미한 미소를 걸고 부드럽게 답한다.) 그래, 매야. 슬슬 돌아가자꾸나.
매:(제 손을 내치지 않아주는 것만으로도 저는 지금의 당신에게 감사하고 있었다. 다시 한번 기회를 준 것으로 더할나위 없이, 감사한다. 또 잃을 수는 없다는 것을 다짐하듯, 손을 꾹 잡았다가 천천히 힘을 풀었다. 당신은 저를 통해 이곳에 있는 리하를 보고 있을 것이다. 리하라고 부르지 못하면서도 그와 같이, 당신을 사랑해 마지않는 저를 내치지 못했던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 그러니, 보답해야겠지.) ... 네, 전하. 이번에도 안내하겠습니다. (저에게 미소지어주는 당신을 지키고 싶다, 이것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흔들리지 않는 마음이었다. 자신을 버티게 해주는 힘이라 생각한다. 천천히 당신을 이끌어, 왕궁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시리온:(끄덕인다. 네가 지닌 각오가 분명하게 다가오기에. 네가 버틸 수 있는 그 마음을 유지하기를 바란다. 눈 앞의 네가 계속, 선명히 남아있기를 바란다. 네 손을 부드럽게 쥐어.) 그래, 이번에도 나를 안아라. 할 수 있겠지. (흔들리지 않는 두 눈이 곧게 너를 응시했다. 돌아가야 하니까.)
매:물론입니다, 이곳에 오게된 것도 소인 때문이니... 확실하게 모시겠습니다. (당신의 말에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익숙한듯 당신을 안아올리곤 걸음을 옮겼다.)
그는 그대를 안고서 왔던 길을 빠르게 되돌아갑니다. 날이 슬슬 밝아오는 것 같네요.
...
다시금 왕궁의 침전으로 돌아오고 나서야, 당신을 천천히 내려줍니다.
매:... 오늘 밤, 같은 시각에 찾아오겠습니다. 아까 들으셔서 아시겠지만, 그때는 함께 빈민굴로 가주셨으면 합니다.
시리온:(침전에 천천히 내렸다. 바닥에서 느껴지는 온기가 선명하게 자신을 잡는다. 들리는 목소리에 너를 돌아보며) 빈민굴이라... ...그래, 그땐 내 차림 쪽에 신경을 더 쓰도록 해야겠구나. 오늘처럼 안고다니는 번거로움은 덜해야지. 나는 편해서 좋았지만 말이야. (여전히 네게 시선을 고정한채로 살짝 웃곤) 그럼 기다리고 있으마, 매야.
매:... 안아드리는 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움직이는 것이 불편함이 있으면 곤란하니... 환복에 도움이 필요하다면 도와드리겠습니다. (기다리고 있겠다는 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이곤 이내 몸을 돌렸다.)
그는 그대를 한번 돌아보곤, 훌쩍 창문을 넘어 사라집니다.
그가 사라진 자리를 보고 있노라면, 등 뒤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납니다.
리하의 목소리입니다.
리하 반 헤임:전하, 기침하셨습니까?
직전까지 들었던 목소리와 다를 바 전혀 없는.
...
:시리온, [정신력]롤
시리온:
?
조금 피곤하기야 하지만 어떻게든 눈을 부릅뜹니다.
그야 그대는 한 나라의 군주인걸요,
고작 하룻밤 샜다고 일정에 차질이 생긴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지요.
그 쓴 맛에 달나라에 갔던 정신마저 번쩍 든다는 차를 물처럼 들이키고 나선
회의에서는 오늘도 도화제에 대한 여러 회의가 한창입니다.
축제에 관한 세부 사항은 관련 세부 기관에서 결정하면 될 일이라지만…
시리온:(흠...... 정신이 너무 멀쩡한 얼굴)
(축제의 일을 내가 주관하는 것이 좋을거라는 생각이 드는데... 맡기게되면 일이 번거로워질지도 모르겠어.)
그러던 와중에 귓가에 들어오는 내용이 있습니다.
축제의 첫날 밤에 이루어질 불꽃놀이에 관련한 내용이네요.
이 불꽃놀이는 매년 열리는 도화제의 명물이기도 해서,
타국에서도 보러 오는 이들이 아주 많은 편이랍니다.
불꽃놀이 이전에 그대가 연설을 하기도 하고 말이에요.
그런데…,
어라.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시리온:(불꽃놀이...)
(들리는 목소리쪽으로 고갤돌려봐)
"불꽃놀이에 대해서 재고해 보시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무슨 이유라도 있습니까?"
"최근 가뭄이라고 할 정도로 비가 오지 않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자칫 잔불이 커다란 화재로 번질 위험도 있으니…"
"그렇다고 한들 지금껏 그런 사고가 난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렇지만…, 만에 하나 그런 사고가 난다면."
"어허! 괜한 소리 하지 말고 그대로 진행하도록 합시다."
……
문득 어젯밤 들었던 목소리와 겹쳐 들리는 것도 같습니다.
그대가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불꽃놀이를 강행하자고 열변을 토하는 관리가 하나 눈에 들어옵니다.
저 사람은…
그렇네요, 이번 도화제를 주관하기 위해 특별히 설립된 부처의 장입니다.
이름이… 뭐였더라,
아, 그래요.
이 재하였지요.
시리온:(곰곰... 듣기 롤을 통해서 불꽃놀이 강행하자고 씨부리는 놈의 목소리가 어제의 그 놈과 같은지 판정할 수 있겠는가?)
:가능합니다, [듣기]롤
시리온:
그대는 더 깊게 집중하지 않아도, 어제와 같은 목소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요, 도화제의 전반적인 진행과 준비를 담당하고 있는 특별설립부처의 장을 맡고 있는 이였지요.
원래의 관직은 예부상서로,
의례적 절차를 담당하는 예부에서 도화제의 전반적인 준비를 담당하는 것은
특별한 일은 아닙니다.
어제의 대화와 더불어 반드시 불꽃놀이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태도를 합쳐보면…
시리온:(거기서 날 죽이겠군.)
그렇네요.
어쩐지 그의 태도가 참 껄끄럽고 마음에 걸리지만,
그렇다고 목소리 하나만으로 한 부의 상서씩이나 되는 사람을 내치기에는
마땅한 물증이 없습니다.
시리온:(흠.....)
심증만으로는 아무것도 행동할 수 없습니다.
생각에 잠겨 말끄러미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노라면
어느 새 회의가 끝나고 관리들이 빠른 속도로 물러갑니다.
시리온:(짜르는건 안되겠고... 불꽃놀이를 관두게 하는게...) (곰곰...)
망할 것들... (중얼)
리하 반 헤임:... 전하? (생각에 잠긴듯한 당신을 조심스럽게 부르며)
그대의 곁에 리하가 조금 놀란 눈을 한 채 시립해 있습니다.
아무래도 단서를 찾는 것이 시급할 것 같습니다.
이는 사정을 설명한 후 리하에게 부탁할 수도 있고, 함께 움직일 수도 있겠지요.
원래라면, 쉬는 것이 마땅하겠지만
어쩐지 오늘은 개운합니다, 이대로 리하와 함께 움직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시리온:리하야. (한참을 생각하다가 나직하게 네 이름을 불렀다. 고개는 네게로 향하지 않았으나, 발치를 바라보는 붉은눈이 섬뜩하게 빛났다.)
리하 반 헤임:네, 전하. (무엇이든 명하라는 듯 당신을 바라보다가 살짝 고개를 숙였다.)
시리온:(섣불리 저자를 죽이거나 쳐내라한다면 할 수 있겠으나... 그렇게되면 매가 여태 이뤄온 것을 진흙탕으로 만드는 것이 분명하다. 이런 상황에선 신중하게 움직여야지.)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듣거라. 궁안에 내게 반기를 들어 역모를 꾀하는 자들이 몇 있는 것 같아서 말이야. (여전히 조용한 목소리로 읊었다. 너 외에는 그 누구도 듣지 못 할 정도로.) 네가 나를 좀 도와야겠다. 할 수 있겠지?
리하 반 헤임:(반기, 역모, 생각지 않았던 단어들이 나오자 시선이 그대로 당신에게로 향했다. 어떻게 그렇게 확신을 가진 목소리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곧바로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다시 숙이고는 저 역시 당신에게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작게 응했다.) 물론입니다, 소인이 도움이 된다면 무엇이든.
시리온:(별다른 질의 없이 그저 저를 따르겠다 말하는 네 목소리에 그제야 네게로 고개를 돌려 웃는다. 그래, 너는 이런 아이였다. 내게 도움이 된다면 어떤 것이든 하고자하는... 그러니 이런 곳에서 허망하게 끝을 볼 순 없다. 막을 수 있는 기미가 보인다면 막는다. 그리고 그 끝에서 승리를 취한다. 그것이 내가 궁에서, 그리고 내 삶에서, 내가 이곳까지 오르기 위해서 펼친 전술이고 전략이다. 자리에서 일어서 팔을 한번 털었다.) 아직은 심증뿐이야, 궐을 좀 돌아봐서 단서를 얻어야겠구나.
리하 반 헤임:물증이 필요하다는 말씀이신가요. (자리에서 일어나는 당신을 바라보며, 길을 내어주듯 옆으로 아주 조금 걸음을 옮겼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당신에게로 시선이 향해있으며) 그런 것이라면 궐 밖에서 괜찮은 것을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전하. 궐 내에는 보는 눈이 많으니까요.
시리온:흠... (네 말에 손으로 턱을 한번 짚어 쓸었다. 궐내의 관청에 내가 직접 가는 것은 확실히 눈에 띄겠지. 곤란하긴 하다는 생각이 든다.) 네 말이 맞구나, 궐 내에서 내가 직접 행차하는 것은 너무 눈에 띄지. 될 것도 안되겠어. 가자, 환복 준비를 해야겠다. 따라오거라. (그리 말하며 사뿐히 먼저 걸음을 옮겼다.)
리하 반 헤임:(아무래도 궐 내는 환복을 하더라도, 알아보는 이들이 많을 터이니 곤란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었다. 당신의 말에 동의하듯 작게 고개를 끄덕이다, 따라오라는 말에 곧장 당신의 뒤를 따랐다.) 어제와 비슷하게 둘러보는게 좋을까요, 아니면... 전하께서 어찌 심증을 얻으셨는지 소인은 모르겠으나, 그것과 관련된 곳이 따로 있는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시리온:어제와 비슷... (느리게 중얼였다. 정계를 해결하는 궐의 전각을 빠져나와 천천히 걸음을 옮기다가 후원이 눈에 들을 때 즈음에 걸음을 멈췄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네게 말해주어야할까. 눈 앞의 후원을 가만 담는다.) 어제의 시찰에서 둘러보지 못한 곳들이 있지 않았더냐, 관리들이 역모를 꾸밀만한 장소로 생각나는 곳이 하나 있단다. (고개를 돌려 너와 시선을 맞추고) 기루, 말이야.
리하 반 헤임:기루? (따라 걸음을 옮기다 예상치 못한 장소가 나온 듯 하여 조금은 눈을 크게 떴다. 하지만, 당신이 굳이 그런 생각을 한 것도 이유가 다 있겠지요. 걸음을 따라 멈추고는, 당신을 가만 바라보았다. 저에게 숨기는 것이 있다고 한대도 그것이 저에게 독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기에, 별다른 말 없이 납득한듯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환복을 마치시면, 소인이 안내하겠습니다.
시리온:그래, (곰곰... 내 침전에 그런 공간이 있다는걸 리하에게 알려주는 것이 좋을까, 잠시 생각을 하다가 곧 지금 당장은 막는 것에 집중을 하자고 생각하며 생각을 지웠다. 걸음을 좀 더 옮겨 자신이 환복을 하던 전각으로 들어서더니 간편한 차림으로 환복하다가, 문득 올 저녁에 나갈 시찰의 복장으로 침전에 적절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복을 하려면 침전을 나서야하고... 그러면 문 앞을 지키는 리하와 마주하게 되겠지. 이를 어쩐담. 환복을 대강 마쳤음에도 이를 생각하느라 그 자리에 멎어있었다.)
리하 반 헤임:(환복을 돕기 위해 당신의 옷가지들을 받아들고, 정리를 하다 가만히 멈추어 선 당신을 바라본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길래, 아무 말도 없는 건가. 느릿하게 고개를 기울였다가 당신이 걸치고 있는 옷을 가볍게 정리를 해주며) 무슨 생각을 그리 깊이 하고 계십니까, 전하. 혹 지금 복장이 마음에 들지 않으신 겁니까?
시리온:설마. (고개를 돌려 너를 빤히 바라보다가, 눈을 데구륵 굴렸다.) 환복할 복장 몇벌을 침전에 들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만일을 대비해서 말이야.
리하 반 헤임:...? (시선을 피하는 당신의 행동에 더 의문을 표하는 듯 눈이 살짝 커졌다. 곧 뒤이어 오는 말에 만일이라 하시면...? 하며 되물었다.) ... 전하께서 그러시겠다면 말리지는 않겠습니다만, 이번 일과 관련이 된 것일까요? (밖으로 안내하듯 걸음을 천천히 움직이며) 돌아와서 침전에 드시기 전에, 몇벌 챙기도록 하겠습니다.
시리온:혹시 모르잖니, 너와 내가 함께 도망이라도 쳐야할 상황이 올지도 모르지 않느냐. (가벼운 농조의 말이었다.) 너는 항상 내 침전 근처에 있을테니... 기왕이면 네 복장도 따로 챙겨서 두었으면 한다. 네가 왕의 호위라는 걸 들키면 곤란하지 않더냐. 지금 차림도... 나쁘지는 않지만 말이야.
리하 반 헤임:... 그렇습니까? 되도록이면, 그런 일은 없었으면 싶지만, 알겠습니다. 전하께서 그리 생각하신다면, 소인이 막을 생각은 없습니다. 무엇보다 그것이 전하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면 두 말 할 것도 없겠지요.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당신을 돌아보았다.) 그럼... 밖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전하.
시리온:(네 말에 느리게 끄덕였다. 이정도면 충분 하겠지하며.) 나를 모시거라. 리하야.
당신은 리하의 안내를 받으며 단서를 찾기 위해 왕궁 밖으로 향합니다.
...
어제와 같이 왕궁의 옆문을 지나 돌담길을 걷다보면 저잣거리로 이어집니다.
축제의 전날인지라 어제보다도 훨씬 붐비는 것 같네요.
오늘도 왁자지껄한 목소리들이 그대 귓가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수많은 이들이 지나치고 모여드는 이 곳은 가히 도성의 중심지라 할 수 있어요.
무언가 원하는 것이 있거나 소문을 듣고 싶다면 이 곳만한 곳이 없다지만…,
오늘따라 손님과 심각한 얼굴로 이야기하는 기름 가게 주인이 눈에 띕니다.
시리온:...?
(무슨 일인지 근처로 다가가본다. 엿들을 수 있나?)
:[듣기]롤!
시리온:
당신은 오가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기름 값이 금값이라더니, 그 말이 사실이로구만."
"어휴, 그렇게 많은 기름을 다 어디다 쓰려는 건지…. 이러다 불이라도 나면 큰일이겠어."
"하긴, 노래도 구구절절 그런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지… 도대체 어디에서 사가는 건지."
"당장 내일이 축제인데 말이여……, 그런데 정말 그 멸망이란 것이 올까?"
"예끼! 거 불길한 소리 하고 있어."
시리온:(기름? 흠...)
엿듣는 것으로 들을 수 있는 내용은 더 없는 듯 합니다.
시리온:(그럼 말을 걸어보면 되지.)
(자연스럽게 다가가더니) 이보게, 기름 좀 사러 왔더니... 어째... 동이난 모양이야? 무슨 일이던가?
기름 가게 주인:아이고, 지금 기름을 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여... (손을 휘휘 내젓고는) 최근 들어 우리 같은 가게의 기름이 동이 날 정도로 사들여졌단 말이지.
시리온:누가 그리도 많이 사갔는지는 모르고? 이 시기에 기름이라니, 잘못 엎질러서 불이라도 나면 큰일일텐데 말이야.
기름 가게 주인:도화제 기간에는 으레 있는 일이라고는 하지만.... 그런 것 치고도 지나치게 많아서 문제지. 누가 사갔는지는 몰라도, 아마도 반촌 아니겠는가?
직접 사러 오는 것도 아니고, 아랫사람들을 부리는 것을 보니 그럴 거 같다는 생각을 했지. 아무래도 개인 불꽃놀이나, 기름을 사용할 만한 일들이 많아져서 그런 것이라 생각은 하고 있구먼.
시리온:(흐음....) 반촌이라...
손님:하지만 하필이면 노래라던가, 멸망이라던가 하는 것들도 그런 내용과 연관되어 있어 찜찜하기 그지없는 일이지...
두사람은 서로 동의하듯 맞장구를 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합니다.
시리온:(웬만한 이야기는 대강 들은 것 같은데, 곁에 있을 리하를 가만 올려다본다. 작게 중얼이듯 물어 봐) 어떻게 생각하느냐?
리하 반 헤임:(같이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당신의 물음에 시선을 잠깐 내렸다.) 직접 파는 이가 의문을 가질 정도라면, 무언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확인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합니다.
시리온:(반촌은 나를 알아보는 이가 많을텐데... 눈을 피해 다니는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하고는) 그럼 걸음하자꾸나.
리하 반 헤임:(당신의 말에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어제와 같다면, 지금 시간이어도 저잣거리만큼 붐비지는 않을 터이니, 괜찮을 것입니다.
당신은 반촌으로 이동을 하며 잠시 생각을 합니다.
반촌에서 사들여지는 것 같다, 라고 하면…
역시 예부 상서일까요.
그의 자택에 찾아가 본다면 물증을 구할 수 있을까요?
당장에 의심가는 것은 그밖에 없습니다.
시리온:(끄덕끄덕.. 기왕이면 어제 기루를 털어서 예부의 흔적이라도 찾아볼까 싶었지만... ... 반촌도 나쁘지는 않겠지. 자택으로 찾아가보기로 한다. 이 시간이라면 분명히 비웠을테고.)
:시리온, [지능]롤
시리온:
그렇지만 어쩐지 찜찜한 구석이 있습니다.
기루에서 들었던 말들을 미루어보건대, 숨겨두는 것은 빈민굴이라고 하지 않았던가요…
... 그렇지만 반촌에 있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는 없는 법입니다.
확실히 예부 상서도 반촌에 살고 있으니까요.
확인차 한 번쯤 가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요.
시리온:(복.......잡........)
…
잠깐만요.
그나저나 우리…
예부 상서의 거처는 알고 있던가요?
시리온:(지끈)
…
복잡한 생각으로 우선, 반촌에 들어섭니다.
나라의 녹을 먹는 이들이 자리잡고 있는 구역입니다.
규모는 작지만 반듯하게 세워진 기와집에서부터 고래등같은 기와집까지
그 크기와 모양은 가지각색입니다.
어제도 느꼈지만 전반적으로 평화로운 분위기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관청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 덕에 인기척은 크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 그나저나 이 많은 집들 가운데 어떻게 예부 상서의 집을 찾아내죠?
시리온:흐으음.............................................................................................................................................................................................................................
리하 반 헤임:.... (힐금)
:시리온, [행운] 롤!
시리온:
어떻게 찾아내지 라고 생각한 순간,
바로 눈 앞에 있는 명패에 [이 재하]라고 적혀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이것 참, 운수 좋은 날이네요.
시리온:(?)
운이 참 좋구나.
하늘이 나를 돕는게지. (고개를 들어 너를 보며 웃어)
리하 반 헤임:소인은 전하께서 알고서 걸음을 하신 줄 알았습니다.
(웃는 모습에 저 역시 옅세 미소를 지어보였다.)
고래등 같은 집은 겉으로 보기에는 크게 이상한 것이 없습니다.
그가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거라고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물증이 없으니, 확실히는 모르는 일이죠.
시리온:양반댁 집을 다짜고짜 처들어가서 뒤지는 것은 너무 눈에 띌까, 리하야?
리하 반 헤임:다짜고짜 그렇게 하려고 하셔도, 문을 열어줄지 부터가 문제입니다. 그리고, 말씀대로 눈에 띄고 말 것이지요. 그래도 원하신다면 할 수는 있습니다.
시리온:(곰.................................)
(머리를 좀 굴려보자, 들어가 뒤져도 될까? / 아이디어 판정해도 되겠느냐.)
:가능합니다, [아이디어] 롤
시리온:
현재 예부 상서가 집을 비우고 있다고는 하나, 집 안의 모든 이들이 집을 비운 것은 아닐 것입니다.
정정당당하게 대문을 두드린다면, 누군가 나오기는 하겠지만 과연 안으로 들여줄지는 모르겠습니다.
시리온:(내 수려한 언변으로 어디 한번 해보려 해도 말이지... 집에 누군가 찾아왔다는게 예부의 귀에 들어간다면 꽤 귀찮아 질 것 같단 말이야.)
리하야, 몰래 들어가는건 어떻더냐. (?)
리하 반 헤임:담이라도 넘는다면, 가능하기는 할 것입니다. 하지만... 괜찮으시겠습니까, 전하.
시리온:(지끈............) 복잡하구나. (저도 모르게 손을 입가에 대고는 엄지손가락을 작게 잘근잘근 물었다. 불안할때 나오는 습관이다.)
리하 반 헤임:...... (가만히 바라보다가 당신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아, 아래로 내린다. 그러다 집 쪽을 바라보곤) 소인이 전하를 안아 올릴테니, 그렇게 해서라도 안을 살피시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아무것도 보지 않는 것 보다는 나을지도 모릅니다.
시리온:아. (네가 손을 내리는 것에 널 가만 바라보다가 끄덕였다.) 그래, 우선은 그리 해보고.... 영 마음에 걸린다면 문을 두드려보자꾸나, 어차피 환복을 했으니 나를 알아보는 자는 없을 것이야. 의심이야 조금 사겠지만, 어쩔 수 없지.
리하 반 헤임:알겠습니다, 전하. ... 그럼 이쪽으로. (큰 길가에서 그러고 있다면 시선을 받을지도 모르니, 조금은 지나는 사람이 적을 곳으로 이동해, 당신의 앞에 살짝 몸을 숙이곤 팔을 벌렸다.)
시리온:(팔을 벌리는 모습을 보다가, 다가가 안기며) 단번에 들거라, 바로 훑고 내릴테니 말이야.
리하 반 헤임:(당신의 말에 가볍게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다가 그대로 번쩍, 마치 자신의 어께에 당신을 앉히듯 담 너머 집이 보일 정도로 안아 올린다.)
시리온:(자택 안쪽의 풍경이 제대로 보이나? 확인해본다.)
자택의 안쪽 풍경이 보입니다. 하지만...
생각과 달리, 이상할 정도로 깨끗합니다.
시리온:(허어................)
아니, 사실 이상할 정도가 아니라 이게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반역이며 방화라니,
감히 이 평화로운 도화국에 그러려는 이가 얼마나 있겠어요.
어젯밤 겪었던 일들 전부가 꿈이었던 건 아닐까요.
누군가 꾸며낸 거짓말이라 믿고 싶어질 지경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기에는 어젯밤 찾아들었던 그의 얼굴이 아직까지도 아른거립니다.
시리온:(매가 거짓을 고할리는 없다. 그의 근본이 리하라면 그래야지.)
(보이는 것을 뒤로하고 가볍게 몸을 돌려 리하에게 완전히 마주 푹 안긴다.)
리하 반 헤임:주변을 조금 더 둘러보겠습니까, 전하? (푹 안기는 것을 가볍게 안아들고는, 당신을 바라보았다.) 한쪽에서만 보아서 무언가 찾지 못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시리온:차라리 집 안에 들어가서 찾아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구나. (멀뚱, 너와 시선을 맞췄다. 얽히는 시선에, 가까이에서 바라보는 네 얼굴을 빤히 보다가 손으로 네 양뺨을 감쌌다. 이런 와중에도 개구진 생각이 든다.) 입 맞춰도 되겠느냐?
리하 반 헤임:그러려면 대문을 통해 들어가거나, 정말 담을 넘는 수 밖에 없겠지요. (저를 멀뚱히 바라보는 시선에, 저 역시 눈을 느릿하게 깜빡이며 바라보았다. 제 양뺨에 닿는 온기에도 가만히, 당신을 안고 있다가 뒷말에 살짝 눈이 커졌다.) ...... 네? (누가 들어도 당황한 듯한 목소리였다.)
시리온:(당황한 모습에 작게 웃고는 손을 뗀다.) 농이란다, 이리 가까우니 조금 장난을 치고 싶어서 말이야. (내려달라는 시선을 보내고는) 대문으로 직접 확인해봐야겠다. 위험하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지.
리하 반 헤임:.... 그렇,습니까. (여전히 당황한 듯 하지만 아닌 척 목소리를 가다듬는 것이 느껴졌을 것이다. 내려달라는 시선에 느릿하게 당신을 내려주면서도, 작게 앓는 소리를 내었다.) ... 관리직에 있는 이가 직접 나오지 않는다면, 알아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너무 심려치 마십시오.
시리온:(네 소리를 들었으나, 굳이 알은체하지 않았다. 너를 다시 짚으려다가 관두고, 네 말에 끄덕이고는 빙그레 웃으며) 나만이 아니라 네가 있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 그래. 직접 걸음해보도록 하자꾸나. (그리 말하며 먼저 앞서는 듯 했다.)
리하 반 헤임:(웃어보이는 당신의 모습을 가만 바라보다가, 그대로 뒤를 따랐다.) 물론입니다, 전하께 해를 입히려는 자가 있다면 소인이 막아내겠습니다.
당신은 예부 상서의 집 대문으로 향했습니다.
시리온:(짧게 심호흡하고 문을 두드린다.) 누구 있느냐.
당신의 목소리에 문이 열리며, 마당을 청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던 청년이 다가옵니다.
" 무슨 일이신가요? "
시리온:예부 상서께서 찾는 것이 있어 긴히 오게 되었단다. 안으로 들여보내 줄 수 있겠느냐? (설득 가능하더냐?)
:가능합니다, 롤!
시리온:
주인이 계시지 않으니 다음에 찾아와달라고 말하던 그는, 당신의 설득에 홀랑 넘어간 듯 합니다.
생각보다 쉽게 문을 열어줍니다.
시리온:(ㅋㅋ)
그야 내가 예부 상서의 아주 친밀한 지인인데 어찌 그러느냐. (안으로 들어서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눈으로는 빠르게 내부를 훑는다. 눈에 드는 것은?)
밖에서 보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시리온:(흠........... 아예 안을 돌아볼 수는 없겠느냐?)
살펴볼 수는 있겠지만, 멋대로 집 안을 살피는 것은 수상하게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정말로, 수상한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시리온:(끄덕인다... 헛걸음 했군.) 예부께 아뢰거라, 조판댁 사람이 왔다 갔다고 말이야. 말한다면 알아 들을게다.
리하 반 헤임:(가만 당신이 하는 행동을 지켜보다, 돌아가는 것으로 들리는 말에 걸음을 살짝 뒤로 움직였다.)
당신을 집 안으로 들였던 청년은, 알겠다는 듯 짧은 대답이 들려옵니다.
시리온:찾으시는 물건은 나중에 따로 드려야겠어. (들리게끔 중얼이고는 그대로 걸음을 옮겨 밖으로 나섰다.)
리하 반 헤임:... 소득이 없는 듯 합니다. (당신에게만 들리게끔 이야기를 하며 뒤를 따라 집 밖으로 나섰다.)
시리온:...어쩔 수 없지. (곧장 목소리를 낮춰 네게만 들리게 말했다.) 예부와 함께한 이의 이름을 대놨으니, 바로 누군지 알진 못할게다. 그냥 긴가민가 하는정도겠지.
헛걸음을 했다는 생각으로 터덜터덜 돌아나오던 찰나,
파드득 날갯짓하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립니다.
어라…? 지금 뭔가를 보았나요?
시리온:...?
:시리온, [관찰력] 롤
시리온:
예부 상서의 집으로 무리지어 날아드는 새 가운데 한 마리의 발목에,
작은 대나무 통이 묶여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타국에서도 전시에나 쓰일 법한 잘 훈련된 전서구 같네요.
… 그런 것이 왜 도화국에?
시리온:... 리하야.
리하 반 헤임:네, 전하.
시리온:새사냥은 잘하더냐?
리하 반 헤임:못 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활이나 쓸만한 돌이 있다면 말입니다.
시리온:(흠............... 저거 잡아도 되느냐?)
고민을 하는 사이에 이미 시야에서 사라진 듯 합니다.
시리온:(젠장_)
어쨌거나 지금 당장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없어 보입니다.
벌써 해가 지려는지 노을이 뉘엿뉘엿 저 편에 깔려 있습니다.
시리온:다음엔 자갈도 챙겨올까보다.
리하 반 헤임:소인이 활을 챙겨오도록 하겠습니다, 전하...
시리온:아니지, 활은 너무 눈에 띄지 않더냐. (빤히 보다가 고갤 절레젓고는) 슬슬 해가 지는구나, 돌아가야겠다.
리하 반 헤임:... 그렇다면 자갈로 하도록 하겠습니다. 쓸 곳이 또 생길지는 모르겠지만요. (곧 돌아가자는 말에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걸음을 옮겼다.)
일단은 돌아가볼까요.
밤에 찾아올 손님을 맞이하려면 조금이라도 자 두는게 좋을 듯 합니다.
시리온:(꿈벅...) 그래, 리하야. 침전에 들기전에 부탁했던 것을 챙겨주려무나. 알겠지?
리하 반 헤임:알겠습니다, 전하. 옷가지를 준비하여 가도록 하겠습니다. (살짝 고개를 숙여 당신의 말에 답했다, 잊지 않았다는 듯이.)
당신은 나올 때와 같이, 리하와 함께 궐 안으로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시리온:(쪼금 피곤한 얼굴....)
리하 반 헤임:... (당신의 얼굴을 보았는지, 실례하겠습니다 라는 말과 함께 당신을 안아들고는 빠른 걸음으로 안으로 이동했다.) 환복을 마치시면 먼저 침소로 드십시오, 소인이 챙겨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시리온:아, (안아오는 것에 익숙하게 몸을 내어줬다. 그대로 폭 기대고는 끄덕였다.) 그래, 알겠느니라. 너라면 그리 해줄 수 있겠지.
리하 반 헤임:네, 맡겨주셔도 괜찮습니다.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했다. 곧장 침전 옆으로 이동해, 당신이 잠자리에 들기 편하게 환복을 도왔다. 아무래도 많이 피곤한듯 보여, 따로 양해를 구하지 않고서)
시리온:(익숙하게 환복을 돕는 네 손길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옷자락이 풀어헤쳐지고 다시 바뀌는 동안 피곤함에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그저 내버려뒀다. 복장을 어느정도 갈아입던 차에 제 환복을 돕는 네 손을 쥐며, 느리게 시선을 올린다. 살짝 피곤한 얼굴에, 조금 풀어준 표정으로) 무엄하구나. 허가도 받지 않고 몸을 건드리다니. (말을 하는 것에 비해 어조는 한없이 나긋하다. 고운 손이 네 굳은 손을 슬 감싸잡는다.)
리하 반 헤임:(제 손을 막는 당신의 손에, 아래로 내리고만 있던 시선을 올려 당신을 바라보았다.) 송구합니다, 전하. 벌이라면 달게 받을 것이니, 지금은 소인에게 맡겨주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나긋한 목소리인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기에, 저 역시 표정을 심히 굳히지는 않은 채로 당신과 시선을 맞추다, 제 손을 감싸잡는 당신의 손을 내려다본다.)
시리온:그러냐, (마주하는 시선을 그저 바라보다 느리게 눈을 깜박인다. 아직 채 마무리가 되지 않은 차림새로 네게 밀착하듯이 가까이 다가가) 그럼 이는 벌이니라. (그 끝에 입을 맞췄을 터였다.)
리하 반 헤임:(아직 마무리가 되지 않은 옷가지를 정리해주려고 하듯 손을 움직이려다, 당신의 행동에 그대로 몸이 굳어버린 듯 움직일 수가 없었다. 가볍게 닿아온 것에 눈이 커져선, 밀어내지도, 그렇다고 당기지도 못한 채로 시선만 당신을 향하고 있었다. 어쩌면, 조금 커진 심장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조마조마 하는 것이 할 수 있는 것의 전부였으리라.)
시리온:(잠시 맞춘 입을 곧이어 떼어내고는, 지친 것 마냥 네 품에, 네 어깨에 기댄다. 마무리를 어서 지으라는 듯 했다. 천자락에 채 가려지지 않은 네 몸선이 감길 것만 같은 시야에 들어오고, 들려오는 심장소리에, 너를 이루는 온기에 마음이 편안해졌는지 눈을 슬 내리 감는다. 조막만한 목소리로 이어 입을 연다.) ...이러다 곧 잠에 들 것 같구나.
리하 반 헤임:...... 염려치 마시고, 무리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그리 말을하며 기댄 당신의 옷가지를 마저 정리를 하곤 살짝 품에 안아들었다. 저가 품은 감정은 드러내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아마 당신은 이미 알 것이라 생각이 들지만 그럼에도 드러내서는 안되었다. 그리 다시한번 스스로에게 말하며, 침전으로로 걸음을 옮기며 품에 안긴 당신을 살짝 내려다보았다. 자신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켜야 할, 목숨을 바칠 이였다.)
시리온:(피곤함에 못이겨 눈을 감은채였다. 이대로 곧 잠에 들 것 마냥, 안아드는 손길에도 안겨 이동하는 내내에도. 아마 침전에 도착할 때 쯤에는 이미 잠에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색색거리는 숨소리가 들려온다. 일이 피곤했으니 이럴 법도 할 것이니라.)
리하 반 헤임:(당신이 눈을 감은 것을 바라보다, 말 없이 최대한 조용히 침전으로 이동했다. 아마 얼핏, 인사와 함께 당신의 이마에 무언가 닿았다 떨어진 것 같기도 하다.)
당신은 리하를 통해 침전으로 돌아온 듯 합니다.
...
얼마나 잠들었을까요?
눈을 뜨니 어둠뿐인 방 안에 새빨간 시선 하나가 빛나고 있습니다.
시리온:(눈 앞에 마주한 시선을 빤히 바라보다) 기척이라도 내지 그랬더냐.
그대가 일어나기까지 내도록 기다린 것일까요.
앉아있는 자세에는 흔들림조차 없습니다.
매:... 푹 주무셨습니까, 전하. 피곤하지는 않으신지요.
묻는 목소리 역시 여상하고 다정스러울 뿐입니다.
시리온:네가 오기전에 잠에 든 차였으니 말이야. (침대 위에 있던 몸을 일으켜 앉더니, 곧 내려왔을 터였다.) 내가 늦지 않게 깬 모양이로구나.
매:적당한 시각에 일어나셨습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당신이 침대에서 내려오자 그제서야 몸을 움직여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리온:오늘은 빈민굴로 간다고 했었지? (자리에서 일어나는 너를 보다가 농을 열었다. 리하가 넣어 뒀을 환복 차림을 확인하고는) ... 네 차림은 굳이 바꾸지 않는게 낫겠어. 갑자기 바뀌면 이상할테니 말이다.
매:그렇습니다.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이다가, 뒷말에는 조금 눈을 크게 떴을지도 모를 일이다.) ... 소인은 신경쓰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전하. 전하께서 환복을 마치시면 바로 이동하도록 하겠습니다.
시리온:그래. 그럼 그리하자꾸나. (네 말에 허릿천을 푸르다가 여전히 시선을 손끝에 내린채) ...매야, 고개를 돌리거라.
매:...? 아, (무언가 잘못되었다 생각하지 못하다가 뒤늦게 흠칫, 놀라선 몸을 돌리고는 송구합니다, 전하. 라는 말을 뒤에 덧붙인다.)
시리온:(네가 시선을 돌린 것을 확인하자마자 천자락을 그대로 풀어내리고는 바로 환복하는 듯 싶었다. 깔끔한 흑색 차림새는 밤에 다니기에 눈에 띄지 않을 터였겠지. 신까지 신고 나서야 몸을 돌려 서있는 네게 다가가) 오늘은 굳이 안지 않아도 괜찮단다. 안내하거라.
매:미리 준비를 해두신 모양입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곧 뒷말에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익숙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도 그는 자연스럽게 그대를 이끌어 침전의 비밀통로로 향합니다.
먼지와 습기찬 통로를 지나 뚜껑을 밀어 열고 나서면
또다른 복숭아나무 숲이 그대를 기다리고 있어요.
시리온:... (올라온 자리를 보다가 눈을 깜박여) 이틀차지만 신기하단 말이지...
매:이럴 때가 아니면 잘 사용하지 않는 길이니 말입니다. (작게 웃음을 흘리곤, 이쪽으로, 라며 걸음을 옮겼다.)
앞선 등을 따라 걷다보면…,
어느 새 어둑하고 음침한 뒷골목으로 들어서게 됩니다.
뒷골목의 곳곳에는 빈 집이 있습니다.
무언가를 숨겨놓기에는 아주 제격인 곳이죠…,
그렇지만 이 많은 집 가운데 어디에 무엇이 있는 줄 단박 알기란 영 쉽지 않은 일입니다.
… 아무래도 하나하나 직접 뒤져보는 수밖에는 방법이 없겠네요.
시리온:(... 흠...)
매:꽤 귀찮은 일이 될 것입니다만... 조금만 힘내주십시오, 전하.
시리온:... 이거 참... 여러모로 귀찮게 되었구나. 너도 아무래도 모르는 모양이지? (제 턱을 매만지다가 슬쩍 올려다보며)
매:... (말을 아끼듯, 입을 몇번 달싹이기만 할 뿐이었다. 슬 당신을 내려다보며) 그래도 아주 못 살펴볼 넓이는 아닐 겁니다.
시리온:(달싹거리는 것을 보다가, 끄덕이고는 첫번째 집을 둘러보기로 했다.) 뭐든 처음이 중요한 법이니 말이다.
매:(별다른 말 없이 당신의 뒤를 따라 이동한다.)
바로 앞의 집으로 향합니다.
문을 열어젖히면 전반적으로 먼지뿐인 빈 공간입니다.
어딜 봐도 잔뜩 낡은 구석구석에는 콤콤한 곰팡이 냄새가 나고
벽은 금방이라도 허물어질 것처럼 금이 가 있습니다.
누군가 이 곳에 드나든 것처럼 보이지는 않네요.
시리온:(열었던 문을 닫고) 흠....
12
매:다음은 어디로 가실 생각이십니까, 전하. (기웃...)
시리온:다 지나치고 맨 끝집을 볼거란다. (?)
매:... 네?
시리온:(루트는 4- 5 -8 -11 -12 순으로...)
내 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어(?)
일단... 이대로 쭉 가자꾸나. (4번 집으로 이동합니다.)
매:그렇,습니까. (조금 당황한 듯 싶지만 당신이 가려는 길을 막지는 않는지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걸음을 따라 옮겼다.)
당신은 앞으로 또 이동을 합니다.
시리온:(4번 자연스럽게 패스하고 5번으로 갑니다.) 어째 당황한 목소리구나, 매야.
자연스럽게 왼쪽으로 꺾어 들어갑니다.
매:아닙니다, 전하. 그럴리가요. (아무렇지 않은 척 덤덤히 말을 이으면서도, 그냥 지나쳐도 되나 싶은 마음에 집쪽을 바라보다, 당신의 뒤를 따른다.)
시리온:보통... 앞집에 숨기지는 않지 않더냐. 털면 바로 나올곳에 물건을 두는건 바보지. (5번 집 문을 벌컥 열었다.)
벌컥! 당당하게 문을 열어보았습니다만...
아까와 같이 먼지뿐인 빈 공간입니다.
시리온:이걸 보련, 허탕이잖아. (문을 닫고는 리하를 한번 힐끗 바라봤다가 그대로 미련없이 앞으로 갔다. 8번 집 방향이다.)
매:혹시 모르는 일이지 않을까, 싶었던 것 뿐입니다. ... 등잔 밑이 어둡다고들 하니까요. (당신의 뒤를 따르며 다음 집으로 이동했다.)
방금 살펴본 집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옵니다.
시리온:흠............ 네가 그렇게 말하면 돌아봐야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말이야. (앞에 있는 집의 문을 열어보며)
매:그저 소인의 의견일 뿐입니다.
문을 열어보면 들리는 것은 날갯짓 소리입니다.
코끝으로 새의 배설물 냄새가 언뜻 지나간 것도 같네요.
곳곳에 새장이 걸려 있고, 안에는 각각 새들이 앉아 있습니다.
잘 살펴보면 새들의 발에는 하나같이 작은 대나무 통이 매달려 있습니다.
이건... 낮에 본 것과 같은 대나무 통입니다.
전부 하나같이 잘 훈련된 전서구들입니다.
이만큼 한번에 많은 양은 아마 그대도 처음 보았을 거예요.
그야 도화국은 오래도록 평화로웠는걸요.
시리온:이야.
(짧게 감탄하더니 표정이 곧 신경질적으로 변했다.) 이딴걸 잘도 숨겨뒀군.
매:... 이런 곳을 둘러보는 이들은 잘 없을 테니까요.
:시리온, [지능] 롤
시리온:
자리하고 있는 전서구들은 비둘기 같은 작은 새들이 아닌,
매와 독수리 같은 크고 머리도 좋은 녀석들입니다.
큰 만큼 의심을 사기도 쉽지만 동시에 멀리 보낼 수도 있는 종류들이지요.
문득 기루에서 들었던 말이 머리를 스칩니다.
어쩌면 이 전서구들이 보내지는 곳은….
시리온:...흠... 종주국으로 보내는 것들인가?
매:... (당신의 말에 살짝 인상을 쓰고서, 전서구들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시리온:이렇게 많은 전서구를 다루는 법은 모르는데 말이야. (안으로 들어서더니 새장 하나를 열어 새의 발치에 매달린 대나무 통을 풀어 열어본다.)
매:꾸미고 있는 일이 소소한 것은 아니니, 전달할 것들 역시 많았던 모양이지요.
대나무 통 안은 텅 비어있습니다. 이미 안에 들어있던 것들은 전달이 된 모양이에요.
시리온:(환장)
어떻게 해야한담....... (새를 가져갈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니던가...)
매:다른 곳을 더 살펴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이것들이 전달한 것이 근처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시리온:(네 말에 끄덕이고)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긴... 한 곳에만 숨겨뒀을리가 없겠지. (집8번의 밖으로 나와 아래로 내려가기로 한다.)
매:(마주 고개를 끄덕이고는 당신이 움직이는 것에 맞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당신은 그대로 곧장 아래로 한번 더 내려갑니다.
시리온:(도착한 곳의 문을 열어본다.)
문을 열어젖히면... 이곳도 빈 집인 듯 합니다.
시리온:흠... 하긴... (이대로 12번 집으로 가자)
당신은 왼쪽으로, 가장 끝에 있는 집으로 향합니다.
매:없을 것이라 예상하고 계셨던 건가요?
시리온:보통 가까운 곳에 바로 두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끄덕이고는 12번 집의 문을 열어봐)
문을 열어보니...
이 곳은 제법 사람이 다녀간 흔적이 있습니다.
흔적이라고 해봤자 그나마 창고를 면한 것 같이 보이는 정도지만요.
회의실로 썼던 용도일까요,
벽에는 어지럽게 ‘글월’들이 붙어 있고 탁자 위에는 ‘지도’들이 널려 있습니다.
시리온:호오...
증거가 될 터이니 전부 챙겨갈 수 있겠네요.
시리온:(글월들을 읽어본다.)
매:(당신을 따라 집 안으로 들어와 주변을 두리번...)
글월들은 전부 누군가 보내온 것입니다.
하긴, 이 쪽에서 보낸 것들을 여기에 붙여 놓지는 않았겠지요.
흘려 적어뒀지만, 대략적으로 알아낼 수 있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대략적인 계획은 도화제 첫 날, 불꽃놀이가 일어나는 사이 도성 곳곳에 불을 놓고 그 사이 왕궁을 쳐 승기를 가져오는 것
2. 약 1년 전부터 준비된 계획이며, 계획 안에는 도화국의 관리 몇몇을 매수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음
시리온:신기하지, 이런 일들을 벌이고 있다는게 이렇게도 걸리다니 말이야. 네 덕분에 말이다. 네가 아니었으면 오지 못했겠지.
3. 이재하는 매수된 관리 중 하나이며, 그 중 가장 열성적으로 계획에 임하고 있으니 포상을 바란다는 내용
매:... 아닙니다, 전하. 전하께서 소인을 믿어주셨기 때문에 올 수 있었던 것입니다.
4. 도화국의 왕은 죽여도 관계가 없으나, 반 헤임 만큼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도움이 될 터이니 살려서 데려올 것.
글월을 전부 확인하고 나면,
전혀 알지 못했던 음모가 지금 이 순간 그대의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시리온, [산치 체크]
시리온:(4번째 문장을 보더니 코웃음을 친다.) 우습구나.
:1d3 굴려주세요
시리온:마음에 안들어. 3
하나같이 전부 마음에 들지 않는 내용입니다. (이성치 -3)
매:... (당신의 옆에서 그저 말 없이 서있을 뿐이다.)
시리온:아하하... (종이를 찢어버릴까 싶었다가 이성을 붙들고 그대로 접었다.) 매야, 그래... 이 몸은 죽어도 관계가 없는 허수아비 왕이라는게지. 어떻게 생각하느냐.
매:그럴리가 없지 않습니까. 저 치들이 우둔하여 전하를 알아뵈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런 망언은 보지 않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눈을 느릿하게 깜빡이면서도, 올곧게 당신을 바라보고 있다.)
시리온:껍데기만 군주인 자더라도 네게는 왕인게로구나. 기쁜 일이야... ...숨을 거뒀을 네 주군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느리게 눈을 깜박이다가 너와 가까이 시선을 마주했다.) 왕을 죽이고, 그 유능한 호위를 데려갔다라... ...네게 무슨일이 있었을 법 한지, 불보듯 뻔하구나. 네가 그 후로 무엇을 했을지도. 너는 분명 다른데도 하나도 변하지 않았어, 신기할 따름이야...
매:...... 껍데기만 군주,라는 말씀은 하지 마십시오. 전하를 따르는 이들이 슬퍼하게 될 겁니다. (가까이 맞춰오는 시선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당신을 내려다보았다. 숨을 거두었을 나의 주군, 하지만 눈 앞에 있는 당신조차도 나의 주군인 것을. 당신은 나를 전혀 다른 이로 갈라놓았지만 나는 여전히 당신을 살리기 위해서 이러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뒷말에는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고서, 그저 옅게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소인은 소인이지 않습니까, 전하. 물론, 이곳의 그와 다를지언정 전하를 바라보는 것은 같겠지요.
시리온:... ... 그렇더냐. (쥐고있던 종이를 품 안에 넣고) 그래. 네가 본 것이 미래의 내 모습이라면 그 과거인 나 역시도 그와 같겠지. 근본이라는건 말이야, 변하지 않는 법이니 말이다. 그러니 네가 나를 이토록 따르는 것일테고... ... (쓴웃음을 짓는다.) 고생 길이 훤하구나. 이 일이 끝난 뒤로도 곁에 머물러주겠느냐. 아니면 머무르지 않고 다시 떠날테냐.
매:... ... (쓴웃음을 마주했지만, 그 뒷말에는 쉽게 대답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고생길이 훤하다라, 그러해도 당신이 살아있다면 그 무엇보다 힘이 날테지. 그런 생각을 잠시 가졌다가) ...... 송구합니다, 전하. 그것에 대한 답은 나중으로 미루어도 되겠습니까. 아직은 해야할 일이 많습니다.
시리온:... (너를 가만 바라보다가 시선을 거둔다.) 그래, 매야. 지금은 아직 일이 많으니 말이다. 너도, 나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 (느리게 걸음을 옮긴다. 지도를 확인해볼까)
지도들은 대개가 도화국의 것입니다.
영월 제국의 국경에서 도성까지 닿을 수 있는 최단 거리들이 몇 개고 그려져 있네요.
회의에 회의를, 수정에 수정을 거듭한 듯 지도는 지저분합니다.
시리온:허 참..., 아주 대놓고 먹으려고 작정을 했군. (이마저도 챙겼다.)
다른 집들도 점검차 돌아보고 나가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구나, 사실 이것만으로도 이미 다 챙긴것 같지만 말이다. (뒤편에 있을 너를 돌아보며 옷매무새를 정리해)
매:(당신이 지도와 서찰들을 챙기는 것을 가만 바라보고 있다가, 뒷말에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생각이십니다, 전하. 확실히, 중요한 것은 챙겼지만 더 살핀다고 해서 나쁠 것은 없을 겁니다.
시리온:(끄덕이고는) 7군데가 남았지. 이대로 한바퀴를 뱅글 돌자꾸나. 그러면 다 둘러볼 수 있을게다. 터가 영 좋지 않지만 너와 산책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문 밖으로 걸음을 옮기며 네게 시선을 보내고) 그렇지 않더냐.
매:이리 둘러보는 이유가 산책과 어울리지는 않지만, 그리 생각해주시는 것도 좋겠지요. 소인은 전하께서 이리 함께 움직여 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니까요. (희미한 미소를 띄우곤 당신을 따라 문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럼 어느쪽으로 향하실 건가요, 전하.
시리온:(네 말에 픽, 하고는 바람새는 실소를 내비쳤다.) 그래... 이대로 올라간다. (집9방향으로 향한다.)
매:(습관인듯 발걸음 소리마저 죽이고서 당신의 옆을 따라 걸어, 다음 집으로 향했다.)
시리온:(윗집으로 올라오자마자 익숙하게 손을 뻗어 문을 열었다.)
걸음을 죽이던 습관이 여즉 있는 모양이구나. 하긴... 이상할 것도 없지.
당신은 다음 집으로 이동해, 익숙하게 문을 열어봅니다.
이 곳에는 온갖 책들이 쌓여 있습니다.
내용을 읽어보려고 하면 대부분은 말도 안 되는 사악한 주술이나 무언가를 불러내는 주문들입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너무 많아서…,
제대로 읽어보려면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겠네요.
시리온:흐음...
(다 챙겨가기엔 무리가 있지 않나? 여기서 몇장 읽어볼까...)
:시리온, [자료조사] 롤!
시리온:
매:(당신의 옆에서 책들을 힐긋.. 둘러볼 뿐이다.)
그 중 이번 일과 관련이 있을 법한 건...
아, 주문 '타오르는 재앙의 현신'에 대한 정보를 얻습니다.
시리온:...?
매:... 무엇이라도 있습니까, 전하?
시리온:허어, 이거 참... 기괴한 무언가가 엮인 모양이구나. (펼쳐본 페이지를 네게 보여주며) 읽어본 적이 있느냐, 매야.
매:... 그들이 무언가를 사용하는 것을 본 적은 있었습니다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확인을 한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페이지를 살피곤 느릿하게 고개를 저었다.)
시리온:그렇구나, 너도 여기까지 와본건 처음이라 이거군. (책보다가 탁, 덮고 챙겨들었다.) 이것도 챙겨둬서 나쁠 것은 없겠지. 여기까지 오게해주느라 고생했구나, 정말로... ...매야, 잠시 숙여보지 않겠느냐?
매:미리 알았더라면 이런 것이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지도 확인을 해보지 않았겠습니까. ...? (책을 바라보다, 당신의 뒷말에 고개를 살짝 숙여선 당신을 바라보았다. 조금 의문을 품은 채로...)
시리온:(의뭉스러운 얼굴로 살짝 숙인 너를 보다가 잘게 웃으며 손을 뻗어 머리를 쓰담는다. 그리고...) 잘했다, 리하야. (그래, 너와 시선을 맞추며 분명 그렇게 말했다. 두어번 부드럽게 네 머리를 쓰담아주다가, 곧이어 천천히 손을 뗐다.)
이제 마저 가도록 할까.
매:... ... (손길과 더불어 들려온 말에, 그대로 행동이 굳어진 듯 쉬이 움직일 수가 없었다. 분명 저의 이름일 터인데, 그것으로 불려본 것이 얼마만일지 모르는 일이었다. 그것이 이렇게도 무겁게 가슴을 누를 수 있는 이름이었던가, 떨리는 눈빛이 당신을 향하다 눈을 슬 감았다. 그리곤 천천히, 다시 눈을 떴다.) ... 네, 전하. 아직 갈 곳은 남아있으니까요.
시리온:(네가 흔들리는 것이 눈에 보였다. ... 우스운 일이다, 네 본래이름을 불러줬을 뿐인데 이렇게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다니. 네가 지닌 그 공백이 얼마나 컸을지 내가 가히 상상을 할 수가 없다. 리하 반 헤임, 너라는 아이는 정말로... ... 거기까지 생각하다 생각을 멎었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가, 다시 뜬다. 더욱 선명한 눈빛으로. 망설임 없이 걸음을 옮겼다.) 그래, 따라오거라.
(이대로 위로, 6번집으로 향한다.)
매:(일을 마치기 전까지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 여겼는데, 수많은 시간을 지나오면서 이제는 꽤나 덤덤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해졌거늘 당신의 앞에만 서면 약해질 수 밖에 없는 것 같았다. 밝게, 그리고 곧게 빛나는 눈동자를 얼핏 볼 수 있었던 것도 같았다. 망설임 없이 앞장서는 당신의 뒤를 당연하다는 듯 따라 움직였다.)
당신은 그대로 위쪽, 아직 둘러보지 못한 집으로 향했습니다.
시리온:(도착한 곳에서 문을 연다. 빈집인가?)
문을 열고 들어가 보면 수많은 통이 가득 차 있습니다.
다가가 만져보기만 해도 알 수 있습니다.
기름 가게에서 사간 기름들이 어디로 갔나 했더니 역시 이 곳에 전부 있었나 보네요.
시리온:이건...
기름통이로구나.
여기에 불이라도 붙는다면 번지는 것은 금방이겠지요.
통이 옮겨진 것인지 사이사이 비어있는 자리가 눈에 띕니다.
……어디로 옮겨진 것일까요?
매:역시 이곳에 숨겨두었을 것이라 생각하기는 했습니다. 이미, 몇개는 옮겨진 것 같지만... 막지 못할 것도 없습니다.
시리온:아마 일을 치기위해 미리 옮겨둔 것들이 있겠지... ... 내일 이를 어쩐다, 내일 날이 밝으면 이곳을 죄다 막고 통제하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어. 이건 가져가기엔 무리가 있으니 말이다. (미끌거리는 손을 옷자락에 대충 닦아내고는 몸을 일으켰다.)
매:좋은 생각입니다, 더 이상 흘러 나가는 것만이라도 막는다면 더 큰 불길은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혹여 자신이 문 앞을 막을까, 옆으로 걸음을 옮겼다.)
시리온:그래..., 내일 정전에서 아주 큰 재미가 일겠구나. 네가 낮에 어디에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정전을 구경하러 오는 것도 나쁘진 않을게다. (푸스스 웃는다. 하지만 그 웃음이 마냥 헤픈 웃음이 아니라 감정이 담긴 것이었음은 틀림이 없었다. 그대로 밖으로 나선다.) 마저 이동하자. (말을 마치고는 윗집인 3번으로 이동한다.)
매:소인은 되도록이면 모습을 비추지 않는 것이 이곳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지금처럼, 그림자처럼 지켜보고 예방하는 것 정도라면 가능하겠지요. (웃음을 가만 바라보다가 걸음을 따라 옮겼다.) 혹 오래 걸어 피곤하시거든 언제든 소인을 부르셔도 좋습니다.
그대로 위로 올라가, 끝자락에 있는 집에 도착합니다.
시리온:그래, 그림자처럼... ... 어디에든 있겠다는 걸로 듣겠느니라. (이어진 말에 옅게 웃는다. 걱정하지 말거라, 짧게 덧붙이며 집 문을 열었다.)
문을 열어보자...
아, 이곳은 빈 집인 듯 합니다. 먼지만이 굴러다니고 있습니다.
시리온:(끄덕이고는 바로 옆집으로 향해서 이쪽도 망설임 없이 문을 열었다. 2번 집이다.)
매:(어디에든, 지금의 리하 역시 당신의 곁에서 그림자처럼 지켜주고 있을 터이니 저는 그보다 더 어두운 그림자가 될 것이라 생각하며 당신의 뒤를 따랐다.)
바로 왼쪽편에 있던 집으로 향했습니다.
이곳은... 전과 비슷한 양의 기름통이 가득 차 있습니다.
시리온:허어... 여기도.
매:아무래도 한 곳에만 모아두기에는 집이 좁았던... 모양입니다.
시리온:여섯번째 집과 두번째 집은 기름통, 아홉번째 집에는 근본을 알 수없는 기괴한 서책. 열 두번째 집은 역모 회의장... 여덟번째 집은 전서구... 아주 속속들이 잘써먹고 있었군.
매:(이런 곳에 쓰이기 위해서 지어진 집들이 아닐 터인데, 전부는 아니더라도 꽤나 많은 집들이 이렇게 쓰이고 있다는 것이... 물증을 찾아내면서도, 썩 마음이 편치는 않을 것이라 생각해 당신을 바라보았다.)
시리온:마저 가자꾸나, 리하야. (눈빛은 한점의 흔들림도 없다.) 여기서 쭉 가서 첫번째 집으로 갔다가 그대로 꺾어 아까 지나친 네번째 집으로 향할 것이니라. 이쯤 말했으면 내가 뒤이어 무슨 말을 할 지 예상이 가겠지.
(너를 돌아보며) 나를 안아라, 나보단 네 걸음이 빠르니 말이야.
매:명을 받들겠습니다, 전하. (가는 길을 설명하는 것으로, 다음에 올 말을 예상할 수 있었다. 살짝 고개를 숙였다가, 곧장 당신을 가볍게 안아들었다. 여기서 쭉 첫번째 집, 앞으로 이동을 했다가 그대로 왼쪽 편으로 내려가 도착한 집 앞에 와서야 당신을 아래로 내려주었다.)
시리온:(도착해서 발에 땅이 닿자마자 망설임 없이 문을 열어재낀다. 이쪽도 무언가 있을까?)
문을 열어젖히는 순간 이번에는 확연하게 다른 냄새가 납니다.
묘하게 비릿하고 어딘가 서늘한…
오랜 기간 평화를 유지해온 도화국에서 이만큼 이질적인 냄새를 맡기도 힘들겠지요.
시리온:... ...이건...
눈 앞에는 수많은 병장기들이 놓여 있습니다.
날이 잘 갈린 단도, 장검, 창, 철퇴…
쇠의 냄새에 머리가 흐려질 지경입니다.
이만큼이나 많은 무기들이 있어야 할 이유가 무엇이던가요.
관아도 아닌 이런 빈민가에 말이에요.
시리온:허...허, 이거 참.... (살짝 힘이 풀려 비틀거려 문턱을 잡았다.)
매:...! (비틀거리는 당신을 곧바로 잡아주듯 손을 뻗었다. 어깨를 조심스럽게 감싸쥐곤 집 안쪽을 바라보았다. 곧, 다시 당신을 바라보며) ... 괜찮으십니까, 전하.
(넘어질 뻔 한것을 네가 잡아주어 가까스로 버티고 섰다.) 우습구나... 이것들이 내 백성과 나를 아주 물로보고...!!!! (분노에 일그러진 목소리가 억눌려 나온다.)
(당장에 쳐죽일 것들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해놓은 짓거리들을 보니 열불이 치밀어오른다. 이것으로 감히 몇의 목숨을 앗아가고, 몇십의 생명을 불구덩이에 집어넣었을지 보지 않았음에도 알아차리고 만다. 당장에 목을쳐 죽이고 싶을 따름이다. )
매:... (당신의 목소리에 눌러 담은 화가 서려있는 듯 했다. 이 억누른 감정 안에 무엇이 담겨있을지, 백성과 나라를 애정하는 당신에게 이보다 더한 치욕은 없겠지. 당신의 어깨를 살짝 힘주어 잡았다.) ... 이것 역시 사용하지 못하게 하십시오, 전하. 기름과 함까 이곳을 전부 막아버린다면 이것들은 그저 고철일 뿐입니다.
:시리온, [관찰력] 롤
시리온:
장검 중 하나에 새겨져 있는 이름이 문득 눈에 들어옵니다.
…이 장검, 예부 상서의 것이었네요.
이보다 더한 물증이 어디에 있을까요.
시리온:(다 조져버리고 말겠노라.)
사지를 가로로 찢어도 시원찮은 새끼가........
(군주로서 감히 담아서는 안되는 험한 욕짓거리가 입에서 기어나온다. 여지껏 이리 화났던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네가 곁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머릿속에는 그놈의 목을 어떻게 찢어발길지를 생각하고 있었을 터였다. 진정이 되지 않는 모양인지 인상을 쓴다. 중얼이는 입에서는 차마 입에 담지못할 험한 비속어가 새어나온다.)
매:(가만히, 당신의 어깨를 잡는 것 외에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당신이 읊조리는 욕짓거리역시 굳이 막지는 않았다. 화가 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기에... 하지만, 조금은 진정을 할 필요가 있어보여, 한 손을 올려 당신의 시야를 가리고는 전하, 하고 언제나와 같은 목소리로 조용히 당신을 불렀다.)
시리온:(제 앞에 보이던 시야가 순간 온전한 어둠으로 가려진다. 이어 들리는 나직한 목소리에 숨을 고른다. 이를 가는 소리와, 곧이어 제 주먹을 힘주어 쥔다.) 리하야, (차마 맨정신일 수가 없다. 그대로 눈을 질끈감아내리며) 내 저 버러지 같은 것들을 죽여야겠다. (분노가 억눌린 목소리로 낮게 읊조린다. 격분하는 것은 군주의 권위에 맞지 않는다지만 그것이 지금에 있어 무슨 상관인가? 그들에게는 권위도, 체면도, 예의도 차릴 필요가 없다. 그저 칼로 그 목을 베어 피를 보아야할 뿐이다.)
매:네, 전하. (이를 가는 소리 너머로 들리는 당신의 목소리, 자신의 목소리마저 흔들리면 안되는 것이다. 확실하게, 여기에 있다는 것을 말해주듯 대답을 하고는) 우선은 잡아두시는 것으로... (잡아두고, 일을 끝낸 후에 처리하는 것이 맞을 터인데 지금 당신에게는 그것이 큰 차이가 있을까.) ... 전하께서 원하시는 것으로 하십시오. 소인은... 그는, 전하를 따를 것입니다.
시리온:(짙은 한숨을 내뱉는다. 들리는 목소리에 너를 리하라 불렀지만, 그것이 이제와서 큰 차이가 있을까.) ... 그래, 매야. ...알겠다. 그 놈의 이름이 쓰여진 검을 챙겨 나와라, 밖에 있을테니. (그렇게 말하며 눈을 슬 뜨고는 걸음을 돌려 먼저 밖으로 빠져나왔다.)
매:(당신이 밖으로 나서는 것을, 붙잡지 않고서 손을 천천히 놓아주었다. 리하라고 부르는 것에, 마치 이곳에 자리를 잡은 것만 같아서 저도 모르게 이곳의 리하의 대답을 대신할 뻔 했다는 생각을 한다. 자신은... 있어서는 안될 존재임에도.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다가, 그대로 예부 상서의 이름이 적혀잇넌 검을 챙겨다 밖으로 나옵니다.) 이것 외에는 더 볼 것은 없어 보였습니다, 전하.
시리온:(끄덕인다.) 검은 네가 가지고 있다가, 돌아가서 내게 다오. 내가 지니고 있고 싶지는 않아서 말이다. (인상을 썼다가) 두 채 정도 남았지. 마저 가자꾸나. (그대로 걸음을 옮겨 아래로, 7번째 집으로 향한다.)
매:알겠습니다. 침전에 돌아가서, 그 때 전하께 넘겨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이다가, 당신을 따라 아래로 이동한다.)
당신은 화를 억누르며 아래의 집으로 향합니다.
시리온:(망설임없이 문을 열어재꼈다. 비었느냐?)
아무래도 빈 집인 듯 합니다.
시리온:(더 볼것은 없으니 그대로 내려가 끝자락의 집으로 향해 문을 연다.)
당신은 망설임 없이 마지막 집으로 향해, 문을 열었습니다.
이곳은 다른 두 곳과 비슷하게, 기름통이 가득 들어있습니다.
시리온:하....... 그래....
여기도 이렇게 차곡하게 모아두었구나, 더 볼 것도 없겠어.
매:... (안쪽의 통들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이곳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분명히 이 도화국은 불바다가 되었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당신을 바라본다.) ... 우선은 돌아가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전하.
시리온:(주먹을 가만 쥐었다가 들리는 목소리에 눈을 감았다. 감정을 차분히 내린다. 느리게 눈을 뜨고 걸음을 돌린다.) 그래, 돌아가자.
매:(조금은 진정이 되었을까, 당신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둘러봤던 집들에 시선을 두었다가, 당신이 걷는 모습을 바라보다 곧장 뒤를 따랐다. 그대로 당신을 안내하듯 걸음을 옮겼다.)
이번에도 그는 묵묵한 얼굴로 그대를 침전까지 데려다 줍니다.
서찰들과 지도, 그리고 장검을 침전 한 구석에 잘 정리해 두는 그대의 뒤로
여상한 목소리가 울립니다.
아니, 어쩌면 조금쯤 젖어 있었던가요.
매:… 지금까지 이렇게까지나 일이 잘 풀렸던 것은 처음입니다. 어쩌면 이번이라면, 정말로, 끝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시리온:착각하지 말거라. (들리는 말에 단호한 목소리가 울렸다. 지녀온 것들을 여전히 방 한구석에 정리하며 그곳에 시선을 맞추고 있었으나, 그 눈빛은 어느때보다 결코 흔들림이 없었다. 뒤편에 서있는네게로 시선을 돌리며 다가가 시선을 맞춘다.) 일이 이상스러울정도로 수월하게 풀린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은게냐, 이렇게 잘 풀린다면 필히 뒤에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법이야. 긴장을 놓아서는 안된다, 리ㅎ... 아니. 매야. 긴장을 놓지도, 방심하지도 말아. (어느순간부터였지? 너를 제대로 리하로 바라보기 시작한 것은, 서서히 너와 그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이 느껴진다. 입술을 꾹 깨물고, 눈 앞의 네게 집중한다. 이 위치에서 내 마음을 흔들리게끔 만드는 것은 너나 그 아이나 동일하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었다.) 이루지 못한 것을 지금에야 이루는 것 같은 기분에 벅찬 감동을 느낀 것은 이해하겠지만, 아직 끝났다고 생각하지 말거라. 끝은 완전히 끝에 다가가야 아는 법이야. 알겠지?
매:그것을 착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 이렇게 풀릴 수 있다는 것도 소인에게는 큰 희망이 될 것입니다. (단호한 목소리에도 눈을 느릿하게 깜박이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소인은 그 큰 문제를 막기 위해, 전하께 모습을 드러낸 것이 아닙니까. 긴장을 놓는 일은 없을 것이니 전하께서도 그 점에 대해서는 염려치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저를 또 리하라고 부르려고 했던 것을 느꼈다. 그리 오랜 시간 당신 곁에 있던 것도 아니었는데, 저의 존재가 당신을 흔들고 있는 것일까 조금은 걱정스럽기도 했다.) 끝은, 확실히 맺을 것입니다. ... 전하를 위해서라도, 그럴 것입니다.
불현듯 의구심이 차오릅니다.
그러고 보면 그는 시간의 인과를 거슬러 오른 존재라고 했었지요.
세상이 그리 쉬이 원하는 것을 쥐어주지 않는다는 것은 그대 역시 잘 아는 사실입니다.
모든 것에는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법이라고,
그것은 그대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배워 온 사실이니까요.
그저 주어진 인과에 순응하며 휩쓸려 사는 수많은 것들에게도 그러할진대,
감히 그 인과를 거스르고 오른 이가 치러야 할 대가란 무엇일까요?
그의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요.
시리온:... ... (아까의 질문에대한 답을 뒤로 밀었던 네가 떠올랐다. 눈을 지긋하게 내리감았다. 필연적으로 네가 내 삶을 위한다는 것은 알겠지만, 그 안에 네가 살아온 삶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그 안에 너를 위한 삶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신과 계약을 했다고 했던가, 거래를 했다고 했던가. 그게 어느 방향의 내용이었든간에 그게 너를 이토록 몰아세운 것만 같아 마음이 좋지는 않구나. (한차례 큰 감정이 몰아치고 간 뒤인지, 판단이 흐려졌음을 깨닫는다. 본래 자신이 하고 있던 그 분류도 말이다. 경계가 허물어져봐야 남는 것이라고는 혼돈 뿐이기에, 이윽고 선을 다시 긋고자 한다. 그 금이 아슬할 지라도 없는 것보다는 다시 긋는 것이 낫겠거니 싶어. 눈에 보임에도, 내가 넘어 다닐 수 있는 그 금을 분명히 그어둔다. 금은 존재한다. 너와 그 아이를 헷갈리지도 않는다. 하지만 너도, 그 아이도 전부 근본만큼은 동일하다는 것은 결코 변하지 않아. 그렇기에 내가 너를 좋아할 수 있는 것이고, 그리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길이 열리게 된다면... 너는 아스러히 사라지는 존재가 되는 게냐. 대답하지 않아도 상관 없다. 그럼에도 묻겠다, 리하 반 헤임. 너는 태양이 가장 높은 곳에 뜨는 날 사라지게 될 그림자인 게냐. 내 발치에 존재하다가도 완전히 눈에 보이지 않는 듯이 사라지는 그런 존재가 되는 것이야? 네가 나에게 충직한 그 마음을 굳게 다잡고 있다면, 대답하거라. (너를 사랑할 수 있는 것이다.)
매:(지긋이 눈을 내리감는 당신이 보였다. 무엇을 생각하는지 저는 감히 짐작할 수도 없었고, 당신이 말해주지 않는 이상 그것은 추측에 불과할 뿐이었다. 천천히 이어지는 말을 가만히, 말이 끝나기를 기다리듯 한동안 말이 없었다.) ... 소인이 원해서 한 행동이었으니, 전하께서 그런 마음을 가지시는 건 옳지 않습니다. 부디 거두어 주십시오... (시선을 마주하다 느릿하게 고개를 숙였다. 정말로 지금껏 저가 이루고자 했던 일이 이루어질지도 모른다, 그 사실만으로도 당신 말대로 벅찬 감동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당신 앞에서이렇게 흔들렸다는 느낌이 들법한 모습을 보인 것이겠지. 나의 주군을 위한, 나의 세상을 위한 일이었거늘.) ... ... (대답하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하면서도 물어오는 질문은, 그저 옅은 미소를 지을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 태양이 가장 높은 곳에... 태양이 다시 온전히 위로 떠오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 저는.) ... 전하께서 원하시는 대답은, 그렇지 않다 가 되겠지요. ... 지금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은, 전하께서 말씀하신대로... 완전히 끝에 다가가게 된다면, 그때 대답하도록 하겠습니다. 전하께 피해가 가지는 않습니다, 소인의 목숨을 걸고서라도 맹세할 수 있습니다.
시리온:맹세라, (맹세 할 수 있다는 말에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나에게 피해가 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그 안에 너는 존재하지 않는 모양이지. 미간을 좁힌다. 만난지 고작 이틀, 아니 사흘. 고작 그정도임에도 너는 나를 오랫동안 알고 있었고, 나도 네게서 그 오랜 알음과 추억을 짚어내 찾아내고야 만다. 속절없는 시간이 그렇게 흐른다. 너는 내 세상의 아래에 존재하며, 그 태양의 가장 곁에 붙어서 존재해야만한다. 태양의 빛을 받아 빛나는 달 처럼, 그래... 하늘에 있어서 그를 밝히는 별처럼, 태양의 곁에 항상 존재하면서도 낮에는 태양에 가려 보이지 않고, 밤에는 태양의 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그 수십의 별들처럼 네가 그렇게 존재햐아만 비로소 그 세상이 온전해진다.) 그 피해 안에 네가 없다는 얘기는 아니길 바라마. 네가 아스라히 사라지는 것이 내 피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네 목숨을 건다는게 너와 나에게 무슨 의미가 될지 생각하는 것도 잊지 말도록 하고. 원한다면 그 맹세를 받겠다. 맹세의 결과는, 그 끝에가서 내가 직접 확인하도록 할테니 말이야.
매:... (당신에게는 상당히 괴로운, 무거운 대답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당신에게 피해가 없다고는 하나, 그 안에 저라는 것이 포함이 되어있을지 없을 지는 모르는 일이었기에. 저는 태양을 밝게 비춰주는 그림자로서 충분했다. 당신이라는 태양 옆에는 리하라는 달과, 별이 존재할 것이고, 그 존재는 둘일 필요는 없었다. 아스라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더라도, 저는 당당하게 앞으로 나서지 못할 것이다. 아니, 그러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인과를 넘어 이곳에 도달한 내가 지켜야 할 선이었고, 양심이었다.) ... ... 네, 전하. 너무, 심려치 마시옵소서.
(이어, 말을 다듬듯 입을 몇번 달싹이다가 슬 미소를 지었다.) …… 내일 밤은 거사일이니 분명 움직임을 보이겠지요. 내일 밤,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전하, 그 때까지 부디 무사하시길. ... ... 리하와 함께 계십시오..., 적어도 그는 확실히 믿을 수 있으니.
제 할 말을 다 한 상대는 무어라 되물을 틈도 없이 훌쩍 창틀을 넘어 사라집니다.
시리온:... ... (돌아나가는 것을 보며 짧게 혀를 찬다. 날이 밝으면 올 리하에게 일에대해서 전부 알려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복잡한 얼굴로 창 밖을 바라보고 있자면
어느 새 등 뒤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리하 반 헤임:전하, 기침하셨습니까.
그리 말하며 들어온 리하가 그대를 보고 아연한 표정을 짓습니다.
시리온:(차림을 바꾼다는 것을 잊었군, 이젠 별로 상관 없나. 여전한 환복 차림으로 침소에 들어온 너를 바라봤다. 어느 때보다 환히 웃으며) 어서오거라, 리하야.
그러고보면 확실히 빈민가는 다소…도 아니고 아주 먼지 투성이였죠.
그 곳을 밤 내내 거닐다 왔으니
복장과 더불어 적어도 어딘가에 나갔다 왔다는 건 확실하게 들켜 버린 모양입니다.
아니나다를까, 그의 눈이 가늘어집니다.
리하 반 헤임:…… 아무래도 소인에게 설명이 필요한듯 싶습니다, 전하. 어찌 생각하시는지요.
시리온:(아니나 다를까, 예상했던 질문이 들어오는 것에 한숨을 푹 쉬었다. 손을 한번 휘 젓고는) 그러지 않아도 설명해줄 참이었단다, 이번건 네가 그냥 못넘어갈 것 같으니 말이야... 이제야 설명하게 되어 미안하게 되었구나.
리하 반 헤임:(손을 휘젓는 것을 가만 바라보다가, 여전히 가는 눈을 뜨고서 문을 닫고 당신이 있는 곳으로 들어섰다.) 설마, 반란을 꾸미고 있을 거라는 것도 이렇게 밤늦게 혼자 다니셔서 알아내신 겁니까?
시리온:(눈을 느리게 깜박였다. 방에 들어오는 너를 가만 바라보다가 입을 연다.) 혼자 다닌 것은 아니란다. 돕는 이가 있었거든, 네가 들으면 놀랄 사람이겠지만 말이다. (먼지를 손으로 대충 털고는 네게 걸음한다.) 간만에 빈민가에 다녀왔다, 거기서 단서를 확실하게 찾아왔으니 역모를 꾀하는 놈들을 잡아 칠 수있을 것이야. ...뭐..., 시간이 시간이고. 오늘이 축제이니 움직인다면 빨리 움직여야겠지만 말이다.
리하 반 헤임:소인이 들으면 놀랄 사람이라 하시면서, 말씀은 안 해주실 모양입니다. (제게 다가오는 당신을 가만 내려보다가, 단서라는 말에 묘한 표정이 되었습니다.) 빈민가에, 그들을 잡아 넣을 물증이 있었던 것입니까? ... 소인은 전하를 도울 수 없는 것입니까?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혼자 무모한 행동은 삼가여 주십시오, 전하..!
시리온:(가만 너를 올려다본다. 그리고 눈을 바로 마주한다. 미미하게 입가에 웃음을 걸며) 그때 후원에서 만났던 자라고 하면 믿겠느냐, 그자가 내 침소에 들어 나를 도왔다 하면... 너는 어찌 말하겠느냐. 나를 책망하겠느냐. (네 표정을 가만히 눈에 담다가, 여전히 곧은 눈빛으로 너를 바라본다.) 그래, 그곳에서 역모에 대한 단서 여럿을 얻었다. 보아라, 서찰에 지도. 심지어는 무기, 불을 지를 각종 기름에, 전서구까지 아주 다양하게 모아뒀더구나. (간절하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네게로 시선을 옮겨, 단호한 목소리로 입을 연다.) 라하야, 너는 이미 충분히 나를 돕고있다. 나를 지키고 있지 않느냐, 내 안위는 너로 인해서 만들어지고, 너로 인해서 유지된다. 이 모든 것이 네가 이뤄낸 것이며, 네가 나를 지키기위해 존재하기 때문이야. 네가 있기에 무모해 질 수 있는거란다, 내 목숨은 너에게 늘 잡혀있으니 말이다. 네가 나를 놓아버린다면, 내 목숨은 갈갈이 찢겨 한낱 종이쪼가리보다도 못한 넝마와도 같겠지. 그러니 부탁하마, 이번에도 나를 지켜라. 그것이 리하 반 헤임, 네가 나에게 할 수 있는 가장 큰 도움이자, 네가 지니는 가장 큰 가치야.
리하 반 헤임:(옅은 미소를 짓는 행동에 살짝 묘한 표정을 지었다가, 당신의 입에서 나온 이에 관해 생각하니 눈을 크게 뜰 수 밖에 없었다.) ... 후원에서 만났던 자라고 하시면, 소인과 검을 겨누었던... 그 자를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 어떻게, 전하의 침전에 그리 쉽게... (믿기지 않는 듯 말을 느릿하게 이어가다가 눈을 꾹 감았다. 곧 천천히 일어나며) ... 전하를 책망할 수 있을리가 없지 않습니까, 그저... 소인에게는 알려주셨으면 했을 뿐입니다. 그자를 왜 믿고 나섰는지, 그러한 이유라도 소인에게 말씀을 해주실 수 있지 않으셨습니까. (물증들이 그리 많이 나왔다고 하니,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하지만... 무언가 더 생각을 하기도 전에 단호하게 들리는 목소리에 절로 당신에게로 시선이 향했다.) ... 그리 말씀해주시니 성은이 망극합니다, 전하. 허나, 아무리 그렇다 한들 소인이 보지 못하는 곳에서 무모한 것은 하지 말아주십시오. 소인을, 항상 곁에 둬주십시오. 소인은 절대 전하를 놓치지 않을 것입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놓을리가 없습니다. ... 이 목숨을 다 바쳐서라도, 전하를 지킬 것이며 전하를 위해 살아갈 것입니다. ... ... 그러니, 소인에게 숨기지 말아주십시오...
시리온:... ...(그저 네말에 널 가만 바라보고 있었다.) 심증이다. 그저 그를 따라나선 것도, 그의 말을 믿은 것도 모두 내 심리에서 나온 그 신뢰감, 그거 하나 뿐이었어. 그것 만으로 그를 믿었고, 그의 행동을 함께했다. 처음 침전에 들이닥친 날, ...네게 알려주지 않은 것은 미안하게 생각하지만... ...알렸다면 분명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거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단다. (가만 너를 바라보며 쓰게 웃는다. 그가 너를 닮아서 믿었다고 말하면, 그 눈에 비친 것이 지금의 네 눈에 비치는 그 진심과 같아서 믿었다고 하면 네가 어떤 표정을 지을지 차마 가늠이 되지를 않는다. 너에겐 나뿐인데, 내가 이리 행동한 것에 있어 너는 크나큰 두려움을 느끼었을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면서.) 리하야,... 네게 끝까지 숨길 수 있을거라고는 생각하지도 않았다. 어차피 알게될 것이라면, 더욱 분명한 때에 알려주고 싶었을 뿐이야. (네게 한걸음 다가가 네 팔을 붙잡는다.) 알고있어, 네 그 목숨이 전부 나를 위한다는 것 정도는. 네가 지닌 마음이 단순한 충성심 이상의 것이라는 것도, 전부 알고 있단말이야. 내가 네게 무엇을 끝까지 숨길 수 있을까, 응? 너를 내가 이리도 사랑하고 있는데, 네가 나를 위해서 얼마나 헌신하고 그 몸과 마음을 바치고 있는지 알고있는데 내가 어떻게 그것을 저버릴 수 있을까, 나는 너를 절대 떠나지 않아. 언제나 네가 나를 지킬 수 있게끔 네 곁에 존재할 것이고, 네가 내 곁을 맴돌 수 있게 할 것이야. 나를 믿어다오, 이것이 오롯한 나의 진심이고, 이 모든게 너와 나를 위함이야. 리하 반 헤임.
리하 반 헤임:... ... 그렇습니까. 전하의 심증은, 틀리는 일이 잘 없다고는 하지만... 멋대로, 전하의 침전에 든 이를 따라가신 것은 굉장히, 무모한 일이었다고 봅니다. ... ... 네, 소인이 미리 알았더라면 그자가 다시 이 방에 들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했을테니까요. (쓰게 웃는 모습에, 괜시리 속이 쓰려와서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러다 천천히, 당신이 잡은 팔을 바라보았고... 그 손 위에 제 손을 올렸다.) ... 알고 계신다면, 앞으로는 이런 일을 소인에게 알려주십시오. 같이 생각하고, 전하의 심증을 들으면... 소인도, 이해할 지도 모르는 일이지 않습니까. (이리도 사랑하고, 모든것을 바치는 것을 당신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숨긴다고 숨겨지는 것이 아니었겠지. 떠나지 않는다는 말이 왜 이렇게 안심이 되는 것일까. 제 이름을 부르는 말에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다가 조금은 흐트러졌던 표정을 가다듬었다. 언제나와 같이, 당신의 곁을 지키기 위해 굳건히 서있어야 하니까.) ... 네, 전하를 믿고 있습니다. 그것만이 소인이 믿는 길이고, 정의니까요. ... 지금에라도 말씀해주시니 다행입니다, 전하.
시리온:... ... 내가 그자를 따라간건 너를 믿은 마음이 너무 커서 그랬을게다. (겹쳐오는 손의 온기에 그저 너를 바라본다.) 너도 그가 어찌 생겼었는지는... 기억 하고 있지 않더냐, 리하야. (말하는 것에, 들려오는 숨소리에, 저를 바라보는 표정에, 그것에 다시 온전한 굳건함을 묻히는 네 모습을 바라본다.) 고마워, 리하. ...다시 곧게 마음을 잡아줘서. 내가 너를 믿는 것 처럼, 너도 나를 믿고 따르거라. 우리의 앞길이 환하게 빛날 수 있게끔.
차림을 정리해야겠구나, 시간이 많지 않으니 말이야.
리하 반 헤임:... 소인을 믿기 때문에, 그를 따라가도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일까요. (저와 꼭 닮은 외모, 저 역시 마주하고서 놀랄 수 밖에 없었던 상대였으니... 잠시 그의 얼굴을 떠올리는 듯 했다가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 어쨋든 그는 자신이 아니었고, 저에겐 당신을 지켜야 한다는 삶의 이유가 있었으니.) 과분한 말씀이십니다. 소인이 이렇게 잡을 수 있는 것은, 모두 전하께서 소인을 굳건히 믿어주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 언제까지고, 어디까지든 당신의 선택을 따르겠습니다. (뒷말에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금 환복을 위해 당신의 옷가지를 챙겨온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이야기가 끝내고 환복을 마치니
어느 새 새파란 하늘에는 해가 중천입니다.
축제가 시작되었는지 바깥 역시 온통 분주하고 떠들썩하네요.
그리고 도화국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불꽃들로 인해 멸망하기까지
하루도 채 남지 않은 시각이고요.
...
아무튼, 어쩌겠어요.
축제는 시작되었고 운명의 시각은 점차 다가옵니다.
그리고 그대는 이 나라를 다스리는 유일한 군주이고요.
자, 도화국의 왕이시여.
무엇을 할까요?
시리온:(아아, 그래... 나는 이 나라의 군주다. 그 정점에 올라서 이 나라를 완전히 통치할 수 있는 자. 지금의 내가 해야할 일은 정해져있다. 나라를 멸망의 길에서 구해내고, 그 역적을 잡아 죽이는 것. 불꽃놀이를 멈추게 하는 것, 이 모든 것을 이뤄내는 것. 결연한 눈빛이 빛난다. 곁에 있을 나의, 나만의 호위인 너를 가만 바라본다.) 당장에 정전으로 모든 관리를 불러야 겠구나. 리하야, 단서를 모조리 챙겨 나를 따라오거라. (말을 그리 마치고는 곧장 밖으로 나가 모든 관리를 정전으로 모으라 명한다. 한 사람도 빠짐없이, 오지 않으면 어명 불이행으로 즉각 형벌에 처하겠다고 말하면서.)
리하 반 헤임:(당신의 곁에서, 명령을 기다리듯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 당신의 눈빛을 보고는, 느릿하게 고개를 숙였다. 당신이 바라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이룰 것이라.) 네, 전하. 따르겠습니다. (곧장 밖으로 나가는 당신을 대신하여 증거들을 품에 넣어, 뒤를 따랐다. 오늘 무슨 결단을 내릴지, 모든 것은 도화국의 왕, 당신의 손에.)
당신은 모든 관리들을 정전으로 불러 모았습니다.
갑작스러운 어명에 웅성거림이 들려오기도 합니다만, 형벌에 처하겠다고 해서일까요.
빠짐없이 모든 관리들이 당신의 앞에 모여들었습니다.
시리온:(당장에 눈 앞에 모인 관리들을 모조리 섬뜩한 눈으로 훑는다. 그리고 앉아있던 옥좌에서 내려와 한걸음, 앞으로 걸음을 내 뻗는다. 소름끼치는 붉은눈이 결의에 차 선명하고 그 어느때보다 강하게 빛난다.) 도화국의 모든 관리는 들어라!! (힘주어 오른팔을 뻗어내는 그 위엄은 가히 말할 수 없을정도로 압도적이다. 작은 몸에서 풍기는 위압감이, 그 어느때보다 강하게 정전의 공기를 억누른다.)
지금 이 시간부로 왕을 시해하고, 나라와 백성들을 유린하여 멸망으로 이끌 역모를 꾸미고 있던 도화제의 진행 특별설립부처의 장, 예부상서 이재하와 그를 따르는 측근을 모두 파직한다!! 또한 파직한 이재하는 역적으로 명명, 사형에 처할 것을 명한다!!!
당신의 목소리가 정전 내에 울려퍼집니다.
관리들의 웅성거림이 있는가 싶더니, 그 가운데 있던 이재하가 당신을 바라봅니다.
이재하:억울합니다, 전하..! 저의 무엇이 역모를 꾸미고 있었노라 말씀하실 수 있는 것인지요..!
시리온:네놈이 저지른 것을 내가 모를줄 알았느냐!! 빈민 소굴에서 역모를 꾸미고 있었던 것을 내 정녕 모를줄 알았느냔 말이다!! 하, 이미 네놈이 빠져나갈 쥐구멍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엄중한 목소리가 정전을 가득 메꾸고, 그대로 여전히 굳건한 목소리를 유지한채 리하 반 헤임을 돌아본다.) 리하야!! 이리 가져오너라!
리하 반 헤임:네, 전하. (그대가 부르자 마치 기다리고 있었던 것마냥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당신의 옆으로 다가와, 가지고 있던 서찰과 지도, 그리고 장검을 앞으로 내밀며 고개를 숙였다.)
당신과 리하의 행동에, 이재하는 조금 당황한 듯 보입니다.
시리온:(서찰을 꺼내들며) 반역을 아주 줄기차게 꾀하고 있었더구나, 무려 1년전부터 아주 이 허수아비 왕을 농락할 준비를 철저히 해왔어. 우습구나! 네깟놈들의 의중을 이 내가 파악하지 못했을줄 알았느냐? 불꽃놀이를 통해 그간 모아둔 기름으로 궁에 불을 지르고, 이 나를 시해할 생각을 해?!!
이 나라가 비록 종주국과 사대를 맺고있는 소국이라지만, 네놈의 얄팍한 꾀에 넘어갈 정도로 같잖은 나라가 아니다!! (지도를 펼쳐 모든 관리가 볼 수 있게끔한다.) 수십마리의 전서구를 빈민소굴에 모아두고, 수십개의 기름통을 세 집에 나눠 차곡차곡 쌓아뒀더구나. 그 기름이라면 이 도화국 전역에 불을 지르고도 남겠지. 그리고 시퍼런 병기들로 왕의 목을치고 그 유능한 수하를 빼돌릴 생각까지 할 수 있었을테고 말이다!!
네놈이 저질러 모아둔 것이 무엇인지 이 내가 전부 알고있다, 이래도 발뺌할 테냐!!
(시퍼런 날이 서린 이재하의 장검을 꺼내들어 손에 쥐고 옥좌의 아래로 내려가 마주선다. 검을 빼들어 그를 가리키며) 자, 한번 말해 보거라. 그 입을 아직까지 나불댈 수 있는지 말이다!
당신의 말에 이재하는 말문이 막힌 듯 보입니다.
이재하:... 하하, 그런 것까지 찾아내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어찌보면 돈과 벼슬 앞에 제 눈과 귀가 멀었을지도 모르겠지요. ... 하지만, 전하. 도화국은 너무 평화에 물들어 있습니다. 지나치게 안이할 정도로 말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검이 자신을 가리키고 있음에도 당신을 비웃듯 말을 합니다.) 1년이 지난 후에야 찾아내셨습니다, 이제와서 전하께서, 단신으로 그것들을 전부 막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시리온:(으득, 이를 갈았다.) 가장 늦었다고 생각했을때가 가장 적기라고하지. 아무것도 모른채로 죽음을 맞이하는 것보다는 최후까지 발악하겠다. 평화가 무엇이 잘못되었지? 나의 사랑하는 백성들과 나의 나라가 복에겨웠다고 말하고 싶은거냐!! (검을 쥔 손에 강하게 힘이 들어간다.) 말도안되는 기괴한 주술도 파헤쳐뒀더구나. 네놈의 목숨을 앗아가는 것은 그 기괴한 것이 아니라 나와, 네놈의 이 시퍼런 검날이 될 것이야!!
무엇하느냐!! 무관들은 당장 빈민굴을 포위하고, 그 안의 것들이 단 하나도 빠져나가지 않게끔 막아라!!
이재하:이 도화국이 평화를 사랑한다고 해서 다른 곳마저 평화에 묻혀 살고 있다고 착각하지 마십시오, 전하. 그들은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무슨 짓이든 할 터니까요. 그 주술 역시, 어떻게 막으실지 굉장히 궁금합니다, 전하...
당신의 말에 정전 양 옆을 지키고 있던 무사들이 일제히 밖으로 이동합니다.
빈민굴을 포위하고, 안에 있는 것들은 더이상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겠죠.
리하 반 헤임:... 이미 빠져나간 것이 있다면, 그것 역시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전하. (잠시 이재하에게로 시선이 향했다가) 이자가 더 숨기는 것은 없을까요.
시리온:... ... 당장에 찢어죽이고 싶지만 지금은 신중해야할 때다. (인상을 쓰고 노려본다.) 네놈이 더 알고있는 것을 바른대로 고해라!! (심리학 롤)
:[심리학] 굴려주세요
시리온:
이재하는 그대의 어명에 재미있다는 듯 작게 웃음을 흘립니다.
이재하:예부를 한번 살펴보시지요, 전하. 그곳에 전하께서 원하는 것이 있을지 어찌 알겠습니까. 이보다 더한 것이 있을지 말입니다.
그가 거짓을 고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예부에 무언가 있는 건 확실한 듯 합니다.
시리온:.... ...(으득, 이를 갈았다. 이재하의 다리를 검으로 콰득 찍어내리고는 뽑아낸다. 시퍼런 검날에 검붉은 피가 어른여 뚝뚝 내린다.) 네놈의 완벽한 처벌은 이 모든 것이 끝난 이후다!! 내가 이를 막아내는 것을 그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아라!!
여봐라!! 당장 이 자를 끌어내! (명을 내리고, 그와 동시에 리하를 돌아본다.) 리하, 너는 나를 따라 예부로 간다. 무엇이 있든, 네가 있으면 두려울 것이 없으니 말이야.
그자가 비명을 질렀던가요, 그것이 그리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이재하는 당신의 명에 움직인 병사들의 손으로 끌어내졌습니다.
리하 반 헤임:네, 전하. (고개를 살짝 숙이며, 제 허리춤에 묶여있는 검을 꾹 잡아내었다. 무엇이 있든, 당신이 위험한 일은 없을 것이다.) 예부로 모시겠습니다.
시리온:(끄덕인다. 검 끝에 맺힌 피따위는 중하지 않다. 그대로 검을 든 채로 정전 밖으로 빠져나가 예부로 향한다.)
당신은 망설임 없이 예부로 향합니다. 당신의 옆에는 언제나처럼 그가 따릅니다.
당신이 모든 관리들을 모았기 때문인지, 예부는 몇몇의 인원들을 제외하곤 보이지 않습니다.
시리온:(곧장 예부 내부로 들어선다. 무엇이 있지?)
원래 이곳에서 처리해야 할 문서들과 자료들이 한가득입니다.
특별한 것이 없나... 싶은 찰나, 무언가 눈에 띄는 두루마리가 하나 보입니다.
시리온:(곧장 왼손으로 두루마리를 잡아들어 탁상위에 펼친다.)
이것은... 전에 발견했던 것과 비슷해보이지만,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주문 '타오르는 재앙의 귀향'에 대한 정보를 얻습니다.
시리온:...이건....
들이닥칠 재앙을 막아낼 방도로구나.
리하 반 헤임:들이닥칠 재앙이라면, 방금 전 전하께서 말씀하신 기괴한 주술에 대한 것입니까? 막을 수 있는 것이라면 다행이긴 합니다만...
시리온:그래, 그것들이 악을 부르는 것을 멈추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를 당장 세상에 널리 알려야해. 도화제는 많은 사람이 모이니 말이다... ... 불꽃놀이는 멈춰질 것이다. 하지만, 그걸 멈춘다고 해서 그것이 들이치지 않을리는 없겠지. (끄덕인다.) 백성들의 덕을 빌릴때가 왔어.
리하 반 헤임:알릴 수 있는 방도... (잠시 고민하듯 말을 멈추었다가) 축제 전, 전하께서 백성들의 앞에 나설 때가 가장 쉽지 않을까 싶습니다. 시간은 빠듯하겠지만, 일반 백성들 뿐 아니라 저나, 이곳의 병사들도 전하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테니까요.
시리온:그래, 나도 그 생각을 한 참이었다. 아무리 작은 소국이라한들, 모두가 사랑하는 나라야. 그들이 분명 나를 도울 것이라고 믿는다. (고갤 끄덕인다. 두루마기를 챙겨 소매 안쪽에 넣고 곧장 예부를 빠져나간다. 이어 도화제 특별청에 들려, 불꽃놀이는 전부 취소하라 명한 뒤. 불꽃놀이를 유독 지지한 자들을 죄다 잡아 옥에 가두라 병사들에게 명한다.) 요 며칠 내내 아주 눈코뜰 새 없이 바쁘구나. 그렇지만... 흐름이 아주 좋아, 그렇지 않느냐. 리하야. (온기를 담은 적안이 당신을 응시한다.) 하지만 승리는 아직이야, 오늘 밤.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도화국의 새로운 시작이 열리게끔 해야하니 말이다.
리하 반 헤임:(당신의 말에 동의하듯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백성들이 사랑하고, 저가 사랑하고, 그리고 당신이 사랑하는 나라이다. 이렇게 알게된 것을 손 놓고 두고볼 수는 없는 일이니. 예부를 빠져나가는 당신을 따라 이동하다, 단호하면서도 온기를 담은 눈빛에 저 역시 그에 대답하듯 당신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바쁜 것이라면, 소인은 언제 어디든 뛰어갈 수 있습니다. 이 나라를, 당신을 위한 것이니. ... 괜찮을 것입니다, 전하.
시리온:... (굳은 눈으로 끄덕인다. 완전히 괜찮을 것이라는 확신은 할 수 없다. 중앙 왕궁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그리고 이후의 일을 생각하며, 기다려야겠지.) 가자. 리하야.
리하 반 헤임:네, 전하. (당신의 걸음을 따라, 중앙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이제 저들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은 진행되었을 터이니...)
어느 새 노을이 뉘엿하게 지고, 지평선 쪽으로는 별이 떠올라 있습니다.
곧 쌍어궁이 떠오르겠지요.
그대 할 수 있는 일들은 다 했지만…
그게 완전하게 이 모든 일들을 막은 것이 아님을 압니다.
예부 상서는 어디까지나 이 모든 일들을 저지른 이들의 일부에 지나지 않지요.
여전히 영월 제국에서 온 이들은 남아 있고, 분명 계획을 실행하려 들 것입니다.
그 계획이란 것이 어디에서 실행될 지도 모르는걸요.
시리온:... ...
그렇지만 걱정스럽게 하늘을 바라보다가도,
그대는 우선 해야 할 일을 하기로 합니다.
지금 걱정한다고 해서 될 일이었다면 진즉 되었겠지요.
당신이 불꽃놀이를 전부 취소하라 명했음에도, 저잣거리에는 백성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
하긴, 원래 불꽃놀이가 이루어지기 전 하는 연설은 군주의 의례와도 같은 것이니까요.
시리온:...후.
백성들에게 불꽃놀이의 취소를 그대의 입으로 전하는 것이 좋을까요?
시리온:백성들의 앞에 나가서 모든 이야길 해줘야겠다. 나의 사랑하는 백성들에게, 국가의 중대사를 숨길 이유는 없어.
리하 반 헤임:... 알겠습니다, 전하. 모시겠습니다. (혹시 모르는 일이니 저를 포함해, 제 밑으로 있는 호위들을 불러보았다.)
시리온:그래, 믿으마. 리하야. 나는... 도망치지 않아. (굳건한 눈빛이 너를 꿰뚫듯 바라봤다.) 가자꾸나.
당신은 리하와 다른 이들의 호위를 받아 저잣거리로 향합니다.
연단 위로 올라서면 기다리던 모두가 그대를 바라보고 있는 것만 같아요.
무어라 말을 하려 입을 여는데,
군중 속에 섞여 있는 붉은, 하나뿐인 시선과 눈이 마주칩니다.
시리온:... ...
입술이 벌어집니다.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소리내어 말하는 것만 같이
그대에게 소리 없는 말들이 전해집니다.
'바로 지금, 하늘 위.'
시리온:(입모양을 보자마자 곧장 커진 눈으로 하늘을 바라본다.)
입모양과 함께 가리키는 손끝을 따라 시선을 돌리면,
반짝.
쌍어궁이 떠올라 있습니다.
그 옆에서 무언가… 반짝였던가요.
시리온:그런,
몇 번쯤 눈을 깜박이면
그것은 어쩐지 가까워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아니, 확실하게 가까워지고 있어요.
시리온:(당황한 기색을 억누르고 곧장 눈 앞의 백성들을 바라본다. 여기서 모든 것을 무로 돌릴 수는 없다. 연단 앞에서 종이를 들고 읽으려다, 곧장 종이를 내던지고 눈 앞의 백성들을 결연한 눈으로 바라본다.) 사랑하는 나의, 이 도화국의 백성들이여. 지금부터 내가, 여러분의 군주가 하는 말을 잘 듣도록 하십시오.
당신이 입을 여는 와중에도, 그것들은 아래로 떨어집니다.
애시당초 별조차도 아닙니다.
별은 저렇게 밝게 타오르지 않는걸요.
저건…,
불꽃입니다.
그것도 아주 커다란.
‘복사꽃 송이송이 붉은 어둠 물들어, 만발한 이 땅에 별꽃 가득 내렸다네
깊고 어두운 밤 커다랗게 입을 벌려, 피어나는 모든 것을 삼키고 말았다네’
진정 그 말대로,
모든 것을 집어삼킬 불꽃들이 떨어져 내리기 시작합니다.
시리온:(눈 앞의 불꽃이 떨어지는 것을 똑똑히 바라보며) 이 나라는 수분내로 멸망의 길을 걸을 것입니다.
쾅!
어림잡아도 수십개는 넘는 것 같네요.
시리온:이를 완전히 막아내는 것은 최선을 다했으나, 모든 재앙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친애하는 백성들이여, 이 못난 왕을 한번만 도와주십시오. 이미 떨어지기 시작한 재앙을 완전히 거둬내는 것은 할 수 없습니다.
불꽃이 추락해 부딪히는 소리,
비명소리와 울음소리로 당신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도성 안이 아수라장이 됩니다.
:시리온, [산치체크]
시리온:허나, 우리의 마음이 모인다면. 이를 분명히 지켜낼 수 있을 겁니다!! 부디... 침착하십시오, 부디...! (주먹을 꽉쥐고 흔들리는 두 눈으로 앞을 바라본다.)
:1d6 굴려주세요
시리온:rolling 1d6
(
2
)
=2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상황이 안 좋은 듯 합니다. (이성치 -2)
백성들에게 호소하는 당신 옆으로, 리하 역시 아연한 얼굴로 하늘을 바라볼 뿐입니다.
지나친 충격이 닥쳐들면 오히려 반응이 늦어진다던가요.
그런 두 사람 사이로 누군가가 훌쩍 뛰어듭니다.
시리온:...?!
너는,
매:정신차리십시오, 전하.
짤막한 말과 함께 그는 그대와 리하에게 눈짓합니다.
그 눈짓을 따라 시선을 돌리면
하늘에서 떨어지는 커다란 불꽃이 복숭아 언덕을 향하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시리온:... ...?
매:... 백성들을 믿으신 것은, 훌륭했습니다. 몇이라도 전하의 목소리를 들었겠지요.
시리온:내 나라의 내 백성들이다. ... 그들을 내가 믿어야지 믿지 않을 순 없으니까 말이야.
매:(그런 당신을 바라보다, 아주 옅게 미소를 짓고는 연단에서 뛰어내린다. 다시한번 당신과 그 옆의 리하를 바라보며 고개짓을 하듯)
연단에서 가볍게 뛰어내린 그는 이내 제가 눈짓한 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합니다.
그 발걸음에는 망설임이라곤 존재하지 않습니다.
시리온:(그 모습을 보자마자) 리하야,
안아라.
리하 반 헤임:네, 전하. (곧장 당신을 안아들고는, 그와 같이 연단 아래로 뛰어내렸다.)
시리온:어디로 갔는지는 너라면 곧장 따라가겠지. 바로 이동한다.
리하는 곧장 앞서간 그의 뒤를 따라 달려갑니다.
그를 따라가면서도, 문득 아연해집니다.
그는 이런 광경을 도대체 몇 번이나 보아온 걸까요?
시리온:... ... (인상을 살짝 구겼다.)
…
그의 발걸음을 따라 도착한 후원은 이미 아수라장입니다.
커다란 불꽃이 복숭아 나무 언덕 곳곳을 불태우고 있어요.
가뭄이 들어 바짝 말랐던 탓에 더욱 잘 타고 있는 것도 같습니다.
이대로라면 전부가 타 버리는 것도 금방이겠지요.
불꽃은 기이하리만큼 커다랗고, 어쩌면 감당할 수 없을 것도 같습니다.
:시리온, [산치체크]
시리온:후.............
침착하자.
당신은 침착하기 위해 심호흡을 합니다. (이성치 -1)
... 아,
불꽃 안에서 발버둥치는 사람의 인영이 몇 개 보입니다.
아, 설마 저것은…
문득 주문에 적혀 있던 마지막 말들이 떠오릅니다.
주문을 외우는 사람마저 불타버릴 수 있으니 주의할 것….
시리온:... ...
고기가 타는 냄새가 매캐하게 납니다.
:한번 더, [산치체크]
시리온:(인상을 쓰고 소매로 코를 막는다. 눈 앞의 광경이 역겹다.)
(이성치 감소 X)
불꽃이 지나치게 뜨겁습니다.
일단 어떻게든 이 불꽃을 끄지 않으면…!
매:저들은 대부분 이곳에 퍼져있을 것입니다.
막을 수 있는 방도가 있다면, 이곳에서부터.
시리온:(리하의 품에서 내려 곧게 선다.) 그래.... ...간절히 바란다면 기적이 이뤄지겠지.
뒤이어 당신을 따라온 몇의 백성들과, 불을 끄기 위해 달려온 병사들이 모여듭니다.
병사:전하..! 대체, 어서 이곳을 벗어나셔야 합니다..!
시리온:(뒤를 돌아 타오르는 재앙의 귀향 두루마기를 펼쳐든다.) 저 불은 그냥 끌 수 있는 불이 아니다, 나를 믿고 따르거라!
(아이디어 판정 !)
당신은 두루마기를 펼쳐듭니다.
:[아이디어] 롤!
시리온:
현재 이 주문을 사용하더라도 당신과, 리하, 그리고 그 만으로는 힘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당신을 따라온 백성들과, 병사들이 도와준다면...
시리온:(충분히 가능하지!)
(두루마기는 펼쳐져 있다. 애초에 이를 노리고 핀 것이야, 모두에게 주문을 읽히게 하여 마력을 보충한다.)
당신 앞의 이들은 모두 당신이 펼쳐든 주문을 읽고, 사용하도록 합니다.
시리온 [타오르는 재앙의 귀향 주문] 사용 요청.
시리온:(곧장 바로 눈 앞의 이들과 함께 주문을 읊어 사용한다.)
[타오르는 재앙의 귀향] 사용, 마력 - 5 감소합니다.
주문을 읊은 이들 역시 마력이 감소합니다.
...
……
얼마나 주문을 외웠을까요?
문득 그대는 주변의 온도가 한결 낮아진 것을 감각합니다.
시리온:... ...
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보면 거짓말처럼 불꽃들이 사라져 있어요.
시리온:하.... (주변을 돌아보며 안도의 숨을 내뱉는다.)
……끝난걸까?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던 순간,
털썩.
시리온:...?
당신 옆에 있던 그가 주저앉습니다.
시리온:무슨, ...매야.
매:... ...
하나밖에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눈에서는 눈물이 그칠 줄을 모르고 흘러내립니다.
그 얼굴은 어떤 환희에 차 있는 것도 같고,
달리 보자면 어떤 탈력감에 가까운 것도 같아요.
그대가, 아니 이 자리에 있는 어느 누구도 감히 짐작할 수 없는 어떤 감각들이
그를 뒤흔들어 놓는 것만 같습니다.
시리온:매야, 매야... 매야! 정신차리거라!! (앞에 주저앉아 소매로 눈물을 닦아준다.)
매:... 전하, 소인은, 저는...
… 그야 그는, 단 한 번도
그 모든 것들을 제대로 내보일 수 없었을테니까요.
그 얼굴을 보고 있자면, 글쎄요.
그대조차도 형용할 수 없는 어느 감각이 그대 자신을 흔들어 놓는 것도 같습니다.
그러니까, 참으로…
시리온:... ...(쓰러진 너를 바라보는 표정이 어째선지 울상으로 일그러진다.) 이렇게 끝낼 것이냐, 응? 네가 승리했잖느냐. 내가 그 이름을 준 이유도 알고 있지 않느냐.
그런 당신의 말을 듣고 있는지, 눈을 꾹 감고서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그때,
???:재미있구나.
라고, 그대 뒤에 서 있던 누군가가 웃었습니다.
시리온:... ...?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놀라 돌아봐)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면,
검은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아름다운 남자 하나가 그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선연하게 웃는 그 얼굴은 마치 이 세계의 것 같지가 않습니다.
시리온:...당신은.... ...누구십니까. (눈 앞에 보이는 것에 절로 경이감이 일어 저도 모르게 경어를 입에 올린다.)
꽃같은 얼굴을 한 남자는 당신을 바라보며 미소짓다가
한들한들 걸음을 옮겨 이내 매의 앞에 섭니다.
???:그리 악에 바친 얼굴을 하고 있더니만…, 실로 그 재앙을 치워버릴 수 있을 줄은 몰랐지. 아슬아슬했어, 아슬아슬했지만… 역시 너희들은 절박할 수록 퍽 즐거운 것들을 내게 보여주는구나. 그렇지?
시리온:... 무슨... (이해하지 못한 얼굴이었다가도, 금세 파악해버리고 만다. 이 자는, 흔하디 흔한 사람과 같은 존재가 아니라고. 범접할 수 없는 무언가라고, 이 모든 것을 이루고 만들어낸 이라고.) ... 당신이 그를 여기로 불렀습니까.
상냥하기까지 한 어조로 이야기하던 그는,
남자는 눈물이며 화상자욱으로 엉망이 된 그의 머리카락을 쓸어주며 당신을 바라봅니다.
???:이 아이를 이곳에 오도록 한 것은 이 아이, 본인이란다. 나는 그저 조금의 재미를 위해 도움을 주었을 뿐이니.
시리온:... ...재미... ... (악착같은 삶이 한낱 유흥거리라는 말에 조금은 체념한 얼굴로 주먹을 꾹쥐었다.) ... ...그는 어떻게 됩니까.
???:이제는 이루고자 하던 것도 이루었을테니. 약조를 지켜야 하지 않겠느냐?
매:...
그 말에 그는 그저 체념한 듯 고개를 끄덕입니다.
시리온:약조라니,
(불안한 감각에 심장이 떨어지는 기분이 든다.)
리하 반 헤임:... 전하. (눈 앞의 이는, 자신들이 범접할 수 없는 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혹여 당신에게 피해가 갈까 싶어 옆에 바짝 서있는다.)
시리온:리,리하야... 나는... (제 곁에 선 리하를 바라보는 두 눈이 흔들린다. 모든 일이 지나갔음에도 두려움이 인다.)
???:이 아이가 말해주지 않았더냐? 아이는 스스로를 걸고 이곳에 왔단다. 자신의 존재를 걸고 말이야.
이제 약조를 지켜야하니, 내가 받아가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느냐. (시선을 돌려 당신을 바라본다.) 아이야, 너는 무엇이 그리 두려운 것이야.
매:... ... 죄송,합니다, 전하... 소인은...
시리온:아,아...아,안됩니다.. 안돼요, 제가 보낼 수 없습니다. 제가, 제가 안됩니다. 리하는, 리하는 안됩니다. 그의 끝이 이렇게 된다는게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하시지 않으십니까. 그의 삶이 온갖 고충에만 시달리다가 이렇게 끝난다는 것이 안타깝지 않으십니까, 신이시여. (급하게 고개를 수그린다. 그 누구에게도 숙이지 않았던 고개를 수그리고, 발치에 엎드린다. 눈물이 앞을 가린다. 울음이 찬 목소리로 빈다.) 그를 살려주십시오. 부디, 부디 부탁드립니다. 부디.....
그 아이는 본래 저를 섬기지 않았으나, 그 근본은 저를 섬기는 리하와 같습니다. 저는 안됩니다, 저는... 그가 어떤 고역을 겪었을지 너무나도 선명히 알아채고 있어서 더욱 안됩니다. 고작 사흘이었습니다, 제가 그를 받아들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고작 사흘을 지켜봤습니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그럼에도.... 그 안에 담긴 것은 완전히, 완전히 같아서... 저는.... 저는, 저는 저는 놓을 수가 없습니다.
리하 반 헤임:전하, 어찌...! (당황한 듯 당신의 어깨를 잡으려다, 어쩐지 떨리는 듯한 모습에 제 주먹을 꾹 쥐었다. 리하,라고 했다. 그를 보며 분명 자신의 이름을 부른 것이라. 사실 그가 아침에 말했던 것을 듣고 혹시나 했지만, 직접 들은 것은 꽤나 혼란스러웠다. 그는, 자신을, 자신과 같은 이를 살리기 위해 눈 앞의 그에게 고개를 조아리는 것일까...)
그는 그런 당신을 바라보다가, 당신의 앞에 몸을 낮추어 앉습니다.
???:그렇다면 네가 고르려무나, 아이야. 나는 반드시 하나를 가져가야만 해. 그것이 이 아이가 맺은 약조의 대가. 이에는 이, 눈에는 눈. 그러니 사람에는 사람이 맞지 않겠느냐?
이에는 이, 눈에는 눈.
그러하다면... 리하에는 리하로.
그러니 그의 말들이 의미하는 바는 마땅합니다.
결국 전부 그대의 선택이 될 터예요.
시리온:... ...무... 무얼... 무얼 고르란 말씀이십니까... (그대로 멈춘 손이 덜덜 떨린다. 숨이 막힌다. 어느 아이도 나는 포기할 수가 없는데 고르라니요, 그 아이가 어떤 고생을 했을지 아는데 고르라니요, 내 옆에 있는 아이가 어떤 마음으로 나를 따르고 섬기는지 아는데 고르라니요. 어떻게 이렇게 가혹한 형벌을 내리십니까, 어떻게 제게 이러십니까. 하나의 재앙이 끝나고 뒤이은 재앙이 저를 더욱 고통스럽게 하고 저를 죽이는 것만 같습니다. 두렵습니다. 어느하나도 고를 수가 없어서, 어느, 어느 아이의 안전도 내가 지켜줄 수가 없어서. 어느 한쪽을 죽여야만 하는 이 상황이 괴로워서 이제는 눈물만이 쏟아져 나온다. 숨을 참는 소리와, 흐르는 눈물만이 그의 심정을 대변할 뿐이었다.)
그는 당신의 말에 더 대답하지 않습니다.
매:... 고개를 드십시오, 전하. ... 소인은 괜찮습니다, 이미 소인은 전하를 위해서라면 목숨을 바칠 것이라 하지 않았습니까. 이제, 이제는 되었습니다. 전하께서 온전할 수 있는 세계를, 만들었으니... 소인은, 그것으로...
리하 반 헤임:... ... (고개를 숙이고 있는 당신의 옆에 앉아, 몸을 낮추어 당신의 어깨를 감싸안듯 했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아마 울고 있을 당신을 생각해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 고개를 드십시오, 전하.
... 소인은, 전하를 따를 것이옵니다. 그것이, 어떠한 결과라고 하더라도.
시리온:아...아...아...아,아...안된다... 안된다....안된다......안된다...안돼....리하야 나는....나는....나는 어떻게 해야한단말이냐.......나는......나는 어떻게 해야해...... (눈물에 잠식된 혼란스러운 두 눈이 흔들린다.)
리하 반 헤임:... 전하, 소인을 보십시오. (손을 내려, 당신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쓸어주었다. 눈물로 가득한 것이 제 손 너머로 느껴져, 저 역시 가슴이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 저기 있는 그와, 소인이 같다고 하셨는지요. 그렇다면, 다른 것은 몰라도 이것만은 확실할 것입니다. ... 제 스스로가 원해서 한 일일 터이고, 그것은 필히 전하를 위한 것이었겠지요. 그러니... ... 마지막까지 전하를 위할 것입니다.
매:(리하의 말을 듣고서 가만히, 눈을 감고서 나즈막히 읊었다.) ... 제 모든 것을 드릴 수 있는 유일한 분, 유일한 사람. 너무 슬퍼 마십시오. 소인이 바라는 것은 하나일 뿐입니다. ... 전하께서, 행복하시길, 그것 뿐입니다.
시리온:... 아.... ... (들려오는 두 목소리에 느리게 고개를 든다. 가혹한 일 뿐이다. 비로소 나라의 행복을 가졌음에도 나는.... ... ... 느리게 눈을 감는다. 군주로서 숨을 맺을 수 없다. 이 나라를 어떻게 지켰는데, ... ...다시 천천히 눈을 뜬다.) ...리하야..., 슬프고도 안타까운 일이로구나. (곁에 있을 리하를 가만 바라보다, 그저 웃으며 머리를 한번 쓰담아주고 눈을 감은 나의 매, 네게도 다가가 뺨을 천천히 어뤄만져준다. 눈물자욱이 가득한 얼굴이다. 너를 바라보는 두 눈에서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맺혀 떨어질 것만 같다.) ... ... ...리하야... ...고생했단다. ...미안하구나, 나는... ...나는,나는... 지금 내 곁의 아이를 포기할 수 없어... (목소리가 잘게 떨린다. 손 끝이, 잘게 떨린다.)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을 내게 전해다오, 당신의 나라는 리하 네가 지켜냈다고, 이윽고 행복과 완연한 평화만이 자리할거라고, 크게 번성하여 이웃의 국가들에게 밀리지 않는 강대국이 될 것이라고. 그 어떤 역적도, 역모도, 반란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하물며 재앙마저도 눈 앞에서 사그러지듯 사라질 것이라고. 이 내가 약속하마, 이 내가. 내가. 너에게 약속한 모든 것을 이루어내고 말 것이야.
매:... ... (제 뺨에 닿는 손길에 천천히 눈을 떠 당신을 바라보았다. 눈물이 맺혀 떨어질 것 같은, 그대의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저 역시 다시금 눈물이 흘러 떨어질 것 같았다. 저가 이런 모습을 보여서 더욱 당신을 흔들리게 만든 것일까. 하지만... 그것도, 이제는 끝이겠거니 싶었다. 고생했다는 말과, 미안했다는 말이 와닿아 저는 옅게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 감사합니다, 전하. ... 그리, 반드시 전하겠습니다... ... 당신이 꿈꾸던, 그러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반드시, 될 것이라고...
옆에 서 있는 이를 도저히 저버릴 수 없습니다.
그대와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해 온 이가 바로 그가 아니던가요.
눈 앞에 있는 그가 짊어졌을 무게가 지극히 무거웠을 것임을 압니다.
이 나라를 위해, 그대를 위해….
그 마음이 어떤 것인지 도무지 짐작할 수조차 없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향해 선뜻 손을 뻗을 수 없습니다.
그것이 지금까지 그가 바쳐온 헌신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것임을 잘 압니다.
시리온:(웃는 얼굴을 가만 바라보다, 저도 마저 웃는다.) ...그래..., 그래... 너는, 네 모든 승리를 쥐고 돌아가는게다. 상공으로... 드넓은 상공으로. 그 상공에서 지켜봐다오. ...너의 주군과 함께.
그런 당신을 옆에서 붙잡아든 손은, 그대가 아주 잘 알듯 단단하고 따스합니다.
한 쪽만이 남은 매의, 아니, 리하의 눈은 여전히 그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 모든 일들에도 불구하고 그대를 지극히 아끼는 것 같기도 합니다.
시리온:(마주한 시선에 여전히 미소지은채로) 그는 필히 기뻐할게다, 너를 사랑할테니까. 네가 그를 사랑하는 만큼 너를 사랑할테니까... 아마 오래 기다렸겠구나, 나는... ... 내 곁의 아이와 함께 굳건이 이 땅을 지키겠다. 너는 하늘에서, 나는 땅에서. 각자의 사람과 함께.
그렇지, 리하야. 함께 하지 않겠느냐. (고개를 들어, 제 곁의 너를 바라본다. 양쪽의 눈이, 붉은 태양을 닮은 너를.)
리하:... (다시 올라오는 감정에 눈을 잠시 감았다, 뜨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 시리온. 그대를 위할 수 있어... ... 사랑할 수 있어 소인은, 저는 버틸 수 있었습니다. 이룰 수, 있었습니다. ... 그러니, 부디 그대의 사람과... 떨어지지 않겠다고, 그리 믿겠습니다.
리하 반 헤임:... 여부가 있겠습니까. 어디든, 함께 하겠다 맹세하지 않았습니까. (저를 바라보는 시선에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다, 당신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놓치지 않겠노라 말을 하듯이.)
시리온:(눈 앞에 보이는 두 사람을 보며 웃는다.) ... 그래, 약속하자. 앞으로도 함께일 거라고. ...우리는 승리했다고. 앞엔, 기쁨만이 있을 거라고.
아, 이제는 이별입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지요, 맞잡은 손을 단단히 쥐었습니다.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해야만 한다면 옆에 선 이겠지요.
온전히 같은 시간을 공유하고 같은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사람.
그러므로…,
그대 없는 수많은 시간을 견뎌낸 그를 바라봅니다.
이제는 그대 없는 영원마저도 그 어깨 위에 얹혀들 테지요.
시리온:... ... 고마웠어, 리하.
아니, 그곳에는 그의 주군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시리온:다시 만나자. 상공 위에서.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어느 쪽이건 리하는 그대를…,
???:...
다음 순간, 아름다운 남자가 선연하게 웃습니다.
그것이 그대의 선택이라면.
그 말과 함께 눈앞의 리하의 발끝이 느릿하게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꼭 잔상이라도 되는 것 같아요.
발 아래서부터 조각조각 흩어지는 그 모양은 꼭 꽃잎과도 같습니다.
이내 붉은 바람이 그를 휘어감습니다.
무릎을 먹어치우고 이내 가슴까지 올라가,
시리온:... ..
작별이야.
리하:... 네, 나중에 다시 한 번...
시리온:(네 말에 빙그레 웃었다.) 그리고 또 만나.
마지막 순간 보이는 것은 오로지 그대 곧게 응시하는 하나의 시선이었다가…
그마저도 흩날려 사라집니다.
분명 각오하고 있었는데도 그 광경은,
그대 가슴 어느 한 켠을 베어내는 것만 같아요.
시리온:... ...
:시리온, [산치체크]
시리온:
... ...괜찮아, 수고했어.
그의 일은, 승리를 이루었다고 믿도록 합니다. (이성치 -1)
이제는 이 곳에 둘만 남았습니다.
단단히 손을 맞잡은 그와 그대가요.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만 같아요.
리하 반 헤임:... 전하.
시리온:(고개를 돌려 제 곁에 남은 너를 바라보며 웃는다.) 그래, 리하야.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알고 있습니다.
어제와 오늘이 같지 않듯, 알기 전과 알고난 후는 결코 같을 수 없습니다.
시선 끝에 닿은 것은 죄책감일까요, 죄악감일까요.
혹은 그 무엇도 아닌 다른 어느 감각일까요.
리하 반 헤임:... 괜찮을 겁니다.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지요. (웃는 당신을 보며, 잡은 손에 힘을 주곤 저 역시 슬 웃어보였다.)
시리온:그래, 우리는... 우리의 일을 해야지. 그러니 너는, 앞으로도 나와 함께 해줄 것이지, 내 곁에 영원히 있어주려무나. (네가 잡은 손에, 저 역시도 힘을 주어 맞잡는다. 그렇게 웃으면서.)
아. 어느 사이였을까요.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붉은 꽃잎입니다.
그토록 피어나지 않던 복사꽃들이 만개한 채로 새벽 바람에 흔들립니다.
시리온:꽃이 피는구나... 드디어,
...도화제도 즐거이 할 수 있겠어. 다시 바빠지겠구나.
리하 반 헤임:... 네, 어느 곳보다 아름답게, 그리 피어날 것이겠지요. 항상 전하 곁에서, 모시겠습니다.
툭, 투둑.
보세요, 비가 내리고 있어요.
선연하고 투명한 빗방울이 꽃잎 위로 부서져 내리고
서서히 밝아지는 하늘 아래로 온 세상이 드러납니다.
복사꽃이 피었어요.
아무 일 없는 평화로운 아침입니다.
이것으로 이 나라의 안온은 영원이 되겠지요.
두 사람을 감싸안듯 여우비가 내리고 빛이 쏟아져요.
시리온:(비를 맞으며 느리게 눈을 내리감는다. 아, ... 평안하다. 그렇게 생각하며.)
어쩐지, 눈가가 젖어들었던 것도 같습니다.
이것은 모두 세상에서 단 한 사람이 사라지고 남은 아침의 이야기.
Ending 2. 桃花永泓 복사꽃 피어나는 영원이 지극히 깊어
시리온 생환
리하 반 헤임 생환
이성보상 + 1D5
시리온:2
이성보상 +2
세상에서 사라진 단 한 사람에 대한 죄책감
---------------------------------------------
'2019 COC 플레이로그' 카테고리의 다른 글
COC/[리하시리] 단 한 번의 맹세 (0) | 2020.02.16 |
---|---|
COC/[리하시리] 숲속의 마녀와 사랑의 묘약 (0) | 2020.02.16 |
COC/[안톤베르_호경] 도화영홍 (0) | 2020.02.16 |
COC/[안톤베르] 잊는 것도 사랑일까 (0) | 2020.02.16 |
COC/[안톤베르] 눈 위에 남겨진 신념 (0) | 2020.02.16 |